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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수호’ 내건 페이스북 승리할까

기사승인 [117호] 202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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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SINESS] 워런-저커버그 ‘가짜뉴스’ 공방

페이스북은 정계, 관계, 국민 모두에게서 공격받는 진퇴양난의 처지다.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는 이 모든 전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파트리크 보이트 Patrick Beuth
기도 밍겔스 Guido Mingels <슈피겔> 기자
 
   
▲ 2020년 미국 대통령 민주당 후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돈벌이를 위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기계”라며 페이스북의 가짜뉴스 확산과 유통 과정을 실랄하게 비판했다. 그의 공약에는 독점기업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과 와츠앱을 떼내는 분할안도 포함돼 있다. REUTERS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회장은 지금 자신의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2019년 10월 “그 연설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렸을 정도다. 솔직히 그가 페이스북 말고 어디에 이런 글을 올리겠는가.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서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큰 위협, 다양한 생각을 담은 목소리 표출, 인터넷 발달이 불러오는 여러 도전 과제를 이야기하려 한다”고 썼다. 마치 국정 연설이라도 준비하는 내용 같지만, 실은 저커버그가 10월17일 미국 워싱턴DC 조지타운대학에서 할 연설문 일부였다.
보통 때라면 그저 평범하고 좋은 연설이겠지만 현 상황에서 저커버그의 연설은 정치 쟁점이 된다. 그에 앞서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PR 스턴트’(그의 도발적인 공약 홍보 활동을 스턴트에 비유한 것으로, 10월10일 일부러 가짜뉴스 광고를 만들어 페이스북에 게시한 행동을 말한다. 페이스북이 허위 사실을 포함한 정치광고 게재를 허용한 것을 비판하려는 표현이다. -편집자)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페이스북에선 표현의 자유와 정보 조작을 두고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이런 과열된 분위기에선 발언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낫다는 사실을 저커버그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조지타운대학 연설은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계속 맞서고 있다. 하지만 그 대가가 너무 크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같은 진부한 문장에 머물렀다. 
워런은 이에 앞서 10월10일 가짜뉴스로 만든 정치광고를 소셜네트워크에 올렸다. “[속보] 마크 저커버그와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 지지’ 공식 선언”이라는 게시물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저커버그가 악수하는 사진도 첨부했고, 게시물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졌다. 그 뒤 워런은 “‘이게 정말인가?’라고 여러분은 생각했을 것이다. 음… 사실은 아니다. 전부 꾸며낸 말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페이스북에서 거짓말을 하도록 저커버그가 고삐를 풀어준 것은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워런은 어떤 정치인이라도 페이스북에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가짜뉴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이런 메시지를 만들었다.
페이스북을 향한 이와 같은 비난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와의 공개적 다툼은 저커버그에게 매우 불리한 시기에 닥쳤다. 페이스북은 수개월간 주시당하는 중이다. 워싱턴의 법무부, 미 하원 법무위원회,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페이스북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10월 한 달만 해도 나쁜 소식이 쏟아졌다.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은 페이스북에 메시지 서비스를 추가 암호화하려는 계획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범죄 수사를 위해 수사관도 메시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이용자에게 데이터 보안 시스템을 신뢰하라고 선전하는 페이스북에 딜레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10월3일 페이스북에 유럽연합(EU)의 불법 판정을 받은 콘텐츠를 전세계에서 삭제할 수도 있다고 결정했다. 유럽연합 회원국 법원이 이미 불법으로 판정한 것과 동일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포스트를 찾아 삭제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는 시작 전에 파트너가 빠져나가며 삐걱거리고 있다.
10월14일 미 정치 전문 온라인 매체 <폴리티코>는 저커버그가 보수 성향 정치인, 언론인을 사저에서 열린 저녁 만찬에 초대해 접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분노한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DeleteFacebook(페이스북 삭제) 해시태그를 컴백시켰다. 이처럼 정치권, 사법부, 감독기관, 대중이 페이스북을 향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 저커버그가 뜨거운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페이스북이 정말 위험해질까.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2019년 10월 잘못된 정보가 포함된 정치광고도 중단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치인의 표현이 거짓이라도 대중이 알아야 할필요가 있고, 민간기업이 정치인을 검열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저커버그의 이런 선언을 비판했다. REUTERS
워런 공격에 시련의 가을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은 위기에 익숙하다. 지난 15년 동안 페이스북은 성공한 스타트업에서 이용자 27억 명을 보유한 국가와 규모가 흡사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매일 사람들은 페이스북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형성하며, 오용한다.
대중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저커버그의 비전을 믿었던 순수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페이스북은 오래전부터 투표 조작, 데이터 오용, 가짜뉴스, 헤이트 스피치(편파적인 발언이나 언어폭력)를 위한 장소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페이스북은 위기가 닥치면 참으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거나, 대화로 해결하거나, 아예 돈을 내는 방식으로 궁지에서 빠져나왔다. 심지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역사상 최고액인 50억달러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용자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 사건’(영국 컨설팅회사 CA가 페이스북에서 수집한 8700만 명의 사용자 정보를 2016년 당시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페인 쪽에 유출한 일 -편집자)에서도 무사히 버텼다.
현재 페이스북 시가총액은 약 5천억달러로 평가된다. 이용자가 늘고 매출도 증가 추세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 가해지는 연속 공격을 꽤나 스포츠맨다운 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얼마 전 공개된 페이스북 내부 대화 녹음으로 전세계에 알려졌다.
미국 정보기술 뉴스 웹사이트 ‘더 버지’(The Verge)는 저커버그가 주기적으로 여는 직원과의 토론을 녹취한 2시간 분량의 음성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저커버그는 평소 핏기 없는 인터뷰와 달리 직원 미팅에서는 꾸밈없이 노골적으로 말한다. 그는 “내가 페이스북 통제권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분명히 여러 번 쫓겨났을 것”이라고 자신 있는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실제 저커버그는 그의 제국에서 절대군주 지위를 확립했다. 페이스북 경영이사회뿐만 아니라 감독위원회도 직접 이끈다. 저커버그는 특별한 규칙을 만들어 주주 의결권의 약 60%를 단독 관리한다. 이에 그가 가진 거대한 권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늘고 있다. 2019년 5월 말 쿠데타 시도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페이스북 투자자 과반수, 특히 ‘부동 주주’(주식을 장기간 보유하지 않고 주가 변동에 따라 빈번하게 매매하는 주주) 68%가 기업 회장을 감독위원회 의장직에서 사퇴시키고, 차등적 주식 구조를 없애는 데 찬성했다.
페이스북에서 현 주주 구조는 저커버그 불가침성을 보장한다. 저커버그 측근 경영진은 일반 주식의 10배 의결권을 부여하는 일종의 슈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공격을 방어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저커버그가 “내가 통제권을 쥐고 있지 않았다면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배경이다. 
 
   
▲ 페이스북 시가총액은 약 5천억달러로 평가된다. 이용자와 매출액이 늘고는 있지만, 우파 성향 이용자가 많고 저커버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회동을 계기로 정치인들의 견제를 받고 있다. REUTERS
정부와 감독기관의 협공
조너스 크론 트릴리움자산운용 부사장은 이에 대해 “이 오만함을 주목할 만하다”고 말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 트릴리움자산운용은 페이스북 경영에 대한 투자자들의 걱정거리를 덜 기회를 만들기 위해 저커버그 퇴진을 요구했던 곳이다.
크론은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만 해도 감독위원회 의장이 별도로 있지만, 성공적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한 뒤 “겸손함 결여는 저커버그가 독립적인 감독위원회 필요성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를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유출된 페이스북 내부 직원과의 대화 음성파일에는 저커버그의 적을 더 깜짝 놀라게 할 내용이 포함됐다. 엘리자베스 워런이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에 대한 저커버그의 공포심이다.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워런 상원의원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행태에 매우 비판적이다. 그녀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여러 대형 IT 기업을 분할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저커버그는 직원에게 만일 워런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우리는 법적 도전을 맞게 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우리는 그 도전에서 반드시 이긴다고 장담한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 같은 어투로 계속 말문을 잇던 그는 “그럼에도 우리에게 젠장할 일이지? 그래. 하지만 이렇게 우리 존재를 위협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도 매트 위로 올라가 싸워야지”라고 강조했다.
워런은 빠르고 날카롭게 응수했다. 그녀는 저커버그 어투를 흉내 내며 트위터에 “정말 ‘젠장할’ 일은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업이 공정경쟁 질서를 해치는 관행을 저지르고 개인정보 보호를 짓밟는 등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책임을 도외시하는 것에 정치권이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방관하는 것”이라고 썼다.
거대 기업에 제재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워런만이 아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도 거대 기술기업이 고객과 경쟁기업에 너무 지배적이라고 여기는 정부와 감독기관의 광범위한 연합전선이 형성돼 있다. 미국은 법무부 외에 연방거래위원회, 미 하원 사법위원회, 각 주 검찰에서 조사하고 있다. 이 모든 조사가 아무런 결과도 도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저커버그에게 최악의 상황인 기업 분할은 시간이 많이 들고, 법적으로 복잡하며, 위험이 큰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일은 정부 쪽의 당혹스러운 패배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요구를 이행한다면 페이스북은 더 큰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10월4일 바 장관은 저커버그에게 보낸 공개 편지에서 “페이스북 메신저 서비스 대화 내용을 암호화하려는 계획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검찰과 정보기관의 요구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해커 공격이 점점 더 위협적인 시대에 페이스북이 이용자 수십억 명의 보안을 약화하는 조치를 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바 법무장관의 요구는 폭발력이 있다. 한편으로 페이스북 역시 미 정부의 요구를 거부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이용자에게 약속한 바 있다. 저커버그는 이 문제에서 절대 정부에 굽힐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페이스북의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용자 불만이야말로 저커버그에게 가장 큰 위험이다. 얼마 전 그는 또다시 이용자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2019년 10월 페이스북은 도전자 조 바이든을 향한 허위 주장이 담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0초짜리 유료 광고를 허용했다. <CNN>과 다른 언론 매체는 송출을 거절했다. 이를 통해 페이스북은 사실상 트럼프에게 거짓말을 마음대로 퍼트릴 수 있는 자격증을 내준 셈이다. 느슨하게 진행되던 탄핵 논쟁 중에, 그리고 대선이 불과 1년 남은 시점에 이는 치명적인 신호다.
 
   
▲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끝난 지난 미국 대선 이후 페이스북의 가짜뉴스 유통과 정보 왜곡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페이스북의 가짜뉴스 유통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Fix fakebook’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었다. REUTERS
보안 약화 조치 허용 딜레마
최근 저커버그가 여러 차례 보수 성향 인사와 의원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고, 그들 가운데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인 린지 그레이엄과 <폭스> 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이 끼여 있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도 저커버그의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같은 날,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자신이 지속적으로 정치적 견해와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을 저녁 만찬에 초대한다고 변명하는 글을 올렸지만, 이용자 불만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여러 목소리를 듣는 것은 학습 과정에 포함된다. 나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게 이 방법을 권한다.”
사실 저커버그가 자유롭고 검열되지 않은 발언의 가치를 칭송하는 것은 주로 사업적인 이유에서다. 페이스북은 좌파 성향보다 우파 성향 사람이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분석가이자 언론인인 네이트 실버는 최근 “페이스북이 기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에게 뉴스 자료와 토론 포럼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마땅히 말하도록 허용돼야 할 내용이 더는 허용되지 않을까봐 두려워하는 이들이다.
표현의 자유 한계가 어디인지는 주기적으로 법원에서 결정한다. 최근 최고법원에서도 이에 관한 판결이 나왔다. 최소한 유럽에서는 그렇다. 2019년 10월 초 유럽사법재판소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온라인 서비스 업체가 모욕과 증오 발언에 더욱 엄격하게 대처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르면 각국 법원이 플랫폼에 불법 콘텐츠를 올린 해당 국가의 이용자뿐만 아니라 전세계 이용자에게 콘텐츠 삭제를 명령할 수 있다.
여기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옌이 이끄는 유럽집행위원회가 또 다른 불편사항을 가중할 수도 있다. 일명 전자상거래 지침 개정 계획이다. 현재 지침은 페이스북 같은 기업에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의 합법 여부를 점검할 의무 대부분을 면제해주고 있는데, 이를 바꾸려는 것이다. 이들 업체에 부여되는 더 많은 책임에 좀더 많은 법적 위험을 내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몇 주 동안 저커버그의 정치적 능력과 수단이 이 모든 위기를 이겨내기에 충분한지 지켜볼 일이다.

ⓒ Der Spigel 2019년 43호
Ist das scheiße? Yeah

번역 황수경 위원 

파트리크 보이트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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