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기획] 두바이의 새로운 야심② 성장 전략
두즈항 杜知航 <차이신주간> 기자
▲ 중국의 태양광발전 기업들은 중동과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두바이에 사무실을 설립하고 있다. 2024년 5월23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설치된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광발전 전구 디스플레이. REUTERS |
두바이에는 수십 년 동안 운영해온 현지 물류기업 아라맥스(Aramex)가 있다. 독일 물류기업 디에이치엘(DHL)이 진출해 있고, 아마존과 인도 전자상거래 기업 눈(Noon)이 자체 물류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주문처리량을 기준으로 보면 중국의 물류기업 지투와 아이마일이 이미 선두 기업 반열에 올랐다.
지투의 아랍에미리트 사장 자오자오는 “지투는 전자상거래 택배기업”이라고 말했다. 지투는 2021년 5월 두바이의 환경을 조사한 뒤 2022년 초부터 사업을 시작해 창고를 짓고 육로운송을 추진했으며 배송서비스와 역배송서비스(반품)를 제공했다. 지투가 빠르게 성장한 것은 중국 전자상거래가 성장하면서 물량이 늘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덕분이었다. 지투는 현재 두바이에서만 하루 3~4만 건을 처리한다.
핀둬둬의 테무(Temu), 패스트패션 판매사 쉬인(SHEIN), 알리바바의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틱톡의 전자상거래 부문 틱톡숍(TikTok Shop)은 해외에 진출한 중국 전자상거래 분야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린다. 테무는 ‘일괄위탁관리’ 방식을 도입했는데 판매자가 중국 국내에서 상품을 입고하면 플랫폼이 물류와 반품 등 나머지 업무를 대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 방식은 업계의 진입장벽을 낮춰 무역에 종사할 능력이 없던 판매자를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끌어들였다.
코로나19는 중동 전자상거래 시장의 폭발적인 발전을 이끌었다. 아마존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중동지역 전자상거래 시장의 연복합성장률이 32%였다. 2022년 시장 규모가 370억달러(약 50조7천억원)였고 2026년에는 57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동지역의 인터넷 사용자가 2억 명이 넘고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인터넷 침투율이 99%가 넘어 미국이나 중국보다 높다. 중동지역의 온라인 소비는 잠재력과 기회가 많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발전
자오자오 지투 사장은 “지투가 중동에 진출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에 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현지의 온라인 쇼핑은 일반적으로 오프라인보다 비싸고, 중국 전자상거래는 가격으로 승부하는데 물류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제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막대한 물량을 앞세워 물류회사를 선택할 때 여러 업체를 비교하고, 강력한 가격 협상력을 바탕으로 물류회사가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도록 압박한다.
자오자오 사장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은 중국 배경의 물류회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양쪽 본사와 연동성이 강하고 운영 방식에 익숙하며 언어 소통이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 그리고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는 요구 조건이 가혹해서 이를 충족할 물류기업은 중국 기업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마일이 중국 전자상거래를 위해 24시간 전문고객상담직원을 배치했는데 현지 경쟁업체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 유럽과 미국의 다국적 에너지기업은 비교적 일찍 두바이에 진출했다. 프랑스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은 두바이에 사무실을 열고 2024년 1월부터 아랍에미리트 전기자동차 충전기반시설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REUTERS |
물류시장의 지속적 성장
아이마일과 지투도 초기에 두바이에서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고심했다. 아마르 리즈비 아이마일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창업 초기에 음식배달서비스 진출을 고려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당 이윤이 적고 배송 시간 관련 압박이 강하며 흑자를 실현하기 어려워 결국 포기하고 사업방식이 안정적인 전자상거래 배송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자오자오 사장은 “지투가 한때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제품을 판매하는 개인 판매자를 공략했었다”고 말했다. 판매자는 대부분 두바이 차이나타운에서 장사하는 필리핀 또는 파키스탄인이었고 온라인 광고로 주문을 받고 오프라인으로 제품을 발송했는데 이런 판매자는 주문량이 적고 착불 결제(Cash on Delivery, COD) 후 하루 한 번씩 결산해야 해서 번거롭고 운영비가 많이 들어 이 분야를 전략적으로 포기했다.
두바이에서 택배 배송원은 중국에서 흔히 보이는 삼륜 오토바이나 전동 오토바이 대신 자동차를 운행한다. 기온이 높고 주택가가 분산돼 있어 자동차가 가장 선호되는 운송 수단이다. 두바이는 전기요금이 저렴해서 자오자오 사장은 신에너지자동차 도입을 시도했지만 큰 어려움을 겪었다. 우선 신에너지자동차 배터리를 고온에 적응하도록 개조해야 해서 중국에서 8만위안(약 1530만원) 정도인 신에너지자동차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그리고 새로운 차종이 현지 시장에 진입하려면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인증 비용이 100만위안 정도였다. 이런 비용을 고려해서 신에너지자동차를 임차했지만 임차료가 내연기관차 임차료와 유류비를 합친 것과 비슷했다. 자오자오 사장은 전기차를 시범적으로 도입한 뒤 효과를 보고 다시 결정할 생각이다.
일련의 시행착오를 거친 뒤 두 기업은 중동지역에 뿌리를 내렸다. 자오자오 사장은 “물류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규모는 작지만 건실한’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가격을 무기로 하고 물량으로 승부해야 한다. 아마르 리즈비 최고전략책임자는 “‘가장 가격이 낮은 기업’이 아니라 훌륭한 서비스 체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겠다”며 “‘싼 게 비지떡’이라서 저가 전략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오래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마일은 2022년 6월 마지막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를 비롯한 투자자가 아이마일의 기업가치를 3억5천만달러(약 4800억원)로 평가해 4천만달러를 투자했다. 아마르 리즈비 최고전략책임자는 “아이마일이 현재 흑자 상태이며 자금조달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돈을 뿌려서 시장을 확장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한 상업적 이유가 생기고 특정 전자상거래 고객을 확보하게 되면 새로운 국가의 시장 개척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에너지기업의 진출
지투는 2023년 10월 홍콩거래소에 상장했다. 홍콩 증시 상황, 거시경제 등의 영향으로 최근 시가총액이 642억홍콩달러로 떨어졌다. 상장 첫날의 60% 수준이다. 2023년 지투의 매출액은 88억4900만달러(약 12조1200억원)로 전년 대비 21.8% 늘었고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돼 1억47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두 물류기업은 중동 물류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다. 중동지역에서 전자상거래가 보급되면서 갈수록 많은 사람이 온라인 쇼핑을 시도하고 있고, 젊은 인구가 많고 전체 인구도 늘고 있어 시장 규모가 확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바이는 처음부터 중계무역에 만족하지 않았다. 2004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 건설을 시작했고 동시에 두바이산업시티를 개발하면서 전세계 투자자를 유치해 산업의 다원화를 촉진했다. 2016년부터 ‘두바이 산업 전략 2030’을 추진해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과 부가가치 비중을 늘리기 위한 6개 성장 분야를 확정했다. 항공우주와 해사, 제약 및 의료기기, 알루미늄, 식품 및 음료, 기계설비다.
두바이가 두바이 경제 어젠다 ‘D33’을 추진하는 것 외에도 아랍에미리트 정부도 2021년 ‘We the UAE 2031’ 비전을 선언했다. 2031년까지 산업 부문의 국내총생산 기여도를 1330억디르함(AED·약 362억1100만달러)에서 3천억디르함(약 816억7900만달러)으로 늘리고 제조업의 국내총생산 비중을 두 배 이상 늘려 25%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아랍에미리트는 식음료와 농업과학기술, 의약, 전자기기, 고무 및 플라스틱, 수소, 우주과학기술 등 11개 산업을 중점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에미리트개발은행(EDB)은 5년 동안 300억디르함(약 81억6천만달러)을 투입해 주요 산업 부문을 지원한다. 아랍에미리트는 3년 연속 ‘메이크 잇 인 더 에미레이트(Make It In The Emirates, MIITE) 포럼’을 개최했다. 2024년 열린 포럼에서 아랍에미리트 산업첨단기술부(MoIAT)는 에미리트개발은행과 협력해 인공지능(AI) 혁신사업에 1억달러(약 1370억원)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두바이에서 성장한 업종은 퍼스널 케어와 건축자재, 알루미늄, 식음료품 등이다. 사우드 아부 알샤라브 부사장은 두바이산업시티에 중국롄쑤그룹(China Lesso)과 중젠그룹(CSCEC) 중동법인 등 건축자재기업이 입주했고 퍼스널 케어 제품을 생산하는 인도 히말라야제약(The Himalaya Drug Company)이 2025년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나이지리아 유제품 제조업체 누트리도르(Nutridor)의 9200㎡ 규모의 자동화 공장도 가동 중이다.
선진 제조업 육성 관망
2021년 말에는 두바이산업시티와 원차오그룹(溫超集團)이 협력 계약을 체결했고 원차오그룹은 식품제조공장과 자동화 창고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9만2천㎡ 규모의 용지를 매입했다. 이를 위해 7억3500만디르함(약 2억달러)을 투자하고 시설이 완공되면 해마다 약 5억디르함(약 1억3600만달러) 상당의 식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두바이사우스에 있는 한 원저우마트는 중국 국내에 있는 슈퍼마켓처럼 넓고 밝은 매장에 다양한 종류의 채소와 중국 간식, 한국 김치, 일본 찹쌀경단 등 동아시아 식품을 진열하고 있다. 인도인 요리사가 젠빙(얇은 밀가루 반죽에 채소와 고기 등을 싸서 먹는 음식)을 만들고 옆에는 쓰촨식 마라탕 식당이 있다. 고객이 채소와 고기, 당면 등 신선한 식재료를 고르면 즉석에서 조리해주는데 가격은 1근에 58디르함(약 15달러)이다. 2006년 저장성 원저우에서 온 쑨젠성이 두바이에 첫 번째 원저우마트를 개업했고, 2012년에는 1천만위안이 넘는 자금을 투자해 사막 한가운데에 채소재배 농장을 만들었다. 현재 수세미오이, 비름나물, 부추, 유채 등 중국인이 좋아하는 채소를 재배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두바이의 선진 제조업 육성을 관망하고 있다. 인구와 시장 규모를 보면 사우디가 아랍에미리트보다 제조업이 진출하기에 유리해 보이기 때문이다. 2023년 5월, 중국바오우철강그룹(China Baowu Steel Group)이 사우디아람코(Saudi Aramco),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와 계약을 체결하고 사우디에 친환경 저탄소 후판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태양광발전기업 룽지뤼넝(LONGi)은 2023년 중동과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두바이에 사무실을 설립했다. 류샤오첸 룽지뤼넝 중동아프리카지역부 전략시장 책임자는 “두바이에 지역본부를 둔 이유는 두바이의 개방적인 문화와 정치, 경제 환경, 성숙한 법률체계와 무역항 등이 고객사에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태양광발전사업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주택과 공장, 건물에 설치하는 분산형 태양광발전과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다. 류샤오첸은 “국외에서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려면 모듈을 비롯한 설비를 중국 국내에서 운송해야 하고 현지에서 작업을 맡은 업체가 설치하고 테스트한다”고 말했다. 룽지뤼넝은 현지에서 모듈 제품과 시스템 솔루션의 판매와 사후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류샤오첸은 “룽지뤼넝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녹색전력+녹색수소에너지’를 통합한 솔루션으로 지역의 에너지 구조 전환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
유럽과 미국의 다국적 에너지기업은 비교적 일찍 두바이에 진출했지만 공장을 설립하진 않았다. 프랑스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은 두바이에 사무실을 열고 2021년 훈련센터를 설립했다. 2024년 1월에는 아랍에미리트 전기자동차 충전기반시설 건설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미국 에머슨(Emerson)은 2016년 두바이에 고객사 체험시설과 고객사의 신입 직원을 위한 교육시설을 설립했고 지금은 현지 기업의 건물 옥상에 태양광발전설비 설치를 지원한다.
전세계 산업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두바이가 중국에서 이전하는 생산기지를 유치하려면 정치와 경제 등 여러 요소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24년 6월6일, 미국의 동남아 4개국에서 생산된 태양광발전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 면제 기한이 끝나 중국 기업의 동남아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발전을 포함한 일부 중국 기업의 동남아 공장은 가동 중단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책적 혜택이 현실적인 이해타산보다 설득력이 강할 수는 없다. 두바이에 사무소를 개설한 한 중국 기업 관계자는 “지금은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투자할 것인지에 관심을 둔다”며 “기업이 현지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일자리를 늘리고 산업클러스터 조성에 이바지하길 바라지만 기업은 자선기관이 아니라서 수익성과 리스크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의 생산능력과 시장 규모, 수출 가능성, 세금과 노동문제 등을 고민해야 한다.
“일부 투자자는 아직 두바이의 기회를 충분히 이용하지 않았다.” 두바이 국영기업 테콤그룹의 사우드 아부 알샤라브 부사장은 “두바이 경제관광부도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업의 사업 확장을 위한 지원 정책을 소개했다. 두바이 산업단지는 중국 신에너지자동차 클러스터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진행했다. 두바이 상공회의소는 2023년 12월 제1회 ‘두바이비즈니스포럼’을 개최한 데 이어 2024년 8월 국외에서는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포럼을 개최해 양국 정부와 시장기관을 초청해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투자 기회를 탐색할 계획이다.
사우드 아부 알샤라브 부사장은 미래를 희망적으로 예측했다. 그는 “기업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 먼저 사무소를 만들고 현지 상황에 익숙해지면 행동이 빨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상업회사법을 개정해 특정 업종의 외국인 투자자가 자유무역구 이외 지역에서 합자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사우드 아부 알샤라브 부사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자료를 인용해 “2023년 두바이가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 392억6천만디르함(약 107억달러)에서 그린필드 투자(Green Field Investment·국외 진출 기업이 투자 대상국에 생산시설이나 법인을 직접 설립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한 유형) 금액이 세계 도시 순위에서 5위를 차지했다”며 “두바이는 세계 3대 도시로 도약을 꿈꾼다”고 말했다.
ⓒ 財新週刊 2024년 제26호
海外掠景:迪拜新野心
번역 유인영 위원
두즈항 economyins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