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기획] 비야디 전기차 ‘무서운 질주’ ① 폭발적 성장
▲ REUTERS |
테슬라 비켜라 비야디가 간다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 비야디(BYD)의 질주가 무섭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내수 시장의 뒷받침이 비야디의 성장을 도왔지만, 무엇보다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스스로 미래를 개척했다. 비야디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고품질 제품과 서비스로 전세계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휴대전화 배터리 제조업체에서 출발한 비야디는 이제 전세계 전기차 판매 1위 자리에 오르며 테슬라를 위협하고 있다. 비야디의 폭발적 성장 배경을 파헤치고 앞으로의 전망을 그려봤다. _편집자
안리민 安麗敏 디사오후이 翟少輝 <차이신주간> 기자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 비야디(BYD)는 전세계 지능형 전기자동차 업계의 ‘네이쥐안’(内卷·치열한 경쟁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에서 승리한 ‘쥐안왕’(卷王)이다. 왕촨푸 비야디 회장은 업계에서 비야디에 붙여준 이 호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는 2024년 6월7일 열린 업계 포럼에서 “경쟁은 시장경제의 본질”이라며 “모든 기업인은 경쟁에 참여해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고 말했다.
‘쥐안왕’이란 호칭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2024년 5월28일 비야디는 5세대 DM(Dual Mode)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해당 신기술을 탑재한 2개 차종을 공개했다. 판매가격이 9만9800위안(약 1890만원)이었다. 비야디가 내연기관자동차 진영에 다시 한번 공세를 시작한 셈이었다. 한 내연기관자동차 제조사 관계자는 “비야디는 우리를 경쟁으로 내몰아 고사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비야디는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정부는 2025년에 국내 판매량 500만 대를 돌파하는 자동차 제조사가 탄생하길 기대했다. 정부가 직접 지목한 건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그 목표를 달성할 유일한 기업이 비야디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비야디의 판매량은 50만 대를 넘기지 못했다. 2023년 8월, 비야디의 500만 번째 신에너지자동차 생산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왕촨푸 회장은 과거를 회상하며 2017년부터 2019년까지가 ‘암흑의 시기’였다고 말했다. 2019년 비야디의 순이익은 2억3천만위안(약 440억원)에 불과했고 2020년에는 실적이 개선됐지만 사실상 이익의 대부분이 임시로 생산한 마스크 등 방역물품 판매를 통해 발생했다.
▲ 비야디는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일본·영국·벨기에·타이 등 국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왕촨푸 비야디 회장 등 경영진이 2023년 10월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모빌리티쇼에서 비야디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REUTERS |
신에너지자동차로 상황 역전
비야디가 신에너지자동차를 통해 상황을 역전시킨 것은 2021년이었다. 그해 비야디는 자동차 73만 대를 판매했는데 그중 신에너지자동차가 54만5천 대였다. 2022년에는 내연기관자동차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고 신에너지자동차 판매량 178만2천 대, 전체 판매량 187만 대를 기록했다. 2023년에는 판매량이 300만 대를 넘겼는데 전부 신에너지자동차였고 비야디는 중국 기업 최초로 세계 10대 자동차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3년 전 비야디는 친플러스(秦Plus)를 출시해 극한의 가성비를 추구하는 전략을 가속화했다. 2022년 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반도체·배터리 공급 부족 사태의 영향을 받았지만 산업 가치사슬 통합에 뛰어난 비야디는 체계적인 강점을 발휘해 판매량이 줄지 않았고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었다. 2023년에는 전 차종에서 ‘챔피언 에디션’(Champion Edition, 冠軍版)을 출시해 ‘내연기관자동차와 전기자동차 동일 가격’을 앞세워 가격 전쟁에 불을 지폈다. 2024년 2월에는 ‘아너 에디션’(Honor Edition, 榮耀版)을 출시해 다시 한번 가격 전쟁을 시작했고 친플러스 아너의 판매가격은 7만9800위안까지 떨어졌다. 비야디는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자동차보다 저렴하다’는 새로운 구호를 내걸었다.
저우리쥔 이처연구원(易車研究院) 수석 애널리스트는 비야디의 친플러스는 판매가격이 2021년부터 2024년 사이 5만위안 이상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비야디가 3년 만에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비야디는 놀라운 속도로 규모를 키웠고 왕촨푸 회장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2024년 2월부터 시작한 가격 전쟁과 5월에 공개한 차세대 DM기술은 비야디의 이런 결심을 보여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10만위안 수준의 입문형 자동차 시장에서 비야디의 경쟁력은 다른 기업을 절망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저우리쥔은 “비야디는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까지 다양한 중고급형 차종을 출시해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분야로 전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야디가 결국 화웨이의 원제(AITO), 리샹자동차(Li Auto)와 정식으로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 비야디(BYD)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 테슬라를 밀어내고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2024년 3월25일 타이 방콕에서 열린 제45회 방콕 국제 모터쇼에 비야디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REUTERS |
적극적인 국외시장 진출
최근 3년 동안 비야디는 기존 브랜드에서 ‘왕조 시리즈’와 ‘해양 시리즈’를 출시하고 다양한 브랜드를 동시에 육성하는 전략을 추진해 덴자(Den-za), 양왕(Yangwang), 팡청바오(Fangchengbao) 등 고급형 차종 브랜드를 잇달아 출시했다. 비야디는 제품군을 확장해 거의 모든 세부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비야디는 국외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2021년 5월부터 승용차의 국외 진출 전략을 추진해 3년 만에 70여 개 국가와 지역에 진출했다. 타이와 브라질, 헝가리, 우즈베키스탄에 공장을 설립했고 유럽 지역에 두 번째 공장 부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2023년 비야디는 24만3천 대를 수출해 전년 동기 대비 300% 넘게 증가했고 2024년 1~5월 승용차 수출량이 17만6천 대에 이르렀다.
한 경쟁사 임원은 “비야디의 성장은 하늘이 내린 때와 지리적 이로움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배터리 제조사로 시작한 비야디는 국내에서 신에너지자동차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강점을 발휘해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그는 이제 다른 경쟁사들도 신에너지자동차 제조에 뛰어들었고, 신생기업도 늘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비야디의 강점이 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야디가 자랑스러워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의 경우 2024년 1~4월 비야디는 50만2천 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29.2% 늘었다. 같은 기간 업계 전체 판매량은 111만5천 대였고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84.5%였다. 비야디가 여전히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증가율은 평균보다 낮았다. 경쟁사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하지만 고속 성장에 가려진 문제점이 쌓이면서 조만간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산업의 다음 단계 경쟁은 지능화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비야디는 지능화 분야가 약점이다. 한 자동차 제조사 전략부서 담당자는 “창업자가 자동차의 지능화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능력에 따라 전략의 이행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왕촨푸 회장은 전동화와 원가 절감에 주력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화웨이와 샤오펑자동차(Xpeng) 등 지능화가 특장점인 업계의 선두 진영이 만들어졌고 비야디가 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또 다른 비야디의 경쟁사 직원은 “앞으로 1~2년 사이에는 중국 국내에서 비야디를 위협할 만한 적수가 없겠지만 자동차는 장기적으로 경쟁하는 업종이고 비야디가 경쟁사의 견제를 받는 만큼 내딛는 모든 걸음마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사의 갈림길
2024년 5월 비야디는 판매량 33만 2천 대를 기록해 전세계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선두를 달렸다. 월별 판매량이 1년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놀라운 성과인 것은 분명하다.
지금의 성과를 거두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다. 1995년 설립된 비야디는 소비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만들어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 제조사에 공급했고, 2003년 시안친촨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자동차 제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연기관자동차를 생산했고 대표 차종은 F3이었다. 도요타의 코롤라(Corolla)를 모방한 F3으로 시장을 개척했다.
2008년 첫 신에너지자동차 F3 DM을 출시했다. 비야디의 1세대 DM기술을 적용한 차종이었다. 2009년에는 첫 번째 순수 전기자동차 e6을 출시했다. 비야디는 이 두 차종을 개인 소비자가 구매하길 희망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 제품 자체도 매력적이지 않았다.
2011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에서 비야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비야디의 차를 본 적 있나요? 그들이 훌륭한 제품을 갖고 있을 것 같지 않군요”라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일론 머스크는 비야디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중국 내 신에너지자동차 발전 과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비야디가 처음 출시한 신에너지자동차 2종은 실패했지만 이후 교훈을 종합해서 수정해나가는 민간기업의 유연함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신에너지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기 시작해 2010년부터 보조금을 지급했다. 처음엔 버스와 택시 등 공공 분야 차량이 지원 대상이었다. 비야디는 빠르게 전환해 2010년 5월 전기버스를 출시했고 전기승용차로 택시 시장을 공략했다.
그 후 오랫동안 비야디의 신에너지자동차 사업은 정책의 변화를 따라갔다. 기업을 유치하려는 지방정부의 수요를 파악하고 ‘투자와 주문서를 교환’해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는 조건으로 전기버스와 택시 주문을 받아냈다. 그러나 차량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 방식이 ‘강매’에 가까웠기 때문에 비야디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칭찬과 비방이 엇갈렸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사업 방식은 비야디의 상황을 힘들게 만들기도 했다. 2016~2019년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자동차 보조금 정책은 변동을 겪었다. 2016년 1월부터 정부는 보조금을 불법으로 받은 사례를 대대적으로 조사했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조금 지급을 연기하고 신규 차종 심사를 중단했다. 조사 결과가 공개된 뒤 정부는 정책의 허점을 막기 위해 기술의 문턱을 높여 보조금과 제품의 성능지표를 연계했고 보조금을 순차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9년 6월부터 중앙정부의 보조금이 크게 줄었고 지방정부도 보조금을 폐지하면 전반적으로 80%까지 삭감됐다. 그러자 국내 신에너지자동차 시장은 빠르게 냉각됐다.
비야디도 예외 없이 왕촨푸 회장이 말했던 ‘암흑기’에 진입했다. 왕촨푸 회장은 “2019년이 가장 힘든 해였다. 그때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목표 하나밖에 없었다. 얼마나 고되고 힘든 과정이었는지 분명하게 기억한다”고 회고했다. 앞서 소개한 업계 관계자는 “그때 신에너지자동차 시장은 수요가 부족했고 업계 전망이 비관적이어서 많은 기업이 투자를 지속하지 못했는데 비야디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고 말했다.
개인소비 시장으로 관심 확대
회사의 생사가 불투명하던 그때 왕촨푸 회장은 다시 개인소비 시장으로 관심을 돌렸다. 2016~2019년에 비야디는 자동차 외관과 내부장식 분야 최고 수준의 디자이너 3명을 영입했다. 아우디와 페라리,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었다.
이와 함께 비야디는 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을 계속 연구했다. 그때만 해도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문가들은 승용차에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해야 항속거리를 확보하고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9년 6월 신에너지자동차 보조금이 축소되기 전까지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시장점유율은 30% 수준이었다.
2020년 3월, 비야디는 성능을 개선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출시했고 ‘블레이드 배터리’(Blade Battery)라는 이름을 붙였다. 배터리 구조와 구성 방식을 바꿔 배터리팩의 에너지 밀도를 높였고 응용의 한계를 극복했다. 비야디는 제품 발표회에서 배터리를 못으로 뚫는 실험을 공개하며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보다 더 안전함을 입증했다. 같은 해 블레이드 배터리를 장착한 첫 차종인 ‘한’(漢)을 출시했는데 자동차 외관도 좋은 평가를 받아 크게 성공했다.
한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못이 배터리를 관통하는 실험은 논란이 있었지만 블레이드 배터리는 기술과 홍보 방법이 참신했고 CATL(寧德時代)을 비롯한 경쟁사들도 최종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고자 배터리 제품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야디와 경쟁하기 위해 CATL과 다른 배터리 제조사도 성능이 비슷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출시하면서 생산원가가 현저하게 내려가 신에너지자동차가 내연기관자동차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지적했다.
2020년 초부터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소비자에게 인도하기 시작했다. 제품에 CATL의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한 다음부터 가격을 내린 테슬라는 중국 신에너지자동차 시장이 보조금이 사라진 후 전환점을 돌아 고속 성장과 개인소비 중심으로 도약하도록 이끌었다.
비야디도 전환점을 맞이했다. 2021년 3월 비야디는 4세대 DM기술을 적용한 친플러스(秦Plus)를 출시했고 같은 달에 쑹플러스(宋Plus)도 출시했다. 한 대형 자동차 제조사 책임자는 충전설비를 설치할 여건이 안 되는 소비자들도 입문형 신에너지자동차 구매를 희망했고 비야디는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비야디는 배터리 제조사로 출발했기 때문에 주요 부품을 내부에서 공급해 원가와 가격 통제 분야에서 경쟁력을 발휘했다. 여러 해 동안 힘을 축적한 비야디는 업계의 전환 흐름에 올라탔고 그 후 3년간 전력으로 질주한 결과 풍성한 성과를 얻었다.
ⓒ 財新週刊 2024년 제24호
比亞迪:“卷王”養成
번역 유인영 위원
안리민 economyins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