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VER STORY] 알·테·쉬·톡의 세계 공습- ④ 폐해와 부작용
중국의 거대 패스트패션 플랫폼 쉬인이 매일 수천 벌의 의류를 저가로 판매하며 패스트패션의 경계를 허물고 울트라패스트패션의 영역을 개척했다. 이 과정에서 초저가 물량 공세를 통해 과잉소비와 환경오염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웨이롄 주 Weilian Zhu 프리랜서 기자
울트라패스트패션(Ultra Fast Fashion)이 프랑스 사법 감시망에 들어왔다. 초패스트패션 규제 법안이 2024년 3월 프랑스 하원을 통과했다. 법안의 목적은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쉬인(Shein)을 비롯한 거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이다. 쉬인은 시장에 진출한 지 5년도 안 돼 업계 거인으로 떠오르며 ‘실시간 패션’의 시초가 됐다.
창업자 크리스 쉬는 2008년 난징(중국 동부 도시)에서 ‘쉬인사이드’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쉬는 검색엔진 최적화와 국제무역을 전공한 20대 남성으로 알려졌다. 쉬인사이드는 웨딩드레스를 파는 회사로, 전자상거래가 발전하면서 탄생한 중국 업체 수천 곳 가운데 하나였다. 경제모델은 아마존이나 이베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매로 산 옷을 소매로 되파는 것이었다.
2012년 회사는 이름을 쉬인으로 바꾸고 판매상품을 패션용품 전반으로 확대했다. 곧이어 누리집을 개설하고 미국 플랫폼업체 따돌리기에 나섰다. 2015년에는 소재지를 중국 광저우로 옮기고 제조공장과 거리를 좁혔다. 광저우는 제조공장이 몰려 있는 도시다.
쉬인은 여느 디지털기업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특혜를 누렸다. 코로나19 유행 때 소비 형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변화에 가속이 붙었다. 쉬인 매출액은 2019년과 2020년 사이 311%로 뛰었다.
2023년 쉬인은 매출액 365억달러(약 50조3천억원)에 순이익 20억달러를 기록했다. 6년 전만 해도 매출액은 6억1700만달러를 넘지 못했다. 쉬인은 오늘날 세계 무대에서 업계 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2022년 에이치앤엠(H&M)과 자라(Zara)의 매출액은 각각 222억달러와 359억달러였다. 2021년 쉬인은 미국 패스트패션 시장점유율을 27%까지 끌어올렸다.
“소량 주문, 빠른 대응”
쉬인은 전세계 150곳이 넘는 나라에 진출했다. 전체 판매 물량의 66%가 미국과 유럽에서, 17%가 중동에서 나온다. 주 고객층은 젊은 여성(72%)이다. 전체 소비자 중에 18~24살이 44%, 25~34살이 20%를 차지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쉬인이 중국 시장을 피해서 영업한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패션업계와 전자상거래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라고 판단해서다.
2000년대 자라는 처음으로 패스트패션 콘셉트를 선보였다. 그 뒤를 이어 2010년대에 아소스(Asos)와 부후(Boohoo)가 울트라패스트패션을 선도했다. 쉬인이 만든 사업모델은 실시간 패션과 주문형 패션이다.
크리스 쉬는 “쉬인 설립 초기부터 고객 수요에 대응하는 것을 회사의 우선 과제로 삼았다. 패션을 다시 생각했다. 공급 기반에서 수요 기반 모델로 바꿨다. 패션의 아름다움을 모두가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래서 쉬인은 신상품을 처음부터 소량(100~200개)으로 제작한다. 신상품을 매일 온라인에 올리고 고객 반응을 실시간으로 점검한다.
프랑스 소르본누벨대학교 ‘패션과 창조산업’ 석사과정 공동 지도교수인 실바노 멘네스는 “쉬인은 유행을 바짝 따라가는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 알고리즘으로 유행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상품을 제조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쉬인 앱에서 특정 상품의 검색량이 늘어나면 그 즉시 해당 사실을 제조공장에 알린다”고 했다.
신상품은 온라인에 단 며칠간만 노출된다. 이후 인기도에 따라 영영 사라지거나 대량으로 생산된다. 쉬인은 “협력 제조업체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만 제작함으로써 과잉생산을 최소화한다. 그로 인해 고객에게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고 폐기물량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소량 주문, 빠른 대응” 전략이다. 쉬인은 이 전략으로 누리집에 신상품 몇천 개를 매일 선보인다. 자라 등 경쟁업체가 한 주에 한 번 바꾸는 신상품은 ‘고작’ 몇백 개다.
데이터 수집은 제품을 생산할 때뿐 아니라 구상할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고리즘이 ‘구글트렌드’ 같은 인터페이스(두 세계 연결 시스템)를 매개로 키워드를 수집하고 실시간으로 유행을 읽어낸다. 그 결과를 토대로 디자이너팀이 세계 각지의 소비자 요구에 가장 잘 들어맞는 방식으로 상품을 구상한다.
‘패스트패션’보다 더 빨리
그렇게 만든 제품은 이미 시장에 나온 것과 비슷할 때가 많다. 쉬인이 베끼기 논란에 꾸준히 시달리는 이유다. 가장 최근인 1월에는 유니클로가 쉬인을 고소했다. 2021년 쉬인은 대응책으로 여러 유망 디자이너와 독창적 제품을 만드는 협력 프로그램 ‘쉬인X’를 시작했다. 회사에 따르면 전세계 디자이너 3천 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쉬인이 ‘패스트패션’을 앞지를 수 있는 건 공급업체의 근접성과 유연성 덕택이다. 쉬인 공급업체는 광저우에서도 판위구에 집중돼 있다. 광저우 지역 의류섬유협회 추산에 따르면 판위구에 소재한 섬유업체는 4만 곳이 넘는다.
쉬인은 2015년부터 공급망 형성에 나섰다. 규모가 작지만 유통성 있는 업체가 주를 이뤘다. 쉬인은 공급업체에 주문 대금을 빨리(주문 뒤 15일 안에) 지급하고 주문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재고를 최대한 줄였다. 그런 방식으로 공급업체가 제조 속도와 비용을 지킬 수밖에 없게 했다.
공급업체 능률은 기술 도움으로 향상했다. 쉬인은 물류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공급업체가 소비 트렌드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게 했다. 수많은 제조업체에서 디지털 프린팅 기계가 미리 프로그래밍한 대로 24시간 내내 돌아간다. 판위구에 있는 디지털기술업체의 한 관리자는 “쉬인이 디자인을 보낸 지 단 2시간 만에 옷을 만들고 배송 준비를 끝낸다. 마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쉬인은 가치사슬 관리에 끊임없이 투자한다. 2023년에는 공급업체 역량을 끌어올리고 “유연한 공급망의 기준”을 세우는 데 5년간 7천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공들여서 공급업체를 관리한다. 쉬인은 벌써 130곳 넘는 공장의 시설을 교체하고 2만2천 명에게 교육을 지원했다. 제작한 옷은 평균 배송기간 7일을 지키기 위해 항공편으로 보낸다. 주문은 광저우에서 30km가량 떨어진 포산의 대형 물류센터로 모두 모인다.
크리스 쉬는 일찍이 인터넷 트래픽 가로채기 전략을 도입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핵심 오피니언 리더(채널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올리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이용해 국외 소비자에게 회사 노출도를 높였다.
쉬인은 먼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에 스폰서광고를 내고 구글이나 야후 등 검색엔진에 배너광고를 냈다. 2022년 쉬인 누리집의 전체 트래픽 가운데 44%가 스폰서광고로 유입됐다.
그다음에는 유명 패션블로거(파라 알하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1030만 명)와 대중문화 스타(가수 아니타,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6400만 명)의 유명세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을 펼쳤다. 인플루언서들에게 자사 제품을 꾸준히 보냈다.
그 대가로 인플루언서는 ‘쉬인하울’ 영상을 올려 브랜드를 홍보한다. 쉬인하울은 인플루언서들이 쉬인 옷을 입어보면서 찍은 영상으로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다. 틱톡에는 해시태그 쉬인하울(#sheinhaul)을 단 영상이 8400만 개 넘게 검색된다.
최근 쉬인을 향해 수많은 비판이 쏟아진다. 문제로 지목된 점은 회사의 환경영향과 생산 여건이다. 국제 환경보호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프랑스 지부에 따르면 쉬인은 “기존 프랑스 업체에 견줘 판매상품이 평균 900배 이상 많다.” 쉬인도 2021년보다 2022년에 탄소를 52% 더 많이(917만t) 배출한 사실을 알고 있다. 생산량이 57%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감정적 진부화’ 전략
지구의 벗은 “매일 신상품을 평균 7200개씩 낸다는 건 적어도 옷 백만 벌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1만5천~2만t에 이른다”고 했다.
쉬인은 옷을 만드는 주요 소재가 원유에서 뽑아낸 화학섬유 폴리에스테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2030년까지 폴리에스테르 소재 옷의 최소 31%를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로 대체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평균 7달러대의 저렴한 제품 가격은 노동환경에 의문을 품게 한다. 협력 제조업체의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한 여러 연구에서 주 75시간 노동, 제품 수에 따른 임금 책정, 근로계약 미체결과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한 중국 금융서비스업체에서 쉬인 제품의 비용요인을 분석한 결과, 원재료 35%, 배송 20%, 마케팅 등 상업화 8% 순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37%의 행방은 파악하기 어려웠다.
지구의 벗은 쉬인을 “울트라패스트패션과 과잉생산의 아바타”라고 표현한다. 그런 쉬인의 영향력은 자연환경과 노동환경 바깥까지 뻗친다. 쉬인이 사업모델로 삼은 주문형 모델은 사실 없는 주문을 만들어낸다. 지구의 벗에 따르면 “옷이 해져서 버리는 경우는 폐기되는 전체 의류의 35%밖에” 되지 않는다.
쉬인 앱과 누리집에서의 구매 행위는 게임과 비슷하다. 할인쿠폰이 어딘가에 항상 숨어 있어 시간을 들이면 찾을 수 있다. 고객이 쉬인 누리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평균 8분17초다. 자라에서는 6분40초, 아소스에서는 5분45초다. 매일 신상품 수천만 개를 쏟아내는 초고속 패션은 유행도 초고속으로 바꾼다. 고객은 “감정적 진부화”를 느끼고 새 상품을 산다.
쉬인 사업모델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를 모방하는 회사까지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중국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 최근 미국과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설치한 앱으로 떠올랐다. 바로 테무다. 판위구에 자리잡은 테무에서 길 몇 개만 건너면 쉬인 본사가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4년 6월호(제447호)
Shein, l’épouvantail de la mode
번역 최혜민 위원
웨이롄 주 economyins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