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VER STORY] 약발 먹히는 트럼프의 친기업 정책- ② 독이 든 사과
팀 바르츠 Tim Bartz 이네스 최틀 Ines Zöttl <슈피겔> 기자
▲ 2018년 3월22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첨단 제품에 ‘지적재산권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대통령 각서에 서명할 준비를 하고 있다. 트럼프 재임 동안 이미 관세로 인해 대다수 제품의 가격이 상승했고, 기업들이 수입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구매력이 떨어졌다. REUTERS |
금융위기로 인해,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는 정부의 지원 조치로 인해 미국의 부채 부담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공화당에 우호적인 경제학자들마저도 긴장하게 한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소속 경제정책 연구 책임자 마이클 스트레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재임 동안 “전통적인 공화당 정책과 포퓰리즘적 국가주의를 혼합한 정책”을 추구했는데, 이제 다시 정권을 잡을 경우 국가의 기둥뿌리가 흔들리지 않을지 우려한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국가 부채의 이자를 감당할 만큼 경제가 강력하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대적으로 긴축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가 널리 퍼져 있다. 또한 새로이 부채를 내는 경우 지불해야 할 비용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투자회사 밴틀리온(Bantleon) 소속의 경제학자 안드레아스 부쉬는 이 상황을 째깍거리는 시한폭탄에 비유한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이 보는 상황은 다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 고문이었고, 현재 ‘미국행동포럼’(American Action Forum)이라는 보수적 싱크탱크의 대표인 더글러스 홀츠이킨은 트럼프의 첫 임기가 혼란과 규범 위반, 파괴로 특징지어졌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그가 이룬 성과를 여러 측면에서 보면 바이든이 한 것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하기 전, 미국에서 5년 연속으로 5개 주요 기업의 본사가 미국을 떠났는데, 이는 “가장 크고 성공적인 기업들의 이탈”이었다고 홀츠이킨은 주장한다. “법인세 인하 이후 우리는 단 한 기업도 잃지 않았다.”
▲ 트럼프의 경제 어젠다를 주도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 대표는 ‘무역 적자가 전반적으로 나쁜 것이며 미국에 해롭다’는 단순한 생각을 중심으로 빙빙 돌고 있다. REUTERS |
미국 경제는 시한폭탄
세금 인하에 대한 전망이 너무 매력적이다보니, 최상위 경영인들 및 트럼프 지지 진영의 경제학자들은 이로 인한 치명적인 결과나 공화당의 다른 선거 캠페인 공약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모든 수입품에 10% 일반관세,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하고 불법 이민자 1천만~1500만 명을 추방하겠다는 트럼프의 발표 말이다.
감세, 정부 재정 적자 증가, 전세계와의 무역 전쟁, 이민자 대량 추방이 결합하면 인플레이션이라는 독극물이 제조될 수 있다. 경제사학자이자 컬럼비아대학의 교수인 애덤 투즈는 팟캐스트에서 트럼프의 입장이 경제에 충격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조리법’(레시피)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재임 동안 이미 관세로 인해 대다수 제품의 가격이 상승했고, 기업들이 수입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구매력이 떨어졌다. 미국기업연구소의 경제학자 스트레인은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 모두 패자가 되는 부정적 상황으로 이어져 미국 산업에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체류 허가가 없는 이민자들을 대량으로 추방하는 일은 “미국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임금과 물가가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스트레인은 미국의 번영에 함께 기여한 집단, 즉 “열심히 일하고 야망이 있는 많은 외국인”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민 노동자 수백만 명의 값싼 노동력이 없다면 미국의 임금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대형 투자은행 바클리(Barclays)는 미국 경제가 이민에 의존하는 정도를 계산했다. 그 결과, 지난 12개월 동안 농업과 관련이 없는 분야의 신규 일자리 중 75%가 이민자들로 채워졌음이 드러났다. 생산량 증가의 거의 3분의 1이 이민자 덕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팬데믹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트럼프의 경제 어젠다를 주도한 사람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 대표다. 그는 ‘무역 적자가 전반적으로 나쁜 것이며 미국에 해롭다’는 단순한 생각을 중심으로 빙빙 돌고 있다. 낮은 가격으로 수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복지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그는 이해하지 못한다.
▲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설치된 세계 최대 규모의 헬리오스탯(태양열을 모으는 반사거울) 단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태양광 산업의 붐을 일으켰지만 많은 환경 규제를 실시해 재계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REUTERS |
리나 칸, 공공의 적
라이트하이저는 이미 보호주의적인 봉쇄 정책에 기반해 세계무역기구(WTO)를 마비시켰다.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그가 외국 정부의 팔을 비틀어 외국의 통화 가치를 높이도록 할 것이라는 소문이 요새 워싱턴에서 끈질기게 돌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달러 약세로 미국의 수출이 더욱 매력적으로 변하고 미국의 무역수지를 유리하게 만들 것이다. 그 대신 미국인은 외국 상품을 더 비싼 값에 구매해야 하며,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다.
미국행동포럼의 홀츠이킨 대표는 트럼프가 “억압적인 정부 규제를 완화하는 데 있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미국 대통령”이라고 극찬한다. 반면 그에게 바이든은 과도한 규제의 대명사다. 뉴욕시 경영자협회인 파트너십(Partnership)의 회장 캐시 와일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그는 뉴스 사이트 <폴리티코>에 많은 공화당원이 “트럼프의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보다 민주당의 자본주의에 대한 위협을 더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바이든의 정책은 신뢰받지 못했다. 바이든은 수많은 환경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특히 텍사스와 플로리다 같은 남부 주에서 태양광 산업의 붐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서는 여전히 트럼프 지지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민주당의 거점인 미국 서부 해안,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서도 기술 기업인들이 반드시 민주당이나 바이든의 편을 들지는 않는다.
특히 미국 소비자보호 기관인 연방거래위원회의 리나 칸 위원장은 이들의 적으로 간주된다. 그는 바이든이 임명했으며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디지털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에 맞서 싸우고 있다. 또한 그가 이끄는 반독점 기관은 (사람처럼 생각하고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인공일반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과 같은 인공지능 비즈니스의 과잉을 억제하고자 한다.
트럼프의 복수가 두렵다
2024년 초, 칸의 기관은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앤트로픽에 소환장을 보내 그들의 투자와 경쟁 환경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했다. 칸은 과거에도 거대 인터넷 기업들과 종종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에 이 사건이 어떻게 끝날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워싱턴의 한 내부자에 따르면, 칸을 향한 실리콘밸리 디지털 개발자들의 짜증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들은 차라리 ‘딜 메이커’(거래 해결사)인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과 더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그와 놀라울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차기 대통령 후보와 사이가 나빠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트럼프도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그의 복수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 고위 은행가는 지적한다. 일부 경영인은 단순히 차기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 투자자인 서스쿼해나(Susquehanna)는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ByteDance)의 지분 약 15%를 보유하고 있다. 대통령 시절 트럼프는 중국 플랫폼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틱톡의 미국 사업 매각을 강행하려 했다. 이 금지령은 실패로 돌아갔고, 바이트댄스는 미국 법원에서 성공적으로 스스로를 방어했다.
한때 공화당에 절대 투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네버 트럼프’(트럼프는 절대 찍지 않음)였던 서스쿼해나의 창립자 제프 야스와 그의 아내 재닌은 현재 트럼프 후보의 선거 캠페인에 약 7천만달러를 기부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저택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야스 부부를 만났다. 이제 후보로서 트럼프는 갑자기 틱톡 금지령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는 몇 주 전에 직접 틱톡에 가입했다. 그의 계정은 24시간 만에 2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 Der Spiegel 2024년 제27호
Verfemter a. D.
번역 최현덕 위원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