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애플의 인공지능 승부수- ③ 넘어야 할 과제
류페이린 劉沛林 두즈항 杜知航 친민 覃敏
<차이신주간> 기자
▲ 2024년 3월부터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이 애플에 적용되자 애플은 유럽연합에서 인앱 결제 수수료를 낮추고 제3자 결제방식을 허용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거 유럽연합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애플의 반독점 규제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REUTERS |
‘애플이 자동차를 포기했다’는 소식은 한때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많은 애플 추종자들을 실망시켰다. 그들은 선도적인 모바일 과학기술 기업인 애플이, 지능화를 실현해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모빌리티 분야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어했다. 한 분석가는 애플이 앞으로 “자동차를 보유한 샤오미나 화웨이와 경쟁하기 어렵고 스마트폰에서 자동차로 생태계의 한계를 돌파할 가능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는 샤오미가 출시한 첫 자동차의 여성 차주 비율이 40~50%인데 애플 스마트폰 사용자의 여성 비율이 51.9%라며 이 부분의 사용자가 앞으로 어떤 휴대전화를 선택할 것으로 보이는지 기자에게 물었다.
애플은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Vision Pro)가 새로운 응용 환경이 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가격이 너무 비싸고 얼굴에 쓰고 있어야 하는 한계 때문에 당분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힘들어 보인다. 궈밍치 톈펑국제증권 애널리스트는 2024년 비전프로의 전세계 출하량을 40만~45만 대로 예상했다. 한 미국 개발자는 “비전프로는 판매가격이 너무 비싸서 출하량이 스마트폰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대다수 중소 개발자는 비전프로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참여할 동기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애플은 공장의 생산과 유지보수를 지원하는 등 기업 차원에서 비전프로를 사용하길 기대하고 있다.
‘애플 세금’을 둘러싼 갈등
애플은 하드웨어 기기를 판매해 사용자 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iOS와 앱스토어 그리고 자체 서비스와 도구 등으로 폐쇄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사용자와 개발자에게 입장료, 즉 ‘애플 세금’을 받는 구조다.
2023년 말 애플 기기의 전세계 사용자가 22억 명을 돌파했다. 사용자는 앱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고 비용을 결제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게임 앱에서 도구를 사거나 스트리밍 앱에서 드라마를 감상하고 음악감상 회원이 되면 애플이 거래금액의 30%를 가져간다. 유료 구독 서비스는 첫해에 30%고 그다음부터 15%의 수수료를 받는다. 매출액이 100만달러(약 13억8천만원) 이하인 앱은 수수료가 15%다. 애플은 앱스토어 이외의 제3자 결제플랫폼이 iOS 앱에 ‘인앱 결제’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제한했고 제3자 앱마켓의 입점을 금지했다.
애플은 ‘애플 세금’과 관련한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2022년 앱스토어 개발자가 실물 상품과 서비스 판매를 통해 910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앱 내 광고로 1090억달러,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로 104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애플 세금’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2024년 6월18일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할인행사 기간에 소비자들은 더우인(중국의 틱톡) 생방송 판매자가 iOS 운영체제에서는 아이치이(愛奇藝)와 망고(芒果)티브이 등 동영상 플랫폼의 회원카드 구매 링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시스템에서 나오는 더우인 생방송에서는 앞선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나 지식검색 유료 서비스 등 디지털 서비스 상품도 마찬가지여서 iOS 운영체제에서는 거래할 수 없었다.
같은 상품이 iOS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각각 다른 가격에 거래되는 문제는 사용자들의 오래된 불만이었고 일부 사용자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상하이의 한 애플 휴대전화 소비자(이하 ‘원고’)는 2021년 1월 애플과 애플컴퓨터무역유한공사를 상대로 상하이 지식재산권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아이치이 앱과 히말라야 앱, 왕이클라우드뮤직 앱,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를 중계하는 둥추디 앱에 회원가입한 후 애플이 이런 디지털 상품의 가격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보다 높게 책정했고 오직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원고는 법원이 애플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애플의 공개 사과와 배상금 10만위안(약 1920만원)을 판결하도록 요구했다. 중국에서 발생한 첫 번째 ‘애플 세금’ 관련 반독점 소송이었다.
논쟁의 핵심은 수수료 책정이 합리적인지, 결제방식을 제한했는지 여부다. 판결문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에는 수수료가 0%, 15%, 30%의 세 가지 등급이 있는데 2019~2021년 통계자료를 보면 소송에서 언급한 4가지 앱은 모두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고 앱에서 디지털 상품을 구매할 때도 애플 앱스토어에서 차등적으로 수수료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애플이 받은 수수료는 개발자가 앱스토어에서 얻는 경제적 가치에 대한 합리적 보상이고 불공정한 수준의 고액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소비자와 개발자가 ‘인앱 구매’를 중국 앱스토어에서만 독점적으로 거래하도록 강제하지 않았고 소비자가 다른 거래 방식을 선택하거나 다른 플랫폼에서 결제한 후 애플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 애플은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Vision Pro)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길 기대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얼굴에 착용해야 한다는 한계 때문에 당분간 인기를 끌기 힘들어 보인다. 2024년 6월2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비전프로 출시 행사에서 한 고객이 비전프로를 사용하고 있다. REUTERS |
중국에 더 가혹한 ‘애플 세금’
3년 동안의 공방을 거친 뒤 2024년 5월29일, 상하이 지식재산권 법원은 애플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점유하고 있지만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판결이 만족스럽지 못해 최고인민법원에 상소할 계획이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저장컨딩 법률사무소 왕충페이 변호사는 “애플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를 바꿀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계가 ‘애플 세금’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왕충페이 변호사는 “각국 소비자와 개발자가 법적 방법으로 애플과 싸우고 있고 각국의 입법과 행정, 사법기관도 애플 세금에 반대한다”며 “중국은 애플 매출액에서 2위를 차지하는 시장이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세율을 언급했다. 중국 소기업 개발자의 ‘애플 세금’ 비율이 15%인데 유럽연합(EU)과 미국, 한국은 각각 10%와 12%, 11%다. 또한 중국 표준형 기업의 ‘애플 세금’ 비율이 30%인데 유럽연합과 미국, 한국은 각각 17%와 27%, 26%다. 그리고 유럽연합과 미국, 한국에서는 제3자 결제서비스를 허용했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금지했다.
애플이 해외에서 애플 세금을 낮춘 이유는 현지 감독당국의 단호한 압박 때문이다. 2023년 5월, 유럽연합은 디지털 시장법(DMA)을 시행했다. 이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거대 정보기술 기업을 겨냥한 반독점 법안으로 기업이 플랫폼을 개방하고 플랫폼에 있는 제3자 경쟁자를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요구했다. 디지털 시장법에 따르면 규정을 위반한 기업은 전세계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내야 하고 반복적으로 위반할 경우 과징금 비율이 최고 20%까지 올라간다. 같은 해 9월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처음으로 6개 주요 감독 대상을 지정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다. 이들은 6개월의 유예기간 안에 핵심 플랫폼 서비스가 디지털 시장법의 요건에 부합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피 말리는 규제 대응책
2024년 3월부터 유럽연합의 디지털 시장법이 애플에 적용됐고 애플은 유럽연합에서 인앱 결제 수수료를 낮추고 제3자 결제방식을 허용하며 앱스토어를 비롯한 규정을 바꿔야 했다. 이에 맞춰 개발자들이 움직였고 제3자 앱마켓인 알트스토어(AltStore PAL)가 iOS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애플 앱스토어에 대항했다. 애플의 인앱 결제 규정을 위반해서 철수했던 포트나이트 게임이 iOS로 돌아오겠다고 선언했고 음악 스트리밍 앱 스포티파이는 3월부터 앱에서 결제방법 선택지를 추가해 ‘애플 세금’을 피해가는 방법을 시도했다.
2024년 3월4일, 디지털 시장법에서 규정한 6개월의 유예기간 만료를 앞두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0년에 시작한 조사 결과에 따라 애플이 iOS에서 음악 스트리밍 앱 배급과 관련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18억유로(약 2조7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국도 반독점 분야 규제를 강화했다. 이미 메타와 아마존, 구글과 소송을 벌이고 있던 미 법무부는 2024년 3월21일 16개 주와 공동으로 애플을 고소하고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독점했거나 독점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시엔비시〉(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미 사법부가 법을 이용해 애플이 제품을 설계하는 방식을 규정하려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규제에 대응해서 애플은 마치 치약을 쥐어짜듯 최대한 버티고 있다.” 니콜라스 구겐베르거 미국 휴스턴대학 법학과 교수는 “디지털 시장법이 이제 막 발효됐고 유럽연합이 세부 규정을 어떻게 집행할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어떤 API(앱 프로그래밍 환경)를 공개해야 하고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어떤 앱을 삭제해야 하는지 규정된 바가 없다. 애플은 새로운 조건을 제기해 디지털 시장법 요건을 준수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앱 결제 수수료를 30%에서 27%로 내리고 일부 애플이 독점하던 API를 공개하되 핵심 API는 공개하지 않고, 제3자 앱마켓을 허용하는 동시에 애플이 사전에 설치한 앱이나 앱스토어를 삭제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실 애플은 기존의 이익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새로운 규정이 발표된 후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제공한 앱에서 앱 내 결제로 매출액이 발생하면 여전히 수수료를 받지만 비율을 30%에서 10%로 줄였고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 수수료는 17%로 내렸다. 개발자가 애플 결제를 선택하면 추가로 3%의 ‘비용처리비’를 부과하고 개발자가 애플 결제를 포기하고 제3자 결제서비스를 선택하면 ‘비용처리비’는 없지만 수수료 27%를 받는다. 아이폰 외에도 아이패드와 맥, 애플워치의 수수료 비율도 27%다. 그리고 다운로드 수가 많은 앱은 앱스토어에 등록돼 있지 않더라도 핵심기술수수료(CTF)를 부과해 해마다 다운로드 수가 100만 회가 넘으면 추가로 건당 0.5유로를 받는다.
“이런 조정으로는 부족하다. 수수료를 30%에서 27%로 낮춘 것은 말도 안 된다. 앱스토어를 개방한 정책도 제한이 많다.” 니콜라스 구겐베르거 교수는 시행 과정에서 양측의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왕충페이 변호사는 “각국에서 진행한 반독점 규제가 다른 지역에서도 ‘애플 세금’을 인하하도록 촉진하고 중국의 ‘애플 세금’이 유난히 높은 사실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며 “제3자 결제와 앱마켓을 허용하면 이와 비슷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이 애플을 조사해 ‘애플 세금’이 인하됐지만 이는 중국이 당면한 환경과 다르다.” 오랫동안 애플을 추적해온 한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유럽에서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고 국내총생산(GDP)에는 크게 기여하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수많은 공급망 기업과 협력하고 제조업과 취업 분야를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며 “애플에 대한 감독 정책은 여러 방면의 요소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처한 특수한 환경
애플의 중요한 생산기지인 중국 정저우의 폭스콘(Foxconn)은 지난 10여 년 동안 직원 수십만 명을 고용했고 수천억위안의 수출 실적을 만들었다. 중국대외경제무역통계학회가 2020년 9월 공개한 2019년 중국 대외무역 500대 기업 순위를 보면 정저우 폭스콘의 모회사 훙하이정밀전자유한공사가 3위를 차지했다. 훙하이는 수출입총액이 중국석유화공(SINOPEC)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 다음으로 많았고 허난성에서 유일하게 상위 200위에 속한 기업이었다. 정저우 폭스콘의 2019년 수출입총액은 480억달러(약 65조2천억원)였는데 이는 2019년 허난성 전체 수출입총액의 60%, 정저우시 수출입총액의 80%에 해당했다.
정저우 세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허난성의 휴대전화 수출물량이 867만75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6.7% 줄었고 수출금액은 350억9100만위안으로 역시 동기 대비 58.7% 하락해 500억위안(약 9조61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정저우 항만공항관리위원회는 애플의 휴대전화 제품 일부를 내수로 전환해 수출물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폭스콘정저우과학기술원의 2023년 생산액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12년 연속 동기 대비 증가했고 2024년 1분기 생산액도 소폭 늘었다. 애플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 財新週刊 2024년 제24호
苹果保卫战
번역 유인영 위원
류페이린 economyins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