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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에너지

기사승인 [167호]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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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장 편지]

   
 

김연기 편집장

슈퍼맨, 슈퍼우먼, 스파이더맨, 헐크, 아이언맨….
영화 속 초인들은 하나같이 괴력의 소유자입니다. 초인이란 게 애당초 현실 인간계를 뛰어넘는 영역의 존재이기에, 이들의 힘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 따져 묻는 일 따위는 부질없습니다. 그러나 아이언맨은 조금 상황이 다릅니다. 아이언맨은 상당한 과학적 근거를 힘의 원천으로 삼습니다. 아이언맨이 가슴에 달고 있는 에너지 발생 장치 ‘아크리액터’가 그것입니다.
아크(Arc)는 ‘플라스마’를 뜻하고 리액터(Reactor)는 ‘원자로’에 해당합니다. 아이언맨은 아크리액터에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공급받습니다. 아크리액터는 초당 3기가줄(GJ·줄은 에너지의 국제표준 단위)의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1초에 3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원자력발전소 한 기가 1GW의 에너지를 만든다는 것을 고려하면, 아크리액터의 에너지는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크리액터에 들어가는 전력공급원이 바로 플라스마를 이용한 핵발전, 즉 핵융합발전입니다. 핵융합발전은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것과 유사한 원리를 이용합니다. 핵융합발전을 흔히 ‘인공태양’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핵융합발전은 한마디로 ‘꿈의 에너지’입니다. 바닷물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중수소를 연료로 쓰기 때문에 연료 고갈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원자력발전처럼 에너지 발생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원자력발전과 달리 방사성폐기물을 거의 내놓지 않아 지구 생태를 갉아먹지 않습니다. 물론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같은 대형사고의 위험도 없습니다. 기후위기와 자원고갈이라는 인류의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렇다보니 혁신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실리콘밸리 창업가들이 가만있을 리 없겠죠. 챗지피티(ChatGPT)를 만든 오픈AI의 공동창업자 샘 올트먼을 비롯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니오프 세일스포스닷컴 CEO 등은 최근 천문학적인 자산을 핵융합발전 투자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들은 “핵융합은 엄청난 꿈이며 성배이자 신화 속에 나오는 유니콘 같은 존재”라고 치켜세웁니다.
아직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습니다. 핵융합발전은 섭씨 1억 도 이상의 온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난제입니다. 이 때문에 핵융합발전 개발에는 그간 ‘상용화는 항상 20년 후에’라는 냉소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꾼 혁신이 늘 그랬듯 변곡점은 불현듯 찾아오는 법입니다. 원자력발전이 대표적 예입니다. 미국으로 망명한 이탈리아 핵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1942년 핵분열에 성공하고 불과 10년 뒤 원자력발전소가 급속도로 퍼진 것처럼 말이죠.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4년 3월호

김연기 ykkim@hani.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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