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저가차·하이브리드차 곧 출시

기사승인 [172호] 2024.08.01  

공유
default_news_ad1

- [집중기획] 비야디 전기차 ‘무서운 질주’ ④ 유럽서 활로 모색

 
중국 최대의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비야디(BYD)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스폰서 중에서 폴크스바겐을 축출하고 그 자리에 들어섰다. 비야디는 독일 진출의 발판을 얻은 것인가?


알렉산더 뎀링 Alexander Demling
지몬 하겐 Simon Hagen
<슈피겔> 기자
 

   
▲ BYD는 유럽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스폰서 중에서 폴크스바겐을 축출하고 그 자리에 들어섰다. BYD 누리집


유럽인은 이토록 수줍고 소심한 정복자를 본 적이 있을까?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비야디(BYD)의 유럽지사 책임자인 마이클 슈는 초조한 듯 손에 든 펜을 손가락으로 문지른다. 어쩌다 한 번 모습을 드러내는 그를 2024년 5월 초 런던에서 열린 ‘자동차의 미래’라는 제목의 콘퍼런스에서 볼 수 있었다. 사회자는 그에게 구대륙, 즉 유럽과 관련해 어떤 계획을 가졌는지 물었다. 슈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적당한 말을 찾고 있다.
부드러운 얼굴에 안경을 쓰고 헝클어진 검은 머리를 한 그는 자동차 회사의 관리자라기보다는 저축은행 컨설턴트 같은 무난한 인상을 풍긴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2030년까지 유럽에서 전기차 시장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대답을 내놓았다. 이는 사실상 선전포고다.
‘꿈을 이루라’(Build Your Dreams)를 광고 슬로건으로 내건 비야디는 1등이 되고자 한다. 폴크스바겐보다 앞서고, 테슬라보다 앞서며, 그 외 모든 다른 업체보다 앞서서 선두를 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이 회사는 유럽 대륙에 ‘수십억유로’를 투자하고 있다. 마케팅과 제품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해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전개된 대부분의 역사에서 유럽 자동차 산업은 독일 제조업체가 지배해왔다. 이제 권력 이동이 일어나려는 것인가? 슈의 계획은 천재적인 것인가 아니면 과대망상인가?
슈가 런던에서 보여준 소심함과 호전성의 기묘한 조합은 그의 그룹이 현재 처한 상황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2003년부터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비야디는 중국에서는 거인이지만 유럽에서는 여전히 왜소하다. 자국인 중국 시장에서 비야디는 수십년 동안 시장을 선도해온 폴크스바겐을 제쳤으며, 글로벌 전기차 업계에서는 테슬라와 세계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왕촨푸 BYD 설립자 겸 회장이 2024년 7월 타이 라용에 지은 전기차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왕촨푸는 전기차에서 배터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REUTERS

유럽 시장점유율 0.1%
그러나 유럽에서만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 비야디의 시장점유율은 0.1%에 불과하다. 바로 몇 주 전 비야디 소속 화물선에서 하역한 수천 대의 비야디 자동차가 독일 브레머하펜 항구의 주차장에 가득하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 구매자가 그다지 많지 않다. 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유럽연합(EU)에 등록된 비야디그룹의 자동차는 1만100대로, 테슬라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하며, 폴크스바겐그룹 자동차의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인들은 이제 UEFA 챔피언스리그에 희망을 건다. 이를 통해 마침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거라며 말이다. 2024년 초, 비야디는 지금까지 대회 스폰서였던 폴크스바겐을 축출하고 수백만 명의 시청자에게 자사의 엠블럼을 광고판에 선보였다. 4월 말 베이징에서 열린 모터쇼에서는 밝은 오렌지색 소형 차량인 새로운 ‘오션(Ocean)-M’ 모델을 선보여 환호를 받았다. 중국 언론은 이 모델이 “분명 유럽 시장을 공략하려는 생각으로 설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동시에 이 기업은 유럽에서 정치적 혜택을 얻어내기 위해서도 투자한다. 이미 첫 번째 공장을 헝가리에 건설하고 있다. 헝가리는 중국의 긴밀한 파트너인 독재자 빅토르 오르반이 통치한다. 두 번째 유럽 공장도 벌써 계획 중이다.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불공정 보조금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고, 비야디는 이에 긴밀히 협조하기로 결정했다. 조사위원회 위원은 “비야디가 조사에 아주 잘 협조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당국은 결국, 비야디가 자국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이 다른 경쟁사에 비해 적다는 견해를 갖게 됐다.
부드러운 접근 방식이 성과를 거뒀다. EU 집행위는 최근 중국의 국영기업인 상하이자동차(SAIC) 등 자동차 제조업체를 38%의 징벌적 관세로 위협했지만, 비야디에는 17%의 비교적 가벼운 관세를 부과했다. 앞으로 베엠베(BMW)나 폴크스바겐의 자회사인 쿠푸라(Cupra)가 중국에서 제조한 자동차를 유럽에서 판매할 경우 훨씬 더 높은 관세를 지불해야 할 상황이다.
비야디가 유럽 시장을 이른 시일 안에 정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회사는 멀리 보고 장기적인 전략을 추구한다. 이것이 폴크스바겐 경영진이 긴장하는 주된 이유다. 비야디 자동차가 테슬라보다 특이한 첨단기술을 갖고 있거나 브랜드가 특별히 멋지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자율주행이나 인포테인먼트 부분에 역점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비야디 모델은 자동차의 본질적 기능에 충실한 합리적인 차량으로 더 많이 인식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폴크스바겐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폴크스바겐의 한 매니저는 그들의 라이벌인 중국 기업 비야디의 특징으로 “우리와 같은 국민 브랜드”라는 점을 꼽는다. 하지만 비야디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배터리다. 비야디는 1995년 화학자 왕촨푸가 설립한 순수 배터리 제조업체로 출발했다. 첫 고객은 노키아, 모토로라와 같은 휴대폰 제조업체였다. 2003년 중국 방산업체의 자동차 사업부를 인수했다. 첫 번째 모델은 도요타 모델을 뻔뻔스럽게 베낀 소형 가솔린 자동차였다. 6년 뒤 테슬라가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야디는 첫 번째 전기차를 시장에 출시했다.
 

   
 


배터리 경쟁력
창업자 왕촨푸는 배터리의 전문성이 회사 정체성에 얼마나 중요한지 노골적인 쇼를 통해 보여준 적이 있다. 투자의 전설로 꼽히는 워런 버핏은 2008년 이래 비야디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그가 선전에 사절단을 보냈을 때 이 창업자는 사절단 앞에서 배터리 액체가 담긴 잔을 마셨다고 한다. 그는 미국인에게 자신의 배터리가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비야디는 경쟁사들을 압도적으로 제쳤다. 비야디가 개발한, 셀이 칼날 모양인 ‘블레이드’ 배터리는 자사 자동차에 장착될 뿐 아니라 테슬라와 같은 경쟁업체에도 공급된다.
최신 세대 배터리로는 1천km를 달릴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배터리에 들어 있는 것은 오히려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이다. 배터리에 니켈, 망간, 코발트 등 더 비싼 금속을 사용하는 폴크스바겐과 같은 서구 경쟁업체는 저렴한 비용의 중국 업체와 경쟁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리서치 회사인 로디움그룹(Rhodium Group)의 분석에 따르면, 비야디는 크로스오버 스포츠실용차(SUV) 모델인 실유(Seal U)를 중국에서 약 2만2천유로(약 3300만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동급 모델인 폴크스바겐 ID.4보다 9천유로 이상 싼 가격이다. 유럽에서는 두 모델의 가격이 비슷한데, 비야디가 중국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거의 두 배나 비싼 가격에 실유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런던의 유럽지사장 슈에 따르면, 비야디는 “다소 고급스러우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 전략이 성공하면 비야디는 유럽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EU 관세를 쉽게 납부할 수 있다. EU 집행위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 징벌적 관세를 매긴다고 비야디가 전기차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야디는 낮은 수익 마진을 받아들일지언정, 가격 상승으로 고객을 놀라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또한 EU가 관세를 매긴다고 해서 유럽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안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비야디의 전략은 성공하지 못했을까? 독일에서 이 브랜드는 틈새시장 제품이다. 5월에 등록된 신차는 201대에 불과하다. 전 폴크스바겐 영업 이사이자 장크트갈렌대학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소’(Future Mobility Lab) 소장인 위르겐 스탁만은 비야디가 너무 순진하게 독일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지적한다. “독일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거대한 자동차 화물선을 먼저 바다 건너로 보냈다”는 것이다.
자동차 판매상들은 독일의 많은 고객이 비야디를 어떻게 발음하는지조차 모른다고 한다. “비와이디” 대신 “뷔트”(Bütt)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반 대중은 이 이름의 의미도 잘 모른다. 이 회사는 명확한 메시지가 없다. 이와는 달리, 예를 들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세계적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비야디의 슬로건인 “꿈을 이루세요”는 마치 은행에서 주택 모기지 상품을 선전하는 것처럼 들린다.
비야디에는 대중에게 영감을 줄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 없다. 창업자 왕촨푸는 베이징 무역박람회 무대를 후방 팀에게 맡겼다. 유럽지사장 슈는 최근 비공식적으로 그룹에서 유럽 사업의 2인자로 물러섰다. 회사 설립부터 함께해온 이사 스텔라 리가 대표로서 향후 유럽 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실망스러운 판매 실적 때문으로 보인다.
독일에서의 사업 시작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독일 고객이 중국 제조업체에 싼 가격을 기대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비야디는 유럽에서 대중 비즈니스와 프리미엄 사이의 ‘상위 주류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SUV 모델인 실유(Seal U)와 비슷한 수준의 세단인 실(Seal)은 폴크스바겐의 ID.7 및 BMW i4 그란쿠페(Gran Coupé)와 경쟁한다. 총 정가는 약 4만5천유로로 경쟁 모델보다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독일 고객은 “잘 모르는 브랜드가 아닌 국내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스탁만은 지적한다.
그렇다고 폴크스바겐이 자국 독일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온라인 자동차 견적 비교 및 판매업체 카와우(Carwow)가 최근 자사 플랫폼 사용자 1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명 중 1명 이상이 미래에 비야디를 운전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고 답했다. 비야디는 이제 SAIC에 속한 영국 자동차 브랜드 MG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스탁만 전 폴크스바겐 이사는 장기적으로 비야디가 독일에서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이 한 가지 있다고 한다. 약 2만5천유로의 저렴한 전기차 모델을 신속하게 출시하는 것이다. 물론 적절한 판매 네트워크를 갖추고 말이다. 실제로 비야디는 대리점을 현재 28개에서 약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서비스 네트워크까지 갖춘 7개의 자동차 판매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비장의 카드
비야디는 또한 탄탄한 경제력으로 유명하다. 비야디는 현재 전기차로 수익을 내는 몇 안 되는 제조업체 중 하나다. 남미와 아프리카에서의 사업 실적을 통해 이미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비야디는 2025년 하반기에 헝가리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목표는 “유럽을 위한 유럽에서의 생산”이며, 이렇게 되면 중국으로부터 수입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비야디의 매니저 슈는 강조한다. 이 경우 EU의 징벌적 관세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다.
비야디는 빨라도 2025년은 돼야 일반 대중의 큰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비야디는 중국에서 1만유로 미만에 팔리는 저가형 전기차 모델 시걸(Seagull)을 약 2만유로로 유럽에 출시하려 한다. 이렇게 되면 2027년 저가형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인 폴크스바겐그룹보다 훨씬 빨리 내놓는 것이 된다.
곧 다른 비장의 카드도 꺼내들 것이다. 비야디는 이미 단종된 모델로 여겨지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즉 내연기관과 전기구동장치를 배터리와 함께 장착한 모델을 곧 독일에 제공하려 한다. 슈는 유럽에서도 곧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최근 런던에서 공언했다.
이는 기존 자동차 업계와 신차 업계 간의 경쟁에서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폴크스바겐그룹의 다수는 이미 이 기술이 죽었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충전소가 거의 없는 곳에서도 달릴 수 있다. 그리고 유럽은 충전 네트워크 확장이 상당히 느리다.

ⓒ Der Spiegel 2024년 제26호
Scheuer Riese
번역 최현덕 위원

 

알렉산더 뎀링 economyinsight@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