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중고차 거래체계 개선하고 대량 매입 문제 해결해야

기사승인 [171호] 2024.07.01  

공유
default_news_ad1

- [BUSINESS] 러시아 장악한 중국 자동차- ② 풀어야 할 숙제

 

안리민 安麗敏 <차이신주간> 기자
 

   
▲ 2023년 8월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에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JAC가 생산한 신차가 주차돼 있다. 최근 러시아 정부가 법령을 개정해 중국차 수입에 제동을 걸었지만 러시아에서 중국산 자동차의 인기는 여전하다. REUTERS


2023년 7월 리샹 리샹자동차(Li Auto) 창업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최근 2주 동안 인도한 차량과 중국 내에서 자동차 책임보험에 가입한 차량의 수가 200대 정도 차이가 있었고, 조사 결과 이들 차량이 자동차 평행수출(무역상이 국내에서 신차를 매입한 뒤 중고차로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것) 방식으로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으로 수출됐다고 밝혔다. 리샹 창업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리샹자동차는 가장 환영받는 평행수출 대상 브랜드가 됐다. 2023년 7월 첫째 주~셋째 주 리샹자동차의 평행수출 물량은 600대가 넘었다. 2024년 1월 리샹 창업자는 같은 사안을 언급했다. 그는 리샹자동차의 평행수출이 갈수록 늘었고 한 달 사이에 3천 대가 수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평행수출은 무역상 개인이 진행하는 사업이라서 자동차를 운행하다 문제가 생기면 제조사의 사후관리와 서비스, 부품 보증을 받기 어렵다. 리샹 창업자는 “해당 지역 사용자는 비싼 가격으로 자동차를 구매했는데 우리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부품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판매량이 늘수록 기업에 위험부담이 커지고 브랜드 이미지가 망가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소프트웨어와 부품 공급의 국제화를 서둘러 추진했다”고 말했다. 2024년 2월 리샹자동차는 직영 판매 방식으로 중동 시장에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자동차 판매업체 여우처이허우의 쉬천화 최고경영자(CEO)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베엠베(BMW) 등 외국 자동차 브랜드가 철수한 뒤 러시아의 고급형 자동차 시장이 공백 상태였고 한동안 적당한 가격의 대체 차종이 없었다고 말했다. 리샹자동차 제품은 대형 스포츠실용차(SUV)이고 고급형 차량이며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EREV)라서 차주가 충전이 여의치 않으면 기름을 넣으면 된다. 이런 특징 때문에 리샹자동차가 러시아에서 비슷한 가격대로 대체할 수 있는 차종으로 떠올랐다. 리샹이 말한 평행수출은 대부분 중앙아시아로 수출된 제품이고 중앙아시아를 거쳐 러시아로 향했다.
쉬천화 CEO는 “러시아가 법령을 개정했어도 리샹자동차처럼 특징이 명확한 제품은 러시아에서 계속 인기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리샹자동차는 미국에 상장된 기업이고 전세계 시장을 포기할 리 없다. 따라서 기업 차원에서 직영 또는 공식 판매사를 러시아에 두지 않을 것이다. 지커(Zeekr)도 리샹자동차와 상황이 비슷하다. 지커는 지리자동차가 투자한 독립 전기자동차 제조사로 미국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투자설명서를 제출한 상태다.

자동차 기업과의 갈등
구차오강 중국차량수출입유한공사(이하 퉁융기술중국차량) 총경리는 “평행수출 무역상과 자동차 기업의 관계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무역상은 자동차 기업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이고 국외 사용자는 한발 앞서 제품을 이해할 기회가 생긴다. 단기적으로는 자동차 평행수출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경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역상은 완벽한 제품 체험과 기능을 제공할 수 없고 소비자는 브랜드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받게 된다.
2023년 중국이 러시아에 직접 수출한 자동차 수량은 5배나 늘어 91만 대를 기록했다. 러시아 시장은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되는 데 일정 정도 기반을 제공했다. 수쉐밍 치루이(Chery)자동차 총경리비서는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 기업끼리 경쟁하고 있고 중국 내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리펑 러시아중국총상회 부사무국장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2023년 러시아의 신차 판매량 상위 10위 브랜드 가운데 러시아 국내 브랜드인 LADA와 GAZ, UAZ가 각각 1위와 5위, 10위에 올랐고 한국의 기아자동차가 9위, 나머지는 중국 브랜드였다. 그는 중국 기업이 공개한 2024년 러시아 시장 판매 목표를 합산하면 2023년의 2.13배에 이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기업의 판매 책임자는 자동차 기업의 평행수출에 대한 태도가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아직 진출하지 않은 시장에서 무역상의 평행수출은 자동차 기업이 시장을 개발하고 중국 내 판매량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다. 그는 “중국 내에서 판매실적이 좋지 않은 일부 자동차 기업은 평행수출 방식을 묵인해 실적을 개선하고, 무역상도 제조사로부터 자동차를 대량 매입한 사실을 홍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동차 기업이 진출한 시장에서는 태도가 달라져서 기업은 평행수출이 가격 결정 체계를 어지럽힌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시장 상황은 후자에 해당한다.
자동차무역 및 공급망 플랫폼 업체 마이하오처의 왕충이 총경리는 “러시아 정부의 정책이 현지 생산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변했고 앞으로 자동차 수입 관세를 올려서 중국 자동차 기업의 현지 생산을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기업이 중앙아시아 또는 러시아에 공장을 설립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평행수출은 가격경쟁력을 잃고 자동차 기업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2024년 1월25일 비야디(BYD)의 우즈베키스탄 신에너지자동차 합자공장이 완공됐다. 이 공장에서 ‘송’(Song), ‘구축함’(Destroyer) 두 차종이 생산되는데 연간 생산능력이 5만 대이며 최대 30만 대까지 늘릴 수 있다. 한 자동차 무역상은 이 공장 때문에 비야디 차량의 평행수출이 타격받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 2023년 4월1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오토쇼에 리샹자동차의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2024년 2월 리샹자동차는 직영 판매 방식으로 중동 시장에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REUTERS

‘단기간 장사’로 만족해야
자동차 기업이 의도적으로 제한하면 무역상은 반격할 방법이 없다. 쉬천화 CEO는 2023년에 도요타의 최고급 차종인 캠리(Camry)가 러시아에서 유독 잘 팔렸고 무역상이 중국 국내에서 제품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일본 쪽 주주의 요구로 광저우도요타자동차는 평행수출을 제한하고 공식 판매사에서 판매한 차량은 책임보험 가입 후 반년이 지나야 판매장려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판매사는 자동차 제조사가 주는 판매장려금에 크게 의존해서 무모하게 행동하기 어렵다.
신에너지자동차 시대에는 대부분의 차량에 스마트 시스템이 장착되기 때문에 완성차 제조사는 최종 판매 목적지를 파악해 무역상의 자동차 매입을 쉽게 제한할 수 있다.
자동차 평행수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성장했지만 전쟁은 언젠가 끝날 것이다. 중국 자동차가 러시아 시장에서 현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자동차 평행수출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중국 자동차는 러시아 주류 시장 밖에서 겉돌았다. 2021년 러시아 신차 판매량에서 중국 브랜드 비중은 7%에 불과했고 국외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67%에 달했다. 중고차 거래 현황은 자동차 보유량 구조를 더욱 잘 반영한다. 2023년 러시아 중고차 판매량 상위 10위에 중국 브랜드는 없었다. 러시아 현지 브랜드 LADA가 1위였고 도요타와 기아, 닛산, 현대자동차가 뒤를 이었다.
러시아에 대한 평행수출은 ‘단기간 장사’로 만족해야 한다. 업계에서도 평행수출은 중고차 수출을 위한 예행연습이고 진정한 중고차 수출이 장기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우찬중다위안퉁자동차유한공사는 자동차 판매 그룹이다. 이 기업 산업발전센터의 팡쉐페이 총경리는 “평행수출의 모든 과정이 중고차 수출의 축약형이고 평행수출이 성공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외에도 중고차 거래에서 걸림돌이 됐던 문제를 해결한 것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우선 중고차를 대량 매입하는 것이 어렵다. 동일 차종을 100대 매입하려면 거래처 수백 곳에 연락해야 하는데 평행수출 자동차는 제조사 또는 판매사를 통해 특정 차종을 대량으로 매입한다. 관세 정책도 중요하다. 중고 내연기관자동차에 대한 세계 각국의 규정이 제각각이고 세율도 천차만별이라 거래가 복잡하다. 평행수출의 주요 차종인 신에너지자동차는 각국의 관세 기준이 비슷해서 대부분 5%를 넘지 않고 무관세 혜택을 제공하는 국가도 많다.

사후관리와 서비스 문제 대두
자동차의 평행수출은 사후관리와 서비스 문제도 비껴갔다. “중고차는 이런저런 문제가 있기 마련이라서 수출하려면 사후관리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평행수출 대상 차량은 대부분 신차라서 수리하는 비율이 낮다.” 팡쉐페이 총경리는 평행수출이 앞으로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뉘어 일부 무역상은 제조사와 협력해 신차 판매를 공식적으로 대행하고 나머지는 진정한 중고차 수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쉬천화 CEO는 “평행수출 과정에서 확보한 유통망과 고객, 경험이 중고차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전양전(以戰養戰·적지에서 전쟁 물자를 조달하면서 싸운다)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수출은 전환점을 향해가고 있다. 2024년 2월 상무부 등 5개 부처가 공동으로 ‘중고차 수출 관련 공고’를 발표하고 중고차 수출을 허용했다. 기업이 요건을 갖춰 신고만 하면 된다. 중고차 수출은 기준이 까다롭지 않다. 정책은 유통기업이 갖춰야 할 요건으로 고정된 경영과 전시, 판매 공간이 있어야 하고 감정평가능력을 갖춰야 하며 최소 3명 이상 감정평가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업계에서는 중고차 수출 시범지역이 늘면 평행수출 경쟁이 과열되고 업계 흐름이 중고차 수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신차는 물론 중고차 수출에서 항상 세계 선두에 올라 있다. 도이케 교이치 일본중고차수출협회 이사는 2023년 일본이 중고차 약 130만 대를 수출했다고 밝혔다. 20만엔(약 175만원) 이하 중고차 수출은 집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중고차 수출 물량은 더 많을 것이다.
도이케 이사는 중국 중고차 수출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의 신에너지자동차가 발전하고 신차 시장에서 주류가 되면서 내연기관 중고차 가격이 내려갔다”며 “중국의 내연기관자동차 보유량이 막대해서 중고차 수출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안정적으로 중고차를 매입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길 기대했다.
중국과 일본에서 중고차 거래에 종사했던 업계 관계자는 “진정한 중고차 수출은 폭리를 취할 수 없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해마다 100만 대가 넘는 중고차를 수출하는데 중국이 일본을 앞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차량 보유량이 더 많다. 중국 공안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중국 내 기동차 보유량이 4억3500만 대였고 그중 자동차 보유량은 3억3600만 대였다. 그밖에도 일본의 중고차 수출은 자국 브랜드 중심이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제품이 다양해서 전세계 자동차 브랜드를 찾을 수 있다.
도이케 이사는 “중국의 중고차 업계가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하려면 일본처럼 거래 체계를 개선하고 중고차 대량 매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중고차 거래는
3개 부문으로 나뉜다. 매입업체가 흩어져 있는 차량을 매입하고 경매업체는 차량 검사와 그에 따른 가격 책정, 중고차 경매를 책임진다. 무역업체는 전부 경매업체 회원이고 정기적으로 경매에 참여하며 취득한 중고차의 일부를 중국 내에서 소화하고 나머지는 수리·정비를 거친 뒤 수출한다. 도이케 이사는 “경매업체가 중립을 유지해 작성한 검사보고서와 가격책정보고서를 매매 양쪽이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중고차 무역업체가 앞서 소개한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중간 단계를 생략하는 사례가 많아서 실제 거래 효율이 낮다.

일본의 경험을 배워야
일본에서 관련 상황을 연구했던 업계 종사자는 “일본 중고차 업계는 수십 년 동안 연구해 투명한 규칙을 만들었고 시장 참여자가 규칙을 위반하면 엄격하게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무역업체는 중고차 경매장 회원 자격을 상실하면 차량을 매입할 수 없어 업계에 종사할 수 없다. 그는 일본의 대형 경매업체는 암묵적으로 교대로 경매를 진행하는데 중국 무역상은 매매 양쪽과 가격을 협상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지적했다. 도이케 이사도 중국의 중고차 거래는 가격 기준이 없고 모호한 부분이 많은데다 시간도 많이 소모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중고차 제품이 국제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처럼 인정받으려면 제조사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중국과 일본에서 중고차 거래에 종사했던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자동차의 ‘하이럭스’(Hilux)와 ‘알파트’(Alphard), ‘하이에이스’(Hiace)는 전세계에서 환영받는 차종이라고 말했다. 이런 ‘신급 차종’의 공통점은 견고하고 내구성이 강해서 복잡하고 험한 도로에도 적응할 수 있고 승용차와 화물차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구차오강 총경리는 중국의 중고차 수출은 아직 시작 단계고 개별 기업이 단기간에 일본이나 한국 수준에 도달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기업이 일본의 무역상사 방식을 참고해 단체로 해외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퉁융기술중국차량은 이런 방향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중고차 수출이 원활해지면 중국 국내 신차 거래도 활발해질 것이다. 도이케 이사는 “일본은 여러 해 전부터 정책적으로 중고차 수출을 지원했다. 국내 신차 판매를 촉진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며 “중국 정부도 소비를 촉진하고 신차 구매를 독려하기 위해 구형 차량을 팔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가 신차로 교체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 財新週刊 2024년 제17호
中國車商淘金俄羅斯
번역 유인영 위원

 

안리민 economyinsight@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