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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주도 동반성장 체제 만들어야

기사승인 [121호] 20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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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한국경제, 지난 10년 앞으로 10년 ⑥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

한국경제가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주가 폭락, 수출 급감, 산업생산과 내수의 급격한 위축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제뿐만 아니다. 세계경제 전체가 1929년 대공황 같은 위기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주가 폭락, 실물경제의 급격한 위축 그리고 대량실업 발생 등이 그 경고의 절박성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경제에 깊숙이 편입된 한국경제는 이 위기의 파고가 더 거세게 다가온다.
이번 위기가 닥치기 전 한국경제는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사실 한국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장기 하강 추세를 보여왔다. 단기적 경기 상승도 있었지만 1997년 이후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장기 하강에 빠져들었다. 잠재성장률은 외환위기 이전 5~7%대였지만 이후 크게 하락해 현재 3% 이하로 낮아졌다. 경쟁력을 결정하는 총요소생산성도 1% 이하로 하락했다. 그 결과 경제성장률은 5~7%대에서 3%대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 10년, 경제성장률 하락과 양극화 악화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하락과 함께 양극화도 크게 악화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본소득자와 노동소득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가 1997년 이후 심화됐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는 가장 심각한 현상이다.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와 임금 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높은 그룹에 들어간다. 비정규직 90% 정도가 중소기업에 집중해 있어, 이 격차를 해결하지 않으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양극화는 저성장과 상승 작용해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 양극화로 인한 내수 부족이 저성장을 초래했다. 저성장은 경제적 약자 부문, 즉 중소기업·비정규직·비수도권을 더욱 취약하게 해서 양극화를 더욱 심화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직면한 양대 문제는 저성장과 양극화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저성장과 양극화를 동시에 극복할 새 성장체제, 발전모델 정립이 한국경제에 최대 과제가 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역대 정부는 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했던가? 김대중 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지향하면서 ‘생산적 복지’를 추구했다. 노무현 정부는 경제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고 국가균형발전과 사회투자를 추진했다. 두 민주정부는 경제성장과 복지 증대를 동시에 이루려고 했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과 동반성장을 지향했다. 박근혜 정부는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 정책과 창조경제를 추진했다. 두 보수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지향하면서도 녹색성장이나 동반성장 혹은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성장체제나 경제 패러다임을 추구했다.
1997년 이후 20여 년 동안 외환위기도 극복하고 2008년 세계경제 대침체 여파도 막아내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2017년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새 경제 패러다임으로 이 문제를 풀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 세 결합으로 양극화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집권 3년이 가까운 이 시점까지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나빠졌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을 축소하고 영세자영업과 중소기업의 경영을 악화해 경제성장 둔화와 소득분배 악화를 초래했다. 저성장과 양극화를 동시에 극복하려던 소득주도성장이 도리어 저성장과 양극화를 심화한 역설을 빚어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영세자영업 비중이 훨씬 높고 중소기업 경영 기반이 취약한 한국에서 자영업 비중이 낮고 중소기업 경영 기반이 비교적 견실한 신진국에서나 작동 가능한 임금주도성장을 ‘소득주도성장’이란 이름을 달고 무모하게 적용한 결과, 이런 경제적 재앙을 초래했다.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에서도 아직 뚜렷한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한국경제는 ‘잃어버린 10년’의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져드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2%대 저성장, 소비자물가 상승 제로의 디플레이션 양상, 양극화 심화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발 경제위기가 안팎으로 다가왔다. 이번 위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는 한국경제에 설상가상으로 덮치고 있기에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대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앞으로 10년, 새 한국모델 필요
당장 코로나발 단기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강력한 재정금융 정책이 필요하다.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주력산업 붕괴를 막을 산업정책을 펴야 한다. 나아가 신용경색을 막을 대규모 자금투입도 필요하다. 아울러 급격한 자본유출에 대응해 국제단기자본 이동을 통제하는 자본통제로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을 봉쇄해야 한다.
더 중요한 점은, 장기 침체를 장기 상승으로 반전하는 새 성장체제와 발전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방분권체제 아래에서 ‘혁신주도 동반성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중앙집권체제를 지방분권체제로 전환하는 지방분권 개헌을 단행해, 광역지방정부에 광역경제권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입법권·재정권·조직권을 헌법에 보장해야 한다. 광역경제권별로 지역혁신체제를 구축해 새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녹색경제와 창조경제는 지방분권적 발전체제에서 구현될 수 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산업정책과 수도권-비수도권의 동반성장을 위한 지역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중소기업과 지역의 혁신 역량을 높이는 획기적인 공공투자(연구개발투자와 인적자원개발투자)가 필요하다. 정규직의 기득권 폐지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축소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이 필수적이다. 노동시장은 유연하면서도 안전한 유연안전성이 실현돼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안전성 실현 조건인 관대한 실업급여 지급과 실업자 재훈련 같은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
이것이 한국경제의 장기 상승을 추동할 수 있는 ‘새로운 한국모델’의 핵심이다. 새로운 한국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사회적 합의 정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5월호

김형기 hkim105701@gmail.com

<저작권자 © 이코노미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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