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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내는 신모빌리티 혁명

기사승인 [174호]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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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중국 자율주행의 질주- ① 차량·도로·클라우드 통합

 

   
▲ REUTERS

차량인터넷 시대 신모빌리티 혁명
중국이 ‘미래 자율주행 패권국’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첨단 기술력을 앞세워 신(新)모빌리티 혁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중국 자율주행 기술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오랜 기간 뚝심 있게 추진한 중국 정부의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24년 7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20개 도시를 차량·도로·클라우드가 일체화된 스마트 커넥티드카(ICV) 응용 시범지역으로 선정하면서 중국 전역이 ‘차량인터넷’ 시대에 발맞춰 세계 최대 자율주행 시험장이 되고 있다. 중국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 경쟁력을 들여다봤다. _편집자


류페이린 劉沛林 친민 覃敏 <차이신주간> 기자

중국 정부가 스마트 커넥티드카의 ‘차량·도로·클라우드 통합’ 시범사업에 참여할 20개 지역을 발표한 후 한 달이 지났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된 지역은 그동안 설계방안을 공모하는 입찰을 진행했고 지금까지 발표된 투자 규모가 300억위안(약 5조6600억원)을 넘었다. 이번에 선정되지 못한 지역은 준비를 보완하고 계획을 수립해 2차 사업에 대비하고 있다.
‘차량·도로·클라우드 통합’이란 스마트 자동차와 스마트 교통,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에 통신, 고정밀 지도 등을 추가해 차량과 도로, 통신, 클라우드, 지도를 통합하고 이러한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기술을 다양한 상황에 응용하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 커넥티드 자동차 기술의 발전과 산업화를 촉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 2024년 1월, 공업정보화부와 공안부, 자연자원부, 주택도농건설부, 교통운수부 등 5개 부처가 공동으로 시범사업 계획을 공지했고 반년 후 20개 지역 명단을 발표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충칭 등 3개 직할시와 선양, 창춘, 난징 등 17개 성 정부 소재지, 중점도시 또는 지역 컨소시엄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차량·도로·클라우드 통합’ 사업은 차량 단말기와 노변 인프라, 클라우드 제어 플랫폼 부문으로 구성된다. 차량용 단말기는 소비자 수요와 자동차 제조사의 공급 상황, 관용차와 버스 등 구매 계획에 따라 결정되고 정부는 도로 주변 기반시설과 클라우드 플랫폼 구축을 주도하게 된다.
 

   
▲ ‘차량·도로·클라우드 통합’사업은 아직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했고 운영도 쉽지 않아 보인다. 2024년 8월16일 중국 베이징 순이구에서 메이퇀의 무인배송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한겨레

차량인터넷 기간망 형성
“지금까지 발표된 정부 투자 금액이 벌써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조달 수요가 2023년 같은 기간보다 5배 넘게 늘었다.”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는 모구처롄공사(Mogo Auto)의 뤼빈 부사장은 “그동안 스마트 교통과 자율주행, 차량인터넷(Internet of Vehicles·IoV) 사업이 소규모 시범사업 단계에 머물렀지만 이제 대규모 보급 단계로 진입해 20개 주요 도시에서 3년 안에 30개 고속도로를 개조해 중국 차량인터넷의 기간망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 시범사업 기간은 2024년부터 2026년이다. 업계에서는 지금의 추진 속도대로라면 2024년 말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투자 금액이 6천억위안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6년에는 시범사업을 전국 50개 주요 도시와 20개 자동차 제조사로 확대해 10조위안(약 1888조2천억원)이 넘는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낼 전망이다. 첫 시범사업에 30개가 넘는 지역이 신청했고 곧 2기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신증권(華鑫證券)은 정부 투자 규모를 기준으로 시내 도로 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시장 규모를 4047억위안, 고속도로 기반시설 시장은 1327억위안,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295억8100만 위안으로 예상했다.
연초에 시범사업 계획이 발표되자 업계는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2024년 5월, 재정부가 4차 초장기 특별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하고 ‘차량·도로·인프라 통합’ 사업이 지원 대상에 포함되자 관련 기업의 주가가 상승했다. 두 달 만에 스마트 교통시스템 기술을 연구하는 완지커지(VanJee Technology)의 주가는 최고 상승폭이 70%를 넘었고 스마트 교통과 사물인터넷 응용 기술을 개발하는 진이커지(Genvict Technology)의 주가는 최고 상승폭이 100%를 넘었다.
신속한 정책 추진 속도는 정부가 자동차 지능화의 ‘후반전’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2024년 6월18일 공업정보화부 장비공업1사의 먀오창싱 1급 순시원은 ‘제11차 국제 스마트 커넥티드 자동차 기술 연례 회의’ (CICV 2024)에서 “스마트 커넥티드 자동차가 인공지능과 정보통신,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기술을 자동차 분야에 응용한 핵심 매개체고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전환하려는 전략적 방향”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중국의 스마트 커넥티드 자동차 기술은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지만 아직 기술 혁신과 법규 제정, 다른 산업과의 협업, 생태계 구축, 비즈니스 모델 탐색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다음 단계에서는 공업정보화부가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업무 협업을 강화하며 차량 인프라 협력형 자율주행 전략을 추진해 더욱 강력하게 스마트 커넥티드 자동차의 고품질 발전을 촉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과 달리 차량 단독 자율주행 기술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차량 단독 자율주행은 지능형 주행 시스템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제어 결과를 출력하고 자동차와 클라우드의 데이터를 통해 인간 운전자를 모방하도록 훈련한다. 미국의 테슬라와 중국의 바이두, 그 밖에 전세계 자율주행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노선이다.

고품질 자율주행 발전 촉진
2023년 11월, 공업정보화부를 포함한 4개 부처가 공동으로 ‘스마트 커넥티드 자동차 진입 및 도로 주행 시범사업에 관한 통지’를 발표한 후 7개월 만에 비야디(比亞迪)와 웨이라이(蔚來汽車), 창안자동차(長安汽車)를 포함한 9개 자동차 생산 기업의 L3(조건부 자동화)와 L4(고도 자동화) 도로주행 시험이 허가를 받았다. 한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는 중국 정부가 차량 인프라 협력형 자율주행과 차량 단독 자율주행 방식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며 “두 방식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해주는 관계”라고 말했다.
“차량 단독 자율주행은 연산능력과 알고리즘, 데이터에 의존한다. 테슬라의 주행보조시스템 ‘풀 셀프 드라이빙’ (Full Self Driving·FSD)이 전형적인 예다. 테슬라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H100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개를 비롯해 고성능 반도체를 장착한 슈퍼컴퓨터로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테슬라는 누적 주행거리가 16억 마일이 넘고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했다. 그런데 우리는 첨단 반도체를 확보하는 데 제한이 있고 자동차 주행거리도 적어서 이 기술로 경쟁사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차이나모바일의 ‘차량·도로·클라우드 통합’ 사업 책임자는 “중국의 5G(5세대) 기술이 세계적으로 앞서 있고 사회기반시설 건설 능력도 강하다”며 “‘차량·도로·클라우드 통합’ 사업으로 이런 강점을 살려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하면 자율주행 경쟁에서 경쟁 상대를 추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자율주행기업 임원은 “정부가 신에너지자동차로 성공한 경험을 복제하길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 단독 자율주행이 미국에 뒤진 상황에서, 먼저 정책을 통해 지원하고 사회기반시설 건설의 강점을 살려 노변 인프라를 구축하면 자동차와 인프라의 협업을 통해 자동차 지능화 경쟁의 ‘후반전’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그는 20개 시범지역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인정했다.
이런 계획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차량·도로·클라우드 통합’ 사업은 지방정부의 투자가 뒷받침되겠지만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하려면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다. 투자금 회수에 대한 우려를 인식해서인지 중국 정부가 1천억위안의 국채를 발행해 차량 인프라 협력형 자율주행 사업을 지원한다고 밝혔고 이 소식은 투자자의 사기를 북돋웠다.
장융웨이 중국전기자동차백인회 부이사장 겸 사무국장은 “‘차량·도로·클라우드 통합’을 도시 전체로 확대하려면 투자비용이 몇 배로 늘어나 정부 투자에만 의존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도로·클라우드 통합’을 위한 시설이 고속도로를 비롯한 사회기반시설과 비슷하므로 고속도로 유료화 방식을 참고해 자금을 빌려 건설을 끝낸 후 운영 수익으로 부채를 상환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차량·도로·클라우드 통합’ 사업은 아직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했고 운영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더 많은 제도를 보완하고 상용화 가능성을 발굴해 시장 참여자들이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차이나모바일 사업 책임자는 “신호등 정보와 비가시선(Non Line Of Sight·NLOS) 정보 제공 등 전형적인 응용 시나리오는 물론 새로운 상업적 가치를 발굴해 ‘차량·도로·클라우드 통합’ 기술의 생태계를 완성하고 사업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중국 정부가 2024년 7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20개 도시를 차량·도로·클라우드가 일체화된 스마트 커넥티드카(ICV) 응용 시범지역으로 선정하면서 중국 전역이 세계 최대 자율주행 시험장이 되고 있다. 2023년 9월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전기자동차 제조업체가 스마트 커넥티드카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REUTERS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 찾아야
차량인터넷은 5G 통신의 최대 응용 시나리오 중 하나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5G 기술을 이용해 도로를 개선하고 수준 높은 자율주행 시범구를 구축하도록 독려했다.
먀오창싱 순시원은 앞서 소개한 ‘CICV 2024’ 회의에서 2024년 5월 말 현재 전국에 17개 국가급 시험 시범구와 7개 차량인터넷 선도구, 16개 스마트시티 기반시설 및 커넥티드 자동차 협업 발전 시범도시에 개방형 시험 시범도로 3만2㎞를 완공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7700장이 넘는 시험 허가증을 발급했으며 누적 시험 주행거리가 1억2천만㎞에 이르고 각 지역에 지능형 노변장치 8700세트를 설치하고 클라우드 제어 플랫폼을 건설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범구와 선도구가 소규모로 분산돼 있어 자율주행기술과 차량인터넷 기능의 대규모 응용을 지원하기는 어렵다. 공업정보화부는 시범사업을 확대해 차량과 도로, 클라우드, 통신, 지도, 보안 등 각 분야를 통합하고 기반시설 투자와 건설, 운영의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구조를 구축하길 희망했다.
앞서 소개한 차이나모바일 사업 책임자는 “지금까지 진행했던 사업은 대부분 일부 도로를 개조한 수준이어서 차량이 시범구를 벗어나면 기술을 시연할 수 없었다”며 “앞으로 분산된 시범도로를 연결하고 서로 다른 지역의 데이터를 연동하면 규모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각 지역의 차량 인프라 협력형 자율주행과 지능형 교통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힘든 가장 큰 원인이 자금 부족이라고 판단한다. “지금까지 사업을 지방정부에 의존했고 예산을 대부분 교통 인프라 건설에 투입한 반면 지능화에 투입한 돈은 사실 많지 않았다.” 한 반도체 제조사 관계자는 “일부 사업은 비용을 줄이려고 소비전자제품에 사용하는 반도체를 노변장치에 사용했고 고장 나지 않도록 높은 분이 시찰할 때만 장치를 켜놓는 보여주기식 사업에 그쳤다”고 말했다.

길을 마련하려면 자금 필요
그는 “2021년 공업정보화부와 공안부, 교통운수부가 ‘스마트 커넥티드 자동차 도로시험 및 시범응용 관리 규범’을 발표하고 차량 인프라 협력과 자율주행을 ‘지능형 교통 14차 5개년 발전 규획’에 포함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 재정 상태가 양호한 지역에서 스마트 커넥티드 자동차 시범구 건설을 추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추진 속도가 가장 빨랐다. 베이징시 정부는 2020년 2월 자율주행판공실을 설립해 정책을 만들고 자율주행시범구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같은 해 8월 베이징시 고급형 자율주행시범구판공실이 문을 열었다. 베이징시 정부의 요구에 따라 베이징경제개발구 관리위원회는 베이징차량네트워크기술발전유한공사(‘베이징차량네트워크’)를 설립해 시장 규칙에 따른 플랫폼 건설과 자율주행시범구 운영을 맡았다.
베이징경제개발구에 소규모 시범도로를 구축한 후 2022년부터 면적을 60㎢로 확장해 핵심구역에 노변 감지장치와 통신장비를 설치했다. 300여 개의 교차로와 양방향 750㎞ 구간의 도로, 10㎞ 구간의 고속도로가 포함됐고 정부가 20억위안(약 3800억원)을 투입했다. 2023년 말부터 핵심구역 주변 100㎢로 범위를 넓혔고 베이징시 전역에 500㎢ 규모의 자율주행시범구를 건설하는 목표도 논의하기 시작했다.

ⓒ 財新週刊 2024년 제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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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유인영 위원

 

류페이린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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