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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되면 노동자 고통받을 것”

기사승인 [173호] 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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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약발 먹히는 트럼프의 친기업 정책- ④ 다론 아제모을루 MIT 교수

 
미국 경제학자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lu, 56)는 중도좌파 정당이 핵심 지지층을 배신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하면 미국은 독재의 위험에 처하게 되고, 그의 첫 번째 재임(2017년 1월~2021년 1월) 때보다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슈피겔> 기자
 

   
▲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경제학 교수 다론 아제모을루는 중도좌파 정당이 핵심 지지층을 배신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다론 아제모을루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경제학 교수이자 선도적인 경제학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제임스 로빈슨과 공동으로 번영의 역사적 기원을 탐구한 베스트셀러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를 집필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최근에는 같은 대학 교수인 사이먼 존슨과 함께 새로 저술한 책(<권력과 진보>)에서 인류가 기술 통제와 복지 분배를 두고 오래전부터 투쟁한 것을 설명했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것은 미국 노동자에게 어떤 의미인가.
첫 번째는 실질적인 위험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두 번째로 당선되면 미국의 제도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정말로 독재 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 매우 크다. 트럼프는 첫 재임 기간에 이미 민주주의를 상당히 위협하는 존재였다. 이제는 8년 전보다 훨씬 더 나빠질 수 있다.

독재 정권, 트럼프가 돌아온다
미국에는 사법부, 언론, 의회 등 행정부를 견제하는 강력한 기관들이 있다. 이 기관들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을까.
아니다. 나는 전혀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회는 완전히 양극화돼 있다. 특히 공화당은 트럼프의 당이 돼버렸다. 법원은 그가 임명한 판사들로 가득 차 있다. 시민사회가 트럼프에 맞서 싸우겠지만 트럼프 지지자들도 극단화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카오스(혼돈)를 만들어내는 ‘레시피’다. 진짜 문제는 트럼프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결이다.
민주주의는 미국에서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위협받고 있다. 다행히 프랑스 총선에서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이 3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프랑스와 유럽은 아마도 극우 총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이제 안심이 되는가.
아니다. 가까운 미래의 위험은 막았다. 하지만 르펜을 저지하기 위해 좌파, 중도, 일부 중도우파 정당의 연합이 필요했다. 게다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좌파연합 신인민전선(NFP)은 마찬가지로 극단주의 성향이 강한 장뤼크 멜랑숑의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가 장악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다음 선거에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을 향한 프랑스 국민의 심판으로 봐야 하는가.
마크롱은 프랑스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련의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의 눈으로 보면 그는 글로벌 엘리트, 은행가, 대기업 총수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사람으로 비쳤다. 마크롱은 노동계급에 다가갈 언어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노동계급이 원하는 정책도 만들지 않았다. 이제 마크롱은 너무 늦었다. 유권자들은 그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더는 바꾸지 않을 것이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노동자의 54%가 르펜의 정당에 투표했고, 독일에서는 주로 ‘독일을위한대안’(AfD)에 투표했다. 사회민주주의가 한때 그들이 대변하고자 했던 유권자층을 잃은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빌 클린턴(미국), 토니 블레어(영국), 게르하르트 슈뢰더(독일) 등 중도좌파 지도자가 노동자를 위한 정치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다국적 기업, 특히 금융 부문의 이익을 위한 자유화에 집중했다. 한동안 지지층은 이를 용인했지만,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들의 행각을 배신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 2024년 6월 말과 7월 초 치러진 프랑스 총선에서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은 3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다음 선거에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 르펜이 6월14일 프랑스 북부 도시인 에냉보몽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셀피를 찍고 있다. REUTERS

중도좌파, 고학력 상류층에 초점
미국에서도 대학 학위를 가진 시민은 주로 좌파에 투표하는 반면, 대다수의 노동자는 트럼프에게 투표한다. 이것을 서구 산업 국가의 새로운 정당 지형으로 봐도 될까.
바로 그렇다. 어디서나 고학력 엘리트들이 중도좌파 정당을 장악했다. 그들의 정책과 수사는 이제 노동자 계층이 아니라 고학력 상류층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자면 어떤 것이 있나.
중도좌파 정당들은 여전히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인상이나 보조금 투입과 같은 고전적인 정치 콘셉트를 선호한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근로자가 찬성하는 관세, 고용 프로그램 또는 이민 제한 조치에는 반대한다. 중도좌파 정당이 교육받은 엘리트 세력으로 인식되면서, 노동자 계층이 선호하는 정당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클린턴, 블레어, 슈뢰더는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려 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 과정에서 몇 가지를 간과했다. 첫째, 사람들은 단순히 지원금이나 보조금을 나눠주는 것보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치시스템을 더 원한다. 둘째, 세상은 경제 교과서보다 더 복잡하다. 단순한 재분배 정책이나 세금 정책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수 있다. 때로는 최저임금을 적정하게 책정하거나 노조의 단체교섭력을 강화하는 등 정부가 노동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마음을 되찾겠다고 약속하며 취임했다. 그런데 그는 왜 성공하지 못했나.
그건 내게도 수수께끼다. 바이든의 국내 의제는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인플레이션감축법과 같은) 획기적인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그는 최근 미국 역사에서 가장 친노동적인 대통령이었다. 바이든은 노동조합을 지원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옹호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개선하고, 고용을 촉진했다. 그럼에도 이민정책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
정당한 비판이었는가.
아니다. 하지만 바이든 이전의 민주당은 이민에 대해 매우 자유주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일부는 국경을 완전히 개방하기를 원하기도 했다. 그것은 교육을 덜 받은 많은 미국 노동자들의 바람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었다. 바이든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트럼프의 비인간적인 이민자 조치 중 몇 가지를 철회했다. 이 때문에 우파 언론은 그를 나약하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이민 문제는 바이든이 실제로 합리적인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음에도 표를 잃게 한 사안 중 하나다.
미국의 저숙련 노동자는 이민자가 대거 유입되면 임금이 떨어질 것이라며 두려워한다. 많은 민주당원은 이러한 우려를 왜 무시했는가.
과거 이민은 미국에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이민자들은 사업을 시작하고, 열심히 일하며, 그들의 자녀는 과학자, 발명가 또는 경영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민자들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증거가 있음에도 기존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민에 대한 정서적·문화적 방어 반응이 항상 존재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 역사에서 가장 친노동적인 대통령이었지만 이민정책 때문에 노동자의 지지를 크게 얻지는 못했다. 2023년 9월 바이든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노동절 축하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REUTERS

부유층에게 이민은 유리
반면에 부유층에게 이민은 대부분 유리하다.
소득이 높고 금융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이민자들은 저렴한 가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집을 청소하고, 정원을 관리해준다. 또한 이민자들은 부유층의 이웃에 살지 않으며 주택, 일자리 또는 엘리트 학교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지도 않는다. 반면에 당신이 뉴욕에 사는 교육 수준이 낮고, 저렴한 가격대의 집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미국인이라면 이민자를 경쟁자로 인식할 것이다.
좌파가 소수자와 이민자의 필요에만 너무 집중하고 노동자에게는 너무 소홀했던 것인가.
미국과 영국의 경우에는 확실히 그렇다. 내가 중도좌파 싱크탱크를 방문하면 노동계급의 문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 대신 인종 불평등, 젠더, 차별 문제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오해하지 말아달라. 이 사안들은 모두 중요한 문제이며, 특히 중도좌파 정당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정치의 주요 주제로 삼는다면 위험해질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런 문제는 많은 저소득층과 저학력 유권자에게는 생소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이 분야의 미국 입법은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켜 좌파 진영에 종종 해를 끼쳤다.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스웨덴이나 덴마크처럼 이민에 강경한 입장을 취한 좌파 정당이 성공을 거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유럽 사회민주주의의 올바른 길인가.
중도좌파 정당들은 이민과 관련해 그들만의 뚜렷한 노선을 찾아야 한다. 덴마크에서는 사회민주당이 중도우파의 정책을 대부분 채택했다. 효과가 있었지만 나는 이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에서 정당은 다수가 지지하는 정책을 그대로 채택해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걱정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는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기후변화다. 많은 근로자는 탈탄소화로 인해 전통적 산업이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을 우려한다. 이것이 노동계층이 가진 불만의 원인 중 하나인가.
나는 지구온난화에 맞서는 단호한 조치에 찬성하지만, 여기에는 올바른 수사와 올바른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바이든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올바른 일을 했다. 이 법안은 미국에서, 어쩌면 산업화한 세계 전체에서 가장 포괄적인 기후정책 법안이다. 동시에 지구 대기 보호와 녹색 일자리 창출을 결합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이는 기후정책을 근로자들의 입맛에 맞도록 만든 올바른 접근 방식이다.

독재자도 대중 지지 필요
헝가리나 튀르키예의 독재정권은 다른 방식으로 노동자 계급에 구애하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엘리트들의 논리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며, 이에 저항하는 소시민의 대표로 자신을 내세운다. 이것은 단순한 선전 전략 그 이상인가.
헝가리에서는 부패가 만연해 있지만 정부는 엄격한 이민정책을 시행하고, 경제 상황도 나쁘지 않다. 튀르키예에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임기 초 사회의 가난한 계층의 목소리를 듣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택을 건설했다. 반면에 불평등이 심화되고 인맥을 가진 사업가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많은 권위주의적 퇴보에도 튀르키예 국민의 일부는 여전히 에르도안을 지지하고 있다.
독재자들은 어떻게 노동자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는가.
오늘날 북한을 제외하고는 어떤 독재자도 철권통치와 탱크만으로는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 독재자에게는 대중의 지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에르도안은 튀르키예 정부기관을 체계적으로 약화시키고 언론과 사법부를 통제하고 있지만 권력을 유지하려면 여전히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리고 그는 최근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 독재자들은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나 트럼프처럼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조장하거나 무자비하게 이민자에 반대한다. 그러므로 이들은 이런 문제에서는 때때로 노동계급 일부의 분위기를 더 잘 반영한다.
당신은 민주주의가 노동자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만들지 않으면 소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좌파 진보 진영에 어떤 조언을 하겠는가.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란다. 중도 정당은 노동자를 위해 훨씬 더 힘써야 한다. 더 높은 임금, 더 낮은 불평등, 더 많은 일자리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민과 국제무역을 포함한 다양한 이슈와 관련해 노동계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민주주의 제도를 약화한 것은 위에서 아래로 통치하는 기술관료주의적 방식이었다.

ⓒ Der Spiegel 2024년 제29호
»Die Linke spricht nicht mehr für die Arbeiter«
번역 황수경 위원

 

미하엘 자우가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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