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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으로 전쟁 자금 충당 경제활동 전체가 전쟁 내상

기사승인 [172호]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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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SUE] 이스라엘, 전쟁을 이어가는 무장 경제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치르는 데 돈이 아무리 많이 들어가도 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경제 상황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에서 핏빛 전쟁을 이어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에바 무아장 Eva Moys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4년 6월2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사람들이 이스라엘 정부에 전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치르는 데 돈이 아무리 많이 들어도 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REUTERS


교전이 9개월 넘게 이어진다. 평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2024년 4월에 이어 5월에도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폭격을 가했다. 폭탄은 강제이주자 수용소에도 떨어졌다. 6월 중순, 중도 성향인 베니 간츠 국방장관이 이스라엘 통합정부를 나가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권력을 독점하게 됐다. 강경파 우익과 (유대교 근본주의자 등) 극우 세력의 득세가 시작됐다. 그들 지휘에 따라 이스라엘 군대 차할(Tsahal)은 마음껏 가자지구 파괴 계획을 수행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의 경고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이번 전쟁은 끝나기도 전에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오래 치른 전쟁으로 기억될 것이다. 전쟁은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까?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서 교전하는 동시에 시리아와 레바논에도 폭격을 가했다. 이란군의 2024년 4월13~14일 공격은 이스라엘 미사일방어체계 성능을 혹독하게 시험했다. 이스라엘은 그때 공격으로 3억4500만~12억달러(약 1조6700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정부는 국제 공동체가 아무리 휴전을 촉구해도 꿈쩍하지 않는다. 경제적 이유로 이스라엘이 전쟁을 멈출 가능성이 있을까? 팔레스타인 희생자가 벌써 3만7천 명을 넘었다.

동맹국 미국의 자금 지원
2023년 10월 전쟁이 터진 뒤로 이스라엘 정부는 국방예산을 쭉 늘려왔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프랑스대사관 경제상무관실(이하 경제상무관실)은 분쟁 전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차지하던 국방예산이 2024년 “최소 5.5%”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본다. 늘어난 예산의 대부분은 네타냐후 정부가 빚을 내서 만들어낸 재정이다.
전쟁 자금을 전부 나랏빚으로 충당하는 건 아니다. 동맹국 미국이 꾸준히 지원해주는 돈이 있다. 미국은 2016년부터 해마다 이스라엘에 40억달러가량(2023년 36억달러)이 담긴 봉투를 보낸다. 그중 대부분(33억 달러)은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 명목으로 주는 지원금이다.
미국 하원과 상원은 2024년 4월 말에도 950억달러(약 132조원) 상당의 지원안을 채택했다. 주로 우크라이나와 대만, 이스라엘에 보내줄 돈이다. 이스라엘 몫으로 떨어지는 금액 130억달러의 대부분은 첨단 방공망 ‘아이언 돔’을 강화하는 데 쓰일 것이다.
미국 정부의 직접 지원 말고도 미국 군사시설과 초근접하다는 점 역시 이스라엘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 5년간 이스라엘이 수입한 무기의 69%는 미국에서 사온 것이다. 미국은 두 번째로 큰 공급처인 독일보다 한참 앞서 있다. 독일산은 이스라엘 수입 무기의 30%를 차지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전보다 더 돈독해졌다. 두 나라 간 기업들도 긴밀히 협력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장 위생 연구원은 “한 예로, 미국과 이스라엘 기업이 F-35(전투기)를 이스라엘군에 맞게 개조(F-31I)하는 작업을 함께 했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F-35 파생 기체를 보유한 나라”라고 했다.
“두 나라의 협력은 방어미사일 분야에서도 활발하다.”(장 위생) 아이언 돔의 타미르 미사일은 이스라엘 방위업체 라파엘(Rafael)과 미국 매사추세츠 군수업체 레이시온(Raytheon)이 미국에서 일부를 협력 생산한다.

막강한 방위산업
방위산업도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이스라엘은 군장비 수출 세계 9위다. 방위산업이 2019~2023년 이스라엘 대외 수출의 2.4%를 차지했다. 이스라엘 3대 방산업체인 엘빗(Elbit), 이스라엘항공산업(IAI), 라파엘은 2022년 무기 제조업체 순위에서 각각 세계 24위, 35위, 42위에 올랐다.
게다가 이스라엘항공산업과 라파엘은 공기업이다. 이스라엘 방위산업은 역사적으로 정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스라엘 군대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는 목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대외 무기 의존도를 낮추고 1947년 유엔이 중동에 내린 무기 수출 금지 조치에 대응하고자 자국 방위산업을 키웠다.
자문업체 잘리스(Zalis)의 전략 컨설턴트이자 프랑스 지리학 연구소 제오드(Géode)의 지정학 연구원인 일랑 시알롬은 “오늘날 이스라엘 방산업체의 우선순위는 공기업, 사기업 할 것 없이 자국 군대의 전투력을 높이는 데 있다. 정부가 회사의 최대 소비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방산업체는 정부 명령에 따라 2023년 10월7일부터 차할에 대한 군장비 공급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반대로 외국 거래 업체와 맺은 공급계약은 나중으로 미뤘다. 그렇게 해야 정부가 퍼붓는 주문 폭탄을 감당할 수 있다.
이스라엘 방위산업은 분쟁 이전에도 GDP의 7%가량을 책임지는 국내 2위 산업이었다(1위는 첨단기술산업). 그런 산업이 지금 풀가동되고 있다. 에스테반 클로르 예루살렘 히브리대 경제학 교수는 교전이 1년 넘게 이어져도 이스라엘이 버틸 재정 여력이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경제에 타격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산업의 희생
반이스라엘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이 촉발한 전쟁은 이스라엘 2023년 4분기 GDP를 5.2% 끌어내렸다. 투자금은 순식간에 빠져나갔다(2023년 3분기 대비 4분기 투자액 -26%). 대외 수입과 민간 소비 역시 위축됐다. 그나마 공공지출이 늘어(+22%) 감소분 일부를 메웠다.
2023년 전체를 보면 이스라엘 경제성장률은 1.8%로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다. 2024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상무관실은 2024년 이스라엘 경제성장률을 0.2~2.2%로 내다본다. 시알롬은 “전쟁 이전 전망치인 4.5%에 견주면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니론 하샤이 이스라엘 라이크만대학 경영대학 학장은 “인플레이션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도 견고하다”고 했다. 이스라엘 경제가 겉에선 탄탄해 보여도 경제활동 전체가 전쟁으로 내상을 크게 입었다.
건축업은 거의 완전히 멈췄다. 일손이 부족한 농업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발급한 노동허가증 4분의 3에 대해 효력을 정지했다. 건축업과 농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다수가 팔레스타인인이다. 전쟁이 터지기 전 노동허가증을 받고 이스라엘에서 일하던 팔레스타인 인구는 10만 명가량이었다. 불법노동자 수도 8만~10만 명이었다. 지금은 유효 노동허가증을 보유한 팔레스타인 노동자가
2만4천 명에 그친다. 불법노동자 수도 2만 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경제상무관실은 집계한다. 이스라엘 당국은 인력난을 해결하고자 2024년 인도, 스리랑카, 발칸 국가에서 노동자 6만5천 명을 데려올 계획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정수인 첨단기술산업도 인력난에 시달린다. 업계 종사자 15%가 예비역으로 소집됐다. 첨단기술업은 이스라엘 GDP의 18%, 대외무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산업이다. 하지만 분쟁이 터지기 전 이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2022년부터 세계경제가 급변하면서 받은 영향이 컸다. 서방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려고 금리를 올렸다. 그 여파로 이스라엘 첨단기술업에 대한 투자가 쪼그라들었다.
그와 맞물려 국내에선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한 사법개혁이 2023년 초 정세를 뒤흔들고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이스라엘 기술업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22년과 2023년 사이 반토막이 났다. 기술업은 대외 자금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2023년 7월 경제상무관실 보고서를 보면, “첨단기술업계 스타트업의 70%가 이스라엘을 떠나려고 한다”는 분석이 있다. 클로르 교수는 “분쟁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탈이스라엘 추세를 부추겼다”고 했다. 그래도 2024년 1분기에는 외국인직접투자와 투자금 모집이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시알롬은 “첨단기술산업이 타격을 받은 건 맞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세계 기술 생태계에서 핵심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국가재정 적자도 확대
전쟁 영향으로 재정적자도 늘었다. 2023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4.2%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7.5%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스라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이 2024년 67%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2023년에는 62%를 기록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이스라엘 신용등급을 낮췄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스라엘 정부의 차입 비용은 오르지 않고 그대로다. 투자자 이탈 현상도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의 글로벌 신용보험사 코파스(Coface)는 “재정 상황에 따른 리스크가 아직은 적다. 이스라엘은 접근성이 좋은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재정적자를 메울 방도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빚으로 전쟁 자금을 댈 수는 없다”는 것이 클로르 교수 생각이다. 클로르 교수는 네타냐후 정부가 동맹세력의 지지를 잃지 않으려고 예산 삭감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대표 지지 세력인 초정통파는 정부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아 종교학교 운영비로 쓰거나, 평생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토라(율법) 공부에만 전념하는 남성에게 보조금을 준다.
국가재정 수입은 어떨까. 전쟁이 터진 뒤로 발표된 새 정책이 별로 없다. 금융기관 초과이익 환수제로 7억달러(약 9700억원)의 추가 수입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가가치세를 17%에서 18%로 인상하는 방안은 2025년 1월에야 적용된다.
결국 경제 상황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서 핏빛 전쟁을 이어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4년 7월호(제448호)
Israël, une économie armée pour faire durer la guerre
번역 최혜민 위원

 

에바 무아장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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