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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시비 늘고 판매 정체 완전자율주행도 궤도 이탈

기사승인 [172호]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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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OPLE] 일론 머스크 ‘악재 연속’

 
자동차 사업은 정체되고, 자산은 줄고 있으며, 여러 법적 소송에서 상황은 불리하게 돌아간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기업에 리스크가 되고 있다.


지몬 부크 Simon Book
알렉산더 뎀링 Alexander Demling
<슈피겔> 기자
 

   
▲ 자동차 사업이 정체되고 법정 시비가 쌓이는 등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에게 악재가 쌓이고 있다. REUTERS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이 나온 지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가 일론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짧은 메시지를 날렸다. “오늘 미국 사법체계는 대중의 신뢰를 저버렸다.” 전직 대통령이 이런 ‘사소한 문제’로 형사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누구든 비슷한 운명에 처할 위험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사소한 문제’란 트럼프가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침묵의 대가로 은밀히 돈을 지불한 것이다. 돈 지급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전에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회사 문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았다.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34개 혐의에 모두 유죄 평결을 내렸다.
머스크는 이 재판을, 다시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트럼프를 향한 ‘정치적 동기에 따른 유죄 선고’라고 봤다. 물론 그는 이 재판을 보며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그에게 난제와 법정 시비가 쌓이고 있다. 사업상 난제와 법적 어려움에서 항상 잘 빠져나온다는 그의 신비로운 명성은 지금 사라지고 있다. 이 세계와 우주의 정복자로 여겨지던 그는, 이제 궤도를 벗어나 삐꺽거리는 낡은 위성처럼 보인다.
 

   
▲ 일론 머스크가 2020년 3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 있는 나사(NASA)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 발사 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트럼프가 2024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머스크가 덕을 볼 수 있다. REUTERS

신비로운 명성 사라져
2018년 머스크는 테슬라 이사회와 협의를 거쳐 급여와 보너스를 받지 않는 대신 보상으로 스톡옵션을 받기로 했다. 스톡옵션 가치는 한때 약 600억달러에 달했는데, 소액주주가 이를 문제 삼아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델라웨어주의 한 판사는 2024년 1월 이 결정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테슬라의 주주들은 6월 주주총회에서 ‘2018년 보상안’을 재승인했으나 후유증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투자자도 머스크를 고소했다. 그는 머스크가 2022년에 75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처분할 때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내부정보를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사업도 어려워지고 있다. 머스크의 단문 메시지 서비스 엑스는 광고 수익을 잃고 있다. 그의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엑스(SpaceX)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재료를 퍼부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막대한 금액이 들어간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엑스에이아이(xAI)를 설립하고 60억달러의 외부 자본을 유치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한 오픈에이아이(OpenAI)와 경쟁하려면 더 많은 현금을 투입해야 한다.
머스크의 힘과 부는 테슬라가 뒷받침한다.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주식을 매각했음에도 그는 여전히 회사 지분 20%를 보유하며, 기업 대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때 테슬라는 주식시장에서 다른 모든 경쟁사를 합한 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고, 이는 오랫동안 테슬라와 관련된 모두에게 이익을 줬다.
최근 테슬라가 가격을 크게 인하했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1만4천 개 이상의 일자리를 감축해야 하며 주가는 사상 최고치의 절반 수준에서 맴돈다. 전망도 암울하다.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2023년 출시한 ‘사이버트럭’은 마치 공격적인 5살짜리 아이가 그린 것 같은 픽업트럭이다. 하지만 이 모델은 판매 기록 대신 리콜로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새로운 신제품은 최소 2026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경쟁업체들이 새로운 전기차를 시장에 출시하는 동안 테슬라는 구형 모델 4종을 헐값에 판매하고 있다. 머스크는 2030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2천만 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비밀리에 취소했다. 독일에서의 상황은 특히 좋지 않다. 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독일에서 등록된 테슬라는 1만7천 대도 안 된다. 이는 포르셰보다도 적다.
 

   
▲ 2023년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 끝에 출시된 픽업트럭인‘사이버트럭’은 판매 기록 대신 리콜로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REUTERS

지쳐버린 ‘선구자’
지금 머스크에게 시급한 것은 성공 스토리, 즉 그가 어떻게 또다시 혼자 세상을 바꾸는지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다. 하지만 시도한다 해도 그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이 선구자는 완전히 지친 것 같다.
로보택시(무인택시)를 예로 들어보자. 테슬라의 고객이 잠을 자거나 일을 하면서 자기 자동차를 자율주행 택시로 운영해 돈을 버는 것, 이는 머스크의 꿈이다. 운전자가 없는 택시는 이동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며 이는 혁명이다. 머스크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많은 것을 약속했다. 지나치게 많은 약속이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2020년까지 100만 대의 차량이 이런 방식으로 도로를 달릴 예정이었다. 머스크는 이제 2024년 8월 출시를 공언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이 공언 이후 열광은 없었다.
알렉스 로이(52)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그는 스타트업 ‘아르고에이아이’(Argo AI)에서 ‘안전 운전자’를 교육했다. 자율주행차 도입 초기,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컴퓨터로부터 운전대를 넘겨받는 운전자를 위한 교육이었다. 2016년 설립된 이 스타트업에 처음에는 포드가, 그 이후에는 폴크스바겐이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며 구글 및 테슬라와 경쟁의 반열에 들고자 했다. 하지만 설립 6년 만에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투자를 중단했다.
로이는 테슬라의 꿈이 꿈으로만 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가 네 번째로 구입한 테슬라는 현재 수리 중이다. 40℃에 육박하는 무더운 애리조나주 피닉스 사막에서, 어느 날 로이는 흰색 테슬라 모델3을 렌트했다. 차에 올라탄 그는 짜증이 났다. 렌터카의 B필러(차체와 차 지붕을 연결하는 기둥들 가운데 차 중앙에 있는 것, 즉 앞뒤 문 사이의 기둥으로서 센터 필러라고도 불림) 내부 패널이 안전벨트 높이에서 느슨하게 벌어져 있었다. “완전 쓰레기네!”하고 그가 외쳤다. 그리고 플라스틱으로 된 패널을 두들겨 다시 제자리로 넣었다.
그는 가속페달을 밟으며 고속도로에 진입해 새로 업데이트된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테스트했다. 머스크가 항상 ‘자율주행’이라고 부르는 운전자 보조시스템은 고속도로에서 차선 유지, 추월, 방향 전환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마저도 항상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로이는 금방 알게 됐다. 사람이 끊임없이 신경을 써서 경로를 수정하고, 브레이크를 밟거나, 깜빡이를 작동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고속도로에서 출구를 놓치기도 하고, 다른 차량이 오는데 좌회전 혹은 우회전을 해서 상대 차량에 불편을 준다.
로이는 경적을 울리고 욕을 퍼부으며 테슬라의 성능이 웃음거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것을 자율주행차라고 하는 것은 농담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로이는 머스크가 8월에 공개할 로보택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기껏해야 기상이변이 없고 도로가 간단한 사막 도시에서 시행하는 미니 필드테스트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무얼 기대하든 그저 “환상”일 뿐이다.

찐팬들도 등 돌려
눈부신 성공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자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성급한 경영스타일에 다시 한번 불쾌감을 드러냈다. 얼마 전에는 충전소 부서 전체, 즉 수백 명에 이르는 전문 인력을 한꺼번에 해고했다. 머스크는 며칠 뒤 일부 인력을 다시 고용했다.
골수 머스크 지지자조차 불만을 품는다. 캐나다인 프레데리크 랑베르는 전기차 인터넷뉴스 <일렉트렉> (Electrek)을 운영하며 무비판적인 테슬라 찬가로 매달 수만 명의 전기차 애호가를 사로잡았다. 수년 동안 그는 머스크의 팬으로 간주됐으며, 그의 매체는 테슬라의 또 다른 홍보 부서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들었다.
하지만 그런 랑베르조차도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이 조만간 운전자의 모든 업무와 책임을 덜어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 랑베르는 “일주일 동안 테슬라를 운전해보면 안다”고 말한다. 어시스턴트가 끊임없이 알람을 울린다. 그의 고향인 몬트리올의 경우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비가 오든 안개가 끼든 “항상 어딘가 깜빡이는 경고등이 있다”는 것이다.
깜짝스러운 정치 행보를 포함해 성공의 정점에 있는 천재의 태도로 보였던 그의 행동이 지금은 기괴해 보인다. 머스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친하지 않은데, 이는 바이든이 강력한 노동조합을 가진 전통적 자동차 회사들에 호의적인 반면 테슬라는 무시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못지않게 현란한 모욕에 재능이 있는 머스크는 바이든을 “모양만 사람인 젖은 양말 꼭두각시”라고 비꼬았다.
오랫동안 그는 트럼프와도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 그는 트럼프 정부 내 여러 자문기구의 일원이었다. 그러다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에서 탈퇴하자 이에 항의하며 자문직에서 사임했다. 2년 전에는 트럼프가 머스크를 “헛소리 전문가”라고 비난했고, 이에 머스크는 트럼프에게 “석양을 향해 갈 때”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모두 과거의 일이다. 이제 머스크는 자신의 플랫폼 엑스를 공화당의 광고 공간으로 사용한다. 트럼프는 엑스에서 선거운동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게 됐다. 소문에 따르면 그 대가로 머스크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에서 고문으로 일할 수 있다고 한다.
머스크의 이러한 행보는 정치적 신념이기보다 전술적 계산에 따른 것이리라 추측된다. 워싱턴에 강력한 친구를 두는 것이 머스크에게 유리하지 않겠는가?
한 여성이 수년 동안 그를 힘들게 하고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바이든의 고향인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법원의 캐서린 매코믹 판사다. 2022년 그는 머스크가 슬며시 트위터 인수 거래에서 발을 빼려고 하자 이전에 합의했던 440억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하라고 명령했다. 2024년 1월에는 머스크가 수십억달러의 보상 패키지를 받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 테슬라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판사는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의 동생 킴벌과 친구 몇 명을 구성원으로 앉히는 등, 머스크에게 예속돼 있고 기업 대표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머스크가 받기로 한 거액의 보상금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 논의하고 결정된 것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셀프 보상안에 부정적
몇 주 동안 머스크는 전세계에 사절단을 파견해 대규모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소규모 투자자들에게는 자신이 직접 안내하는 공장 투어를 경매에 부쳐 관심을 끌려 노력하기도 했다.
노르디아자산운용(Nordea Asset Management)과 같은 수십억달러 규모의 펀드는 머스크의 셀프 보상안에 이미 반대했다. 주요 주주들이 자주 자문받는 영향력 있는 두 의결권자문사, 즉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도 같은 입장이었다. 이들은 이미 2018년에도 머스크가 제안한 보상안 방식에 반대했다. 머스크는 2024년 봄, ISS를 테러 조직인 이슬람국가(ISIS)에 빗대 언급하며 희롱하기도 했다.
테슬라에 불만을 가진 레이싱 드라이버 알렉스 로이도 머스크의 최근 로보택시 발표를 투자자, 고객, 주주를 유지하기 위한 홍보용 쇼라고 봤다. 로이는 이를 “주가 토크(talk)”라고 부르며 주식시장을 위한 잡담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머스크가 이러한 발표를 통해 “그의 지지자들”을 결집한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팬층을 구축했다. “이는 통제자, 규제 기관, 비판가 및 기타 적들과 싸움을 벌일 때 그에게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얼마나 더 지속될까? 테슬라는 최근 두 건의 소송에서 사망한 고객의 유가족과 ‘법정 밖 합의’에 도달했다. 이들은 테슬라의 자율주행장치를 너무 신뢰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머스크는 “우리를 상대로 한 부당한 소송에서 절대 그런 합의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앞으로도 이 말은 지켜질 것 같지 않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한 수백 건의 사고와 수십 명의 사망자를 확인했다.
이 지점에서 머스크가 새로운 친구 덕을 볼 수도 있다. 즉, 공화당 소속의 트럼프가 2024년 11월에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면 교통 당국의 최고책임자를 새로 임명할 것이다. 그러면 이 문제는 그냥 덮어둘 수도 있을 것이다.

ⓒ Der Spiegel 2024년 제24호
Irrfahrt eines Wunderkinds
번역 최현덕 위원

 

지몬 부크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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