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수조원 잘못 지급, 환수소송 급증

기사승인 [170호] 2024.06.01  

공유
default_news_ad1

- [집중기획] 코로나 정부지원금 부당 수급 ① 버려진 세금

   
▲ REUTERS


사기꾼 먹잇감된 코로나 지원금
코로나19 봉쇄 동안 상점들은 문을 닫아야 했고 기업의 공급망은 끊어졌다. 독일 정부는 소상공인과 기업인을 지원하는 데 760억유로(약 112조3500억원) 이상의 세금을 지출했다. 독일 경제는 비교적 무사히 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신청서 허위 작성 및 위조 등의 부정한 방식으로 지원금을 부당 수급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수사당국은 지원금 신청서의 5~10%가 허위로 작성되거나 위조됐다고 판단한다. 독일 정부는 부당하게 지급된 지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_편집자


외르크 딜 Jörg Diehl
루카스 에베를레 Lukas Eberle
등 <슈피겔> 기자
 

   
▲ 독일 비영리 반부패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의 롤프 블라가는 “안타깝게도 코로나 지원금은 누구나 손쉽게 사기를 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고 지적한다. 국제투명성 기구 누리집


오늘은 독일 쾰른, 내일은 스페인의 휴양섬 마요르카, 모레는 두바이 등 개인 경비행기로 전세계 여행을 다니면서 고급 호텔에 좋은 음식, 스위스 손목시계와 와인을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에는 돈이 많이 든다. 피라스 G(46)에게는 돈이 필요했다. 피라스가 쾰른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수익은 충분히 나지 않았다.
2020년 봄 독일에 코로나19가 닥쳤고, 독일 정부가 팬데믹으로 재정위기에 빠진 소상공인과 기업인을 지원한 것은 피라스에게 천우신조 같은 기회였다. 2020년 3월~2021년 12월 피라스는 쾰른 시정부에 코로나 지원금 신청서 18개를 제출했다. 쾰른고등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그가 신청한 지원금은 모두 320만유로(약 47억3천만원)였고, 이 중 130만유로를 지급받았다.
피라스는 지원금을 타내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회사와 직원을 허위로 신청서에 기재했다. 그는 매출 감소 현황, 고정비, 수수료, 임대계약서와 매매계약서도 모두 허위로 작성했다. 한번은 자신을 프리랜서인 양 서류를 위조했고,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위생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모두 허위 정보였다.
피라스는 그렇게 받은 지원금으로 이집트 휴가를 다녀오고, 롤렉스 시계와 루이뷔통 가방도 샀다. 그리고 휴양섬 마요르카의 팔마항구 인근에 주택을 매입했다.
법원 판결문에 피라스는 “지원금으로 분에 넘치는 방탕한 생활을 했다”고 나온다. 피라스는 법정에서 문서 위조를 자백했고, 재판정은 2023년 가을 5년3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피라스의 사례는 최근 독일의 수많은 법정에서 차고 넘치게 볼 수 있다. 피고인은 요식업자, 자동차 정비사, 교사, 법률 보조원, 건물 관리인 및 유튜브 스타 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감옥이 낯설지 않은 전과자들도 있고, 전과가 없는 피고인들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국가에서 지급하는 코로나 지원금을 부당하게 수급했다는 점이다.
 

   
▲ 독일 정부가 세금으로 지급한 코로나 지원금은 수많은 기업에 큰 도움이 된 반면 관할 당국이 신청서를 충분히 면밀하게 검토할 여력이 없는 점을 악용한 사람들이 지원금을 부당 수령했다. 2021년 4월 코로나19로 봉쇄된 독일 베를린의 한 주류음식점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REUTERS

팬데믹 동안 112조원 지원
팬데믹은 이제 끝났지만, 코로나 관련 사기 사건들의 전체 면모는 이제야 서서히 드러난다. 마스크 구매나 코로나 검사비를 부풀려 정부보조금을 과도하게 받아낸 사람도 있지만, 코로나 사기 사건의 대부분은 코로나 관련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 부당 수급이 차지한다. 누구든 인터넷에서 코로나 지원금 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 후 클릭 몇 번만 하면 손쉽게 수십만유로도 수급할 수 있었다.
독일 정부는 팬데믹 동안 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760억유로(약 112조3500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이는 유럽연합과 회원국들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던 금액에 맞먹는다.
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지원금은 대상이나 금액이 천차만별이었다. 정치권은 팬데믹 초기 긴급지원금에 이어, 이후에도 지속해서 브릿지지원금 1, 2, 3, 4 및 11월 지원금과 12월 지원금, 새출발지원금을 지급했다.
코로나 봉쇄 동안 상점들은 문을 닫아야 했다. 공급망은 끊어졌고 직원들은 단축 근무를 했다. 세금으로 지급된 코로나 지원금은 수많은 기업에 큰 도움이 됐고, 적지 않은 기업을 파산에서 보호해줬다. 독일 정부는 기업과 소상공인의 구세주가 됐고, 독일 경제는 비교적 무사히 위기를 극복했다. 한편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국가는 피해자가 됐다. 관할 당국이 신청서를 충분히 면밀하게 검토할 여력이 없거나 그럴 의지가 없다는 것을 악용한 사람이 지원금을 부당 수급했다. 기업이나 소상공인이 단독으로 코로나 지원금 신청서를 허위로 작성해 수만유로를 부당하게 받아낸 사례도 있고, 여러 기업이나 소상공인이 함께 모의해 유령기업 문서를 날조하는 식으로 수백만유로를 타낸 경우도 있다.
코로나 지원금 부당 수급은 독일 범죄 역사상 최대의 사기 사건이다. 독일 비영리 반부패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의 롤프 블라가는 “안타깝게도 코로나 지원금은 누구나 손쉽게 사기를 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고 지적한다. “독일연방공화국 역사상 정부로부터 이렇게 쉽게 지원금을 타낼 수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코로나 지원금 관할 부처인 경제부는 현재까지 그 여파에 대처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경제부 대변인에 따르면 2023년 말까지 독일 전국에서 코로나 긴급지원금 부당 수급 관련 법정 소송만 7900건에 달한다.
독일 베를린주 경찰청은 2020년 이후 모든 지원금 프로그램 관련 수치를 보유하고 있다. 수도 베를린에서만 부당 수급이 의심되는 1만6천 건 이상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잠정 피해액만 2억7400만유로(약 4천억원)로 집계됐다. 베를린주 경찰청에만 관련 특별 부서 3개가 설치돼 40여 명의 경찰이 코로나 지원금 부당 수급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코로나 지원금 부당 수급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 코로나19가 발발하자 독일 정부는 자영업자 등에 긴급 지원금을 대대적으로 쏟아부으면서도 관리감독은 옆으로 제쳐놓았다. 2020년 6월 올라프 숄츠 당시 재무부 장관이 경기부양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내각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REUTERS

신청서 5~10%는 허위 작성·위조
정치권은 팬데믹 동안 마치 오늘만 사는 것처럼 지원금을 펑펑 지급했다. 그리고 지금 독일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카르슈텐 슈나이더(사민당) 연방총리실 정무차관은 최근 “이제 국고가 텅텅 비었다”면서 대대적인 예산이 투입된 코로나 지원금을 그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과감하게 예산을 대거 투입했던 국가는 스스로 곤란한 상황을 자초했고, 사법부는 독일 전국에서 그 여파를 수습하느라 여념이 없다. 수사당국은 코로나 지원금 신청서의 5~10%가 허위 작성되거나 위조됐다고 판단한다. 독일 정부가 지급한 총 760억유로가량의 지원금 중에서 부당 지급된 액수가 수십억유로에 달한다는 의미다. 코로나 지원금 부당 수급이 의심된다고 해서 실제로 모두 부당 수급한 것은 아니다. 일부가 실제로 부당 수급을 한 사례에 해당하고, 부당 수급의 경우에도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당국은 현재 부당하게 지급된 지원금을 일부라도 회수하는 데 박차를 가한다. 경제부는 환수해야 하는 금액을 긴급지원금에서만 48억유로 수준으로 본다. 과연 정치권과 사법부는 이 돈을 환수할 수 있을까. 아니면 수사 및 기소비가 부담돼 부당하게 지급된 지원금 환수를 포기해야 할까.
쾰른고등법원 213호. 라일라 S(39)는 2024년 1월 어느 금요일, 상황이 어떻게 여기까지 이르렀는지 법정에서 진술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라일라는 코로나 지원금 총 24건을 부당 수급했다.
라일라는 택배사를 운영하며 교과서를 배달한다. 그는 과거 며칠 내내 혹은 밤새도록 도박을 했다.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이용해 온라인 도박을 하거나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곤 했다. 그는 슬롯머신을 특히 좋아한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2020년 도박 빚이 있던 라일라는 정부의 코로나 지원금 뉴스를 듣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신청서를 허위 작성했다. 신청서에 회사, 매출 및 직원 등을 모두 허위로 작성했으며, 여러 유령회사 명의로 지원금을 신청했다. 라일라는 그중 한 유령회사 명의로만 신청서 15개를 순차적으로 제출했다. 그는 로또 15장을 사 모으는 마음으로 신청서를 작성했다. 독일 정부는 그에게 약 4만8천유로(약 7천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검찰은 그를 “국가적 비상사태를 악용”한 혐의로 기소했다.
라일라의 변호사는 “의뢰인이 범죄 사실을 인정한다”며 “지원금으로 포르셰를 사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 빚을 갚으려고 했던 것”이라며 의뢰인을 변호했다. 라일라는 법정에서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판사는 라일라에게 180일 노역에 해당하는 1만800유로의 벌금 판결을 내렸다. 그는 부당 수급한 코로나 지원금을 이미 오래전에 상환했다. 판사는 판결 직후 그를 향해 말했다. “당신은 어쩌면 기회를 잘 이용했던 것일 수도 있다. 돈이 길거리에 널려 있었고, 사람들은 그저 허리를 굽혀 줍기만 하면 됐다.”
2020년 3월13일, 올라프 숄츠 당시 재무부 장관은 베를린 기자회견장에서 바주카포를 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우리는 지금 손에 쥔 바주카포로 시급한 과제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 옆에 앉아 있던 페터 알트마이어(기민당) 당시 경제부 장관은 바주카포 비유에 킥킥거리며 웃었다.
당시는 독일 내 최초 코로나19 바이러스 사례가 알려진 상황이었다. 그 직후 박람회와 각종 행사가 취소됐고, 팬데믹 공포가 확산됐다. 그래도 연단의 두 장관은 의기양양한 분위기였다. 독일연방공화국 역사상 가장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책으로 경제보호막을 구축했다고 두 장관은 확신했다. 숄츠 당시 재무장관은 “우리는 푼돈이 아닌 대규모 예산을 쏟아부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기업들에 일체의 한도나 상한선이 없는 대출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지원금은 연방정부에서 나왔다. 각 주정부도 참여했고, 일부 주정부는 자체 보조금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리와 지급을 직접 담당했다. 주정부마다 각기 다른 관할 기관을 지정하면서 혼돈 양상이 빚어졌다. 베를린은 IBB투자은행, 바이에른주는 뮌헨상공회의소, 자를란트주는 경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지자체 5곳을 지정해 신청서 접수, 검토 및 결정 업무를 맡겼다.
코로나19 최초의 지원금인 긴급지원금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불과 일주일 만에 시작됐다. 긴급지원금은 관료적이지 않고 신속하게 지급해야 했다. 코로나 지원프로그램 수립에 관여했던 관계자는 “대량실업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 대처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2020년 봄부터 총리 후보를 놓고 기독민주당(CDU) 아르민 라셰트와 기독사회당(CSU) 마르쿠스 죄더의 권력투쟁이 시작된 것도 이에 한몫했다.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와 죄더 바이에른주 총리는 코로나 지원금 정책을 놓고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당시 윗선에서 압박을 느낀 행정부 인사들에 따르면, 당시 두 주총리의 경쟁은 코로나 지원금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경쟁이 부른 관리 소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바이에른주와 끊임없는 경쟁관계에 있었고, 코로나 지원금도 신속하게 진행돼야 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신청서 허위 작성도 어느 정도 용인된 바가 있다.” 결과적으로 16개 연방주 중에서 노르트라인베트팔렌주가 최다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는 2020년 봄 약 80만 개의 기업이 있었고, 주정부는 이들에게 총 180억유로를 쏟아부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관할 당국은 100만 건에 달하는 코로나 지원금 신청서를 접수했다. 2020년 봄, 뒤셀도르프 시정부에서만 약 300명의 직원이 신청서 처리에 투입됐다. 이들은 주말에도 교대 근무를 하며 밤낮으로 일했다. 뒤셀도르프 시정부는 긴급지원금 신청서의 83%와 기타 지원프로그램의 90%를 승인했다.
지원자 중에는 미용사, 요식업자 및 디제이(DJ)도 있었다. 긴급지원금 신청서는 온라인으로 작성할 수 있고, 업체명, 납세번호, 계좌번호 및 피고용인 수를 작성해야 했다. 자신의 사업장이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확인됐고, ‘보내기’만 누르면 신청이 완료됐다. 서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는 허위 기재 신청서를 포함해 자영업자, 기업인 등이 모두 40만 건의 긴급지원금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때 주정부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 Der Spiegel 2024년 제14호
Der Corona-Raubzug
번역 김태영 위원

 

외르크 딜 economyinsight@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