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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가방에 상품 넣은 뒤 가게 나가면 AI가 자동결제

기사승인 [173호] 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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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ND] 계산대 없는 ‘미래의’ 슈퍼마켓

 
슈퍼마켓에서 줄을 서는 것만큼 지겨운 일도 없다. 새로운 인공지능(AI) 시스템은 이러한 시간 낭비를 끝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크리스티나 그니르케 Kristina Gnirke
토르슈텐 클라인츠 Torsten Kleinz
<슈피겔> 기자
 

   
▲ 독일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 레베는 이스라엘 기업 트리고가 개발한 인공지능으로 계산대 없는 매장을 실험하고 있다. 쾰른의 계산대 없는 레베 매장. 트리고 누리집


독일 뒤셀도르프 암 베르한에 대형 슈퍼마켓 체인 레베(REWE) 매장이 있다. 매장의 천장은 최신 기술 장치로 가득하다. 카메라 800대가 750㎡에 이르는 매장 공간을 감시한다. 슈퍼마켓 업계는 이 카메라로 계산대 없는 매장을 실현할 꿈을 꾼다.
카메라 렌즈는 고객의 모든 발걸음과 손놀림을 포착한다. 이스라엘 기업 트리고(Trigo)가 개발한 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처리한다. 사전에 등록한 고객은 사려는 물건을 더 이상 쇼핑 바구니에 넣을 필요가 없다. 곧바로 자기 가방에 넣으면 된다. 매장을 나갈 때는 휴대폰을 꺼내 정보무늬(QR코드)를 스캔하기만 하면 출구 차단기가 열린다.
줄을 설 필요도, 계산한 물건을 다시 정리할 필요도, 영수증을 받을 필요도 없이 몇 분 후 휴대폰으로 장바구니에 넣은 상품의 영수증이 전송된다. 이 기술은 아직 실험 단계에 있다. 뒤셀도르프의 경우 2024년 2월부터 시범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새로운 기술에 많은 기대를 건다. 계산대가 없어지면 필요한 직원 수가 줄고 그만큼 비용이 절감된다. 고객 입장에선 쇼핑을 더 빨리 마칠 수 있어 만족도가 더 높아진다. 슈퍼마켓 레베에서 시범운영을 담당하는 야나 장크토한저는 이 방식이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6개 매장에서 계산대 없는 쇼핑을 시험하고 있다. 카메라가 많아 고객이 일단 충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호기심과 불안 사이
고객의 반응은 호기심과 불안 사이를 오간다. 어떤 사람은 돈을 지불하지 않고 가게를 나가는 것을 마치 “도둑질하는 것처럼” 이상하게 느꼈다고 장크토한저는 귀띔했다. 고객들이 이런 방식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우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서 기술이 우리가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미래의 슈퍼마켓에서 AI는 계산대에서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다. 구매와 물류도 더욱 정확히 처리한다. 소프트웨어는 날씨, 공휴일 여부, 이벤트 등을 분석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정확하게 매장에 배송한다. 더운 날씨에는 바비큐가, 도시 축제에서는 스낵이, 비가 오는 날씨에는 감기 치료차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식이다.
하지만 고객이 이에 호응해줄까? 2년 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할인점 알디노르트(Aldi Nord)가 비슷한 콘셉트의 서비스를 운영했다. 사용자들은 이때 특별한 앱을 설치해야 했는데 많은 사람이 이를 거부했다. 지금은 앱 없이도 서비스가 작동한다. 알디 대변인에 따르면 당시 테스트는 AI의 도움으로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 실제 적용해본 사례였다.
슈퍼마켓 레베는 다방면에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 쾰른의 한 시범 매장에는 계산대 없이 쇼핑할 수 있는 입구가 별도로 마련돼 있는데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뒤셀도르프 매장에서는 이 기술을 신중하게 도입했다. 셀프서비스 계산대에서는 카메라와 AI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더는 상품을 일일이 스캔할 필요가 없고 화면에 전체 목록이 즉시 표시된다.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쌓이면 나중에 고객은 앱 버전을 선택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을 신뢰하지 않는 고객은 기존 계산대로 가서 줄을 서면 된다.
이런 적응 단계는 분명 필요하다. 2024년 7월 초의 어느 날,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점심시간에 쇼핑하는 고객을 살펴보니 계산대 대신 앱을 사용하는 고객은 50명 중 단 4명뿐이었다. 약 3분의 1은 긴 대기 시간에도 불구하고 계산대에 줄을 섰고 나머지 고객은 셀프서비스 계산대에서 신속하게 결제했다.
독일 소매업체들은 수십 년 동안 계산대 운영을 두고 많은 실험을 했다. 2003년 메트로그룹(Metro AG)은 뒤스부르크 인근 도시 라인베르크에 ‘미래의 매장’을 열었다. 바코드처럼 상품에 전자태크(RFID) 칩을 부착해 무선으로 결제 상품을 판독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무선 태그와 인프라는 식품 소매업체가 감당하기에 너무 비쌌다. 이후에 지문 결제를 시도했으나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고객이 직접 모든 바코드를 스캔하는 셀프서비스 계산대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즉, 계산과 지불이 무료 노동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쾰른의 ‘유럽 소매업 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독일에서 셀프서비스 계산대를 갖춘 매장은 488개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4270개 매장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함부르크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아우토노모(Autonomo)는 소규모 매장을 상대로 트리고와 유사한 기술을 제공한다. 제임스 서덜랜드 아우토노모 대표는 “머신러닝 기술은 고객이 한 사람 늘 때마다, 그리고 제품이 하나 늘 때마다 더욱 개선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더 쉽고 간편하게 분석할 수 있다.”
 

   
▲ 독일을 비롯한 각국의 슈퍼마켓이나 대형 쇼핑몰이 계산대 없는 쇼핑 시스템을 도입하려 하지만 미국의 코스트코나 숍라이트와 같은 대형 체인점은 고객들의 사용 거부로 셀프서비스 계산대 비중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REUTERS

인력 부족이 AI 시스템 촉진
아우토노모는 독일 헤센주 풀다에 본사를 둔 소매업체 테구트(Tegut)의 일부 매장과 몇몇 주유소, 빵집 등에 이 기술을 제공했다. 고객이 앱이나 은행 카드를 통해 체크인하면 AI는 고객이 무엇을 가방에 넣었는지 파악하고 고객이 나갈 때 자동으로 계산한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 에데카(Edeka)의 가맹점 주인 토비아스 바이슈는 슈투트가르트와 그 주변 지역에서 6개 매장을 운영한다. 매장 규모가 너무 커서 아우토노모 시스템을 설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그는 도시 중심부에 있는 대형 매장 바로 옆에 작은 AI 매장을 열 계획이다. 기존 매장이 꽉 차서 넘치는 상황이라, 몇 가지 물건을 빨리 구매하려는 고객을 위해 추가 매장을 마련할 생각이다. 필요한 직원과 창고 등 모든 것이 이미 다 준비돼 있다.
AI 기술은 이미 10년 전에 사물을 인식할 정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 비용이 소매업체에 매력적일 만큼 낮아진 것은 최근 몇 년 사이라고 서덜랜드는 말한다. AI 시스템을 도입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매업체의 인력 부족이다. ‘유럽 소매업 연구소’의 프랑크 호르스트는 “소매업계 종사 인력이 매우 부족해졌다”고 지적했다. 영업시간이 길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무엇보다도 지방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서덜랜드 아우토노모 대표도 이 사실을 확인해줬다. 독일 질트의 한 빵집에 AI 시스템을 설치한 그는 “빵집 주인이 직원 부족으로 이미 다른 여러 가게를 폐점했고 새 가게도 같은 운명에 처할 뻔했지만, 이제 AI로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빵을 팔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로 가득 찬 새 매장이 이전 매장보다 초기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서덜랜드는 제약 없이 영업시간을 연장할 수 있어 매장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직원들도 상품 진열이나 고객 질문에 답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AI는 고객과 직원 모두에게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레베의 매니저 장크토한저도 말한다.
그런데 그게 정말 사실일까? 미국에서는 AI 기술이 고객에게 다가가는 데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코스트코나 숍라이트와 같은 대형 체인점은 셀프서비스 계산대 비중을 줄이고 있다. 소매업체들에 따르면 일부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이 서비스를 거부했다고 한다.

매장 절도도 이슈
또 다른 이유는 어떤 회사도 거의 언급하지 않지만 도난, 즉 좀더 중립적인 표현으로 ‘재고 불일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셀프서비스 결제는 사기를 유발할까? 호르스트는 “독일에서 도난으로 인해 대규모로 셀프서비스 계산대를 철거한 사례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새로운 계산 시스템과 상관없이 도난 범죄는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 유럽 소매업 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이런 범죄로 인한 소매 부문의 손실은 2023년에 15% 증가해 41억유로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런 범죄에 가담한 자 중에는 직원과 공급업체도 있었다.
여기에도 AI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셀프서비스 계산대 위의 카메라는 고객이 상품을 결제하지 않거나 잘못 결제하는지를 인식하도록 설계됐다. 일본 기술기업 후지쓰에서 매장 절도를 막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 중인 베른하르트 베블러는 “우리는 비디오 정보를 셀프서비스 계산대에서 생성된 데이터와 결합시킨다”고 말했다. 쇼핑 바구니에서 물건을 먼저 스캔하지 않고 자신의 가방에 넣으면 시스템에서 알람이 울린다. 하지만 보안 직원을 즉시 호출하는 대신 고객에게 먼저 오류 메시지를 보낸다. “이 시스템은 무엇보다 고객을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 설계됐다.”
또한 AI는 고객이 유기농 바나나의 무게를 측정할 때 더 저렴한 품종의 상품 코드를 입력한 것은 아닌지도 분별한다고 베블러는 덧붙였다. 베시옹(Veesion)과 같은 프랑스 공급업체는 감시 카메라를 사용해 매장에서 의심스러운 일이 일어나면 자동으로 인식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객이 고의로 물건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새로운 기술에 잘 대처하지 못해 좌절감에 물건을 그냥 가방에 집어넣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셀프서비스 매장에는 차단기가 설치돼 있다. 고객은 먼저 영수증을 스캔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매장 밖으로 나갈 수 없다.

ⓒ Der Spiegel 2024년 제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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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최현덕 위원

 

크리스티나 그니르케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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