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애플의 인공지능 승부수- ① 시장 평가는?
류페이린 劉沛林 두즈항 杜知航 친민 覃敏
〈차이신주간〉 기자
▲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024년 6월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연례 세계개발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애플은 이날 두 시간 남짓한 회의에서 상당수의 시간을 인공지능 소개에 할애했다. REUTERS |
“시리, 엄마가 탄 항공기가 몇 시에 도착하지? 점심밥은 어떻게 할까?” 사용자가 아이폰에 질문하자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Siri)가 이메일에 있는 항공편 정보와 실시간 이착륙 정보를 종합해 도착 예정 시간을 답했다. 그리고 사용자가 채팅 프로그램에서 나눈 이야기를 추적해 식사 장소를 제안한 다음 지도를 검색해 공항에서 식당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도 알려줬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이메일과 정보, 지도 등 여러 애플리케이션(앱)을 오가며 검색해야 했지만 지금은 시리를 이용해 몇 초 만에 처리할 수 있다. 시장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인공지능(AI)에 대해 애플이 제시한 답안이다. 온디바이스 인공지능(On-Device AI)을 결합한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는 다양한 앱을 통합해 문장 교정과 내용 요약, 이미지 수정, 음성녹음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음성 비서 시리를 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의 단말 기기에 등장한다.
2022년 11월, 미국의 혁신기업 오픈AI가 인공지능 기반 챗봇 챗지피티(ChatGPT)를 출시한 후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이 전세계를 휩쓸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알리바바, 바이두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경쟁적으로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했고, 삼성과 화웨이, 샤오미, 오포(OPPO) 등 하드웨어 기기 제조사들은 인공지능 모델을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스마트 단말 분야의 풍향계로 평가받던 애플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가 2024년 초 갑자기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을 중단하고 인공지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주력에 대한 우려
2024년 6월10일 애플의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가 열렸다. 두 시간 남짓한 회의에서 애플은 3분의 1이 넘는 시간을 인공지능 소개에 할애했고, 가장 중요한 순서로 배치해 인공지능에 주력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줬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오픈AI의 거대언어모델과 협력하기로 한 결정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물론 오픈AI의 지피티 포오(GPT-4o)가 현재 가장 앞선 인공지능 모델이고, 이를 아이폰에 도입하면 사용자에게 더욱 훌륭한 체험을 제공하겠지만 핵심 기술을 다른 기업에 맡긴다는 뜻이어서 애플의 인공지능 혁신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애플을 추적해온 한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가 끝난 후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 보여준 인공지능 기능은 대부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이미 구현된 것이고 전혀 새롭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픈AI와 협력하며 챗지피티를 이용해 경쟁사를 추격한다고 해도 기술의 통합 깊이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앞지르기 어렵고, 애플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혁신은 어렵고 혁신을 따라잡는 것은 더 어렵다. 시가총액이 3조달러에 이르는 애플도 마찬가지다.”
이어서 애플 인공지능의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애플이 운영체제 차원에서 오픈AI와 통합한다면 테슬라에서 애플 기기 사용을 금지할 것이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 보안 침해다. 특히 애플이 자체 인공지능을 개발할 능력이 없으면서 오픈AI가 사용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도록 보장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말이다. 애플은 데이터를 오픈AI에 넘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픈AI가 아이폰을 통해 사용자 데이터를 가져가는 이미지를 게시했고 그 이미지는 널리 퍼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수석 애널리스트 이반 램은 “애플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함이고 구체적인 기능을 구현하고 사용자 집단을 확대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분간 이런 신기술이 아이폰 판매를 촉진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이 오픈AI와 손잡고 인공지능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애플이 운영체제 차원에서 오픈AI와 통합한다면 테슬라에서 애플 기기 사용을 금지할 것이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 보안 침해다”라고 비판했다. REUTERS |
갈수록 악화되는 경쟁환경
애플은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세계 경제가 여전히 회복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장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경쟁사들이 인공지능을 앞세워 무서운 기세로 돌진하자 애플의 하드웨어 기기 매출액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실적보고서를 보면 2023회계연도에서 휴대전화와 컴퓨터, 태블릿PC를 포함한 하드웨어 기기 매출이 전년 대비 6% 하락했다.
그중 컴퓨터의 하락폭이 27%로 가장 컸다. 매출액에서 60% 넘게 차지하는 휴대전화 매출은 3.4% 하락했다. 2024년에도 하락세가 멈추지 않아서 1분기 애플의 휴대전화 매출액은 동기대비 10% 감소한 459억6300만달러(약 63조152억원)를 기록했다.
고급형 기종인 아이폰 프로 제품의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아이패드 매출액도 동기 대비 17% 하락한 55억5900만달러였고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TV 및 스마트홈, 액세서리 매출액은 동기 대비 10% 하락한 79억1300만달러였다. 컴퓨터 매출만 동기 대비 4% 늘어난 74억5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M3 프로세서를 탑재한 신제품 맥북에어가 잘 팔린 덕분이었다.
중국 시장에서 애플은 더욱 치열한 경쟁에 놓여 있다. 2023년 8월 화웨이의 메이트(Mate) 60 시리즈 휴대전화 판매가 시작됐고 한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그 후 화웨이는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 X5와 중급형 스마트폰 노바(Nova) 12, 고급형 스마트폰 푸라(Pura) 70을 연속해서 출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들었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6.5% 늘어 약 6926만 대였고 아너와 화웨이, 오포, 애플, 비보가 차례로 1~5위를 차지했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7.1%와 17.0%, 15.7%, 15.6%, 14.6%였다. 그중 화웨이의 시장점유율이 110%, 아너는 13.2% 늘었고 나머지 3사는 감소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의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상위 5개 제조사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커서 동기 대비 25% 줄었다.
하드웨어 기기 판매가 둔화하자 애플은 서비스 부문 매출에 의지했다. 2024년 1분기 서비스 부문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239억달러(약 32조7621억원)를 기록했다. 광고와 앱스토어(App Store),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서비스 부문의 구조를 개선한 결과 매출총이익률이 74.6%에 이르러 동기 대비 3.6%포인트 늘었다.
각국 정부의 규제 의지
애플은 운영체제(OS)인 iOS를 중심으로 구축한 폐쇄적 생태계를 기반으로 ‘인앱 결제’를 통해 개발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속칭 ‘애플 세금’이라고 부르는 이 같은 수익 배분 방식이 최근 도전을 받고 있다. 애플은 유럽에서 수수료 비율을 낮추고 제3자 앱마켓을 허용했지만 2024년 3월4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8억유로(약 2조71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해 강력한 규제 의지를 드러냈다. 시장에서 예상했던 5억유로를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었다.
미 국무부도 2024년 3월 애플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폐쇄적 생태계를 이용해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고 클라우드 게임 등 ‘슈퍼앱’과 제3자 디지털 지갑,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 등 앱 개발을 억제했다는 이유였다. 5월 말 중국 상하이 지식재산법원은 중국 소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첫 번째 반독점 소송을 기각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에서 ‘애플 세금’ 세율을 인하하자 ‘왜 중국 시장에서는 내리지 않느냐’는 비판이 거세졌다.
“인공지능 시대가 시작됐고 기존에 출시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변혁을 맞이했다. 인공지능 모델 개발사와 반도체 제조사, 스마트폰 제조사, 개발자 사이의 관계도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오랫동안 애플을 연구했던 한 인사는 “애플이 경쟁 구도를 깨뜨리려면 계속해서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개발자회의가 열린 날 애플의 주가는 저가로 시작해서 낙폭이 점차 커졌고 한때 2% 넘게 하락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6월11일 주가가 7.26% 상승해 시가총액이 2180억달러 늘었고 엔비디아를 추월했다. 그 후에도 주가가 계속 상승해 6월13일에는 3조2900억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전세계 시총 1위 자리에 복귀했다.
ⓒ 財新週刊 2024년 제24호
苹果保卫战
번역 유인영 위원
류페이린 economyins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