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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축 불가피자영업자 지원 필요

기사승인 [119호] 202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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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이슈 ] SNS 타고 ‘코로나19’ 공포 확산

 박종오 <이데일리> 기자

   
▲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2020년 오후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든 여파가 크다. 연합뉴스

한국경제학회는 2020년 2월14일 열기로 한 ‘2020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를 돌연 무기한 연기했다. 신종 호흡기 감염 질환인 ‘코로나19’ 국내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이 학술대회는 1년에 한 번 57개 경제학회 경제학자들이 참석해 최신 현안과 이론을 발표·토론하는 국내 최대 경제 행사다. 학회 사무국 관계자는 “2001년 첫 학술대회를 연 이래 개최일을 무기한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는 막연한 불안과 공포 심리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들조차 인파가 모이는 행사를 기피한다는 건 코로나19 사태의 사회적 파장이 그만큼 예사롭지 않다는 뜻이다.

사스·메르스 규모 넘어서
코로나19는 사람 호흡기 등에서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감염증의 하나로, 지금까지 확인된 코로나바이러스 7종 가운데 최근에 발생했다. 발병 규모는 2002~2003년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훌쩍 넘어섰다.
2019년 12월8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 발병해 2020년 2월15일(오전 9시 기준)까지 두 달여 동안 이 병에 걸린 확진환자는 28개국 6만7097명, 사망자 수는 1526명이다. 사스(확진자 8096명·사망자 774명)의 8배, 메르스(확진자 2499명·사망자 861명)의 약 27배 규모다.
코로나19 치사율(사망자 수를 환자 수로 나눈 값)은 2.3%로 사스(9.6%), 메르스(34.5%)보다 낮다. 전염병 집중 발생 지역이 중국이라는 점에서는 사스, 국내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를 넘는다는 점에서는 메르스와 비슷하다. 그래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때도 과거 사스, 메르스 발병 시점과 비교하곤 한다.

증권시장은 예상 밖 반등
시장 악재를 가장 발 빠르게 반영하는 증권시장에서는 애초 코로나19 발생으로 국내외 증시가 큰 폭으로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사스 확산 당시 국제 증시가 고점 대비 10~20% 급락했었기 때문이다.
예상은 빗나갔다. 코스피(유가증권 시장) 지수는 국내에서 확진자가 처음 나온 2020년 1월20일 2261포인트에서 확진자 증가세가 한풀 꺾인 2월14일 기준 2244포인트로 0.8% 빠지는 데 그쳤다. 코스닥 지수도 같은 기간 691포인트에서 687포인트로 움직이며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미국을 대표하는 다우존스 지수는 2월14일(현지시각) 2만9398에 장을 마감하며 2019년 말(2만8538)보다 거꾸로 3%가량 올랐다. 증시 과열 우려와 전염병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전망이 겹치며 잠시 위축됐던 투자 심리가 되살아난 것이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염병 확산 속도가 정점을 지나면서 시장에서도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 사태의 학습효과도 있다. 당시 감염병 확산이 주춤해지는 시점에 증시가 큰 폭으로 반등한 것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사태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낙관한다는 얘기다.

중국 경기 나빠지면 국내 수출·생산 ‘타격’
문제는 실물경제다. 코로나19는 이전 전염병 사태 때와 크게 두 가지가 달라졌다. 먼저 중국과의 경제 교류 규모가 커졌다. 2019년 1~11월 한국을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34.4%가 중국인이었다. 3명 중 1명꼴이다. 중국인 관광객 1명이 한국에서 쓰는 돈은 다른 나라 관광객보다 1.4배 많다.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등 중국과 관계 개선에 기대를 걸었던 국내 항공·여행업계는 물론 숙박·음식점업, 화장품·유통 등 쇼핑 업종은 당장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큰손’ 관광객이 급감해서다. 실제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던 서울 명동 거리에는 적막감이 감돈다.
중국의 생산과 투자 위축, 소비 둔화도 한국 경제에 악재다. 국내 제조업체 등이 외국에서 수입하는 중간재(제품 생산 과정에서 사용하는 재료나 부품)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2019년 기준 32.5%에 이른다. 중국의 조업 중단 여파로 현대차와 기아차, 쌍용차, 르노삼성,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 모두 공장 가동을 일부 중단해야 했던 이유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 한국 기업이 수출하는 중간재도 국내 전체 중간재 수출 규모의 28.2%에 이른다. 중국이 재채기하면 한국은 몸살을 앓는 구조다. 그나마 한국의 소비재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에 그쳐, 중국의 내수 둔화가 국내 화장품 등 소비재 생산 기업에 미치는 여파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진 않을 전망이다.

   
▲ 2020년 2월11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 기아자동차 공장이 한산하다. 기아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산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겨 일부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연합뉴스

SNS로 퍼지는 거짓 정보… 소비 악영향
과거 감염병 사태와 현 상황의 또 다른 점은 정보 전파 속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으로 너무 많은 정보가 여과 없이 빠르게 유통되다보니 불안 심리가 메르스 사태 등과 비교할 수 없게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의 과장·추측성 보도, 경쟁적인 생중계와 과잉 대응, 거짓 정보 범람 등도 불안을 키우면서, 식당과 소매점을 찾는 발길이 급감해 지역경제마저 급속히 위축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020년 2월13일 지역 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경제지표의 변화를 살펴봤더니 5년 전 메르스 사태보다 더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경제주체들이) 지나친 공포감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한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집계한 경제 속보 지표를 보면, 2020년 1월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20일 동안 온라인쇼핑 매출액은 이전보다 약 19% 급증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같은 기간 4.5%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마트·전통시장·백화점에서 소비하기를 기피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전염병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만으로 대형마트와 백화점, 영화관, 면세점이 줄줄이 휴업에 들어가는 것도 과거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전망
이런 여파로 연초 한국 경제가 역성장하리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2020년 1분기(1~3월) 경제 성장률이 2019년 4분기(10~12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얘기다. 증권사의 한 거시경제 전문가는 “2019년 4분기 성장률이 직전 분기 대비 1.2%로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연초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하면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2020년 국내 경기가 세계 경기 회복세에 발맞춰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에 먹구름이 낀 것이다. 국내 실질 경제성장률은 사스 사태가 일어난 2003년 상반기(1~6월)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다만 당시엔 전염병 여파보다 카드사가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남발해 신용불량자를 불러온 ‘신용카드 사태’ 후폭풍 탓이 컸다. 당시 내수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것이 성장률 급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부도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가 경기 개선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인정한다. 기재부는 2020년 2월 내놓은 ‘최근 경제 동향’에서 “코로나19 확산 정도와 지속 기간에 따라 세계 경제 성장은 물론 우리 경제 회복 흐름이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경기에 후행하는 금융시장도 일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경제 환경이 나빠지면 대출 수요가 주는 대신 연체나 채무 불이행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 신용평가 회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은행이 대출 건전성에서 나빠질 수 있고, 신용카드사나 보험사는 카드 사용과 보험 가입자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 경제가 많이 가라앉아 있는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오면 강도가 훨씬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전염병 확산을 철저하게 통제하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국내 영세자영업자를 위해 직접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3월호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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