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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벤처 우세 속 애플 참여에 촉각

기사승인 [127호] 202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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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코로나19로 주목받는 AR- ② 경쟁 구도

장얼츠 張而馳 <차이신주간> 기자

   
▲ 2019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모바일박람회(MWC)에 참석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사업책임자 앨릭스 킵맨이 AR 헤드셋 홀로렌즈2를 소개하고 있다. REUTERS

PC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기업은 줄곧 추격자였고 미국 기업이 개척한 길을 따라갔다. 하지만 증강현실(AR) 분야는 다르다. 중국과 미국 기업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고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양국의 AR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미국의 일부 유명 스타트업은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
2018년 중-미 무역전쟁 여파로 JD(京東方)와 단화캐피털(丹華資本)의 투자를 받은 AR 안경 제조업체 메타가 중국 쪽 자금을 받지 못해 자금조달 실패를 선언했다. 회사는 파산하고 자산은 매각됐다.
2020년 4월에는 매직리프가 회사 직원의 절반인 1천 명을 감원하고 소비자사업을 포기해 기업시장으로 전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5월 기존 투자자로부터 3억5천만달러 투자를 받아 감원을 보류했다. 창업자 로니 아보비츠가 물러나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인수·합병 업무를 맡던 페기 존슨이 최고경영자가 되었다.
이에 반해, 중국의 AR 스타트업들은 자금조달에 성공했고 새 업체도 꾸준히 시장에 진입했다. 2017년 레노버그룹에서 분리된 레노버신세계는 AR 기술의 산업솔루션 개발에 집중한다. 매직리프에서 일한 쉬츠가 2016년 귀국 뒤 설립한 엔리얼은 소비자를 겨냥한 AR 기기를 개발한다. 아이치이(愛奇藝)와 화창(華創)캐피털, 순웨이(順為)캐피털의 투자를 받았다.
IDC에 따르면, 중국이 세계 최대 VR(가상현실)/AR 시장이다. 2020년 시장 규모가 40억9천만달러(약 4조7300억원)에 이르러 전년 동기 대비 65.9%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과 서유럽, 일본이 그 뒤를 따를 것으로 분석됐다.

엇갈린 운명
쭈밍밍 로키드 최고경영자는 외국의 AR 스타트업이 하나둘 문을 닫았지만 중국 기업은 아직 건재한 이유를 서로의 목표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AR 기업 대부분은 범용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 했고 충분히 준비해야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기술로는 힘든 일이다. 반면 중국 기업은 현실적이어서 작은 보폭으로 빨리 뛰어가길 원했다. 먼저 전문 분야에 집중해서 제품을 출시한 뒤 범용 플랫폼을 만들려고 계획했다.
미국 스타트업들이 무너진 뒤, 중국 AR 기업의 경쟁자는 자금이 부족하지 않은 세계적 대기업만 남았다. 2015년 MS가 처음 출시한 일체형 AR 헤드셋 홀로렌즈는 기업형 제품 가격이 5천달러(약 573만원), 개발자 버전은 3천달러였다. MS는 PC, 스마트폰 이후의 3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AR 기기를 설정했다. 홀로렌즈 제품 발표회에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가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홀로렌즈 상업화를 책임진 줄리아 화이트 MS 글로벌 부사장은 홀로렌즈가 처음 출시됐을 때 MS는 경험이 없었고 어떤 사람이 이 제품을 사용할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이 쓰기에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사실을 알았다. “제조업체는 이 기기를 사용해 생산량이 1% 늘어난다면 홀로렌즈 1천 개가 필요해도 구매할 것이다. 그런데 게임을 좋아하는 개인이라면 5천달러를 주고 AR 기기 세트를 사진 않을 것이다.”
2019년 2세대 홀로렌즈가 나왔고, 가격을 3500달러로 통일했다. 홀로렌즈2는 안구 추적 센서, 홍채 인식 로그인 시스템 등 기업을 위한 부품을 추가해 직원들이 안심하고 기기를 공유하도록 보장했다.
MS는 홀로렌즈를 자사의 소프트웨어 다이내믹스365와 결합해 원격 동영상 대화, 원격 유지·보수 협업 등의 기능을 실현했다. MS는 홀로렌즈와 다이내믹스365 소프트웨어를 산 기업은 매월 125달러에 홀로렌즈를 임대해 구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AR 기기를 사는 주체는 정부와 제조업체, 교육기관이다. 2018년 11월 MS는 매직리프를 물리치고 4억8천만달러 규모의 미 국방부 사업을 수주했다. 홀로렌즈 10만 대가 포함된 사업이었다. MS는 국방 분야 수요에 맞춰 야간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적외선카메라를 추가하는 등 홀로렌즈2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일부 개선했다.
중국은 홀로렌즈2가 1차 출시된 국가의 하나였지만 교육과 의료 분야에 편중됐다. 중국 AR 스타트업과 MS는 공략 분야가 서로 달라 정면으로 경쟁하지 않았다. 같은 출발선에 선 이들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힘을 축적했다.

   
▲ 5세대(5G)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는 퀄컴의 경량형 XR 안경 ‘XR 뷰어’. 퀄컴은 세계 15개 주요 통신사들과 협력해 2021년까지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퀄컴 누리집

엔진의 중요성
기업시장에서 MS와 스타트업 모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하는 노선을 선택했다. 더 나은 사용자 체험을 위해서는 기본인 AR 반도체의 지원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홀로렌즈2에서 MS는 1세대 인텔 프로세서를 퀄컴의 반도체로 대체해 기기의 사용 시간을 늘렸다.
퀄컴은 2년 전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2018년 5월 첫 VR/AR 전용 칩셋 스냅드래곤 XR1을 출시했다. VR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와 AR 헤드셋에 쓸 수 있다. 2019년 12월에 내놓은 XR2는 성능이 강력해졌고, 5G 통신과 카메라 7대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다. 2020년 퀄컴은 5G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는 경량형 XR 안경 ‘XR 뷰어’를 출시했다. 데이터선으로 연결하면 스마트폰이 안경의 정보처리 업무를 분담하고 전력을 제공한다.
퀄컴 XR 사업의 중국 지역 책임자 궈펑은 “VR와 AR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동영상 코덱 등 통용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VR는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높아야 실감 나는 체험을 실현할 수 있다.
AR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상호작용을 위해 정밀한 위치 인식이 필요하고, 동작을 한 다음 눈앞에 있는 화면에서 구현될 때까지 지연 시간이 짧을수록 좋다. 퀄컴이 제시한 솔루션은 모든 기능을 칩셋 하나에 집어넣는 것이다. VR 요건에 따라 해상도와 재생률을 맞추면 AR 요건에도 맞고 위치 인식은 AR 기준에 따른다.
화웨이 하이실리콘은 퀄컴보다 늦게 뛰어들었다. 2020년 5월, 하이실리콘은 첫 번째 XR 칩셋을 출시했다. 퀄컴 제품이 하이실리콘보다 앞섰지만 전문 분야를 겨냥한 중국 AR 기업은 하이실리콘을 선택했다. 로키드는 퀄컴 스냅드래곤 835를 채택한 1세대 안경과 달리 최신 AR 안경 로키드 비전에 하이실리콘의 XR 칩셋을 선택했다. 첫 고객이다.
쭈밍밍은 퀄컴 제품이 집적도가 높지만 일부 기능은 아직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퀄컴의 XR 칩셋이 지원하는 6자유도(DoF) 위치 추적은 공간 인식에 사용되지만 로키드 안경에는 그 기능이 없어 퀄컴 제품을 선택하지 않았다.
쭈밍밍에 따르면, 하이실리콘은 고객 의견에 집중했다. “로키드 같은 스타트업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처리 속도도 빠르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문의하면 다음날 또는 당일에 훌륭한 답변이 온다. 하루이틀이 지나도 답변이 없으면 직접 찾아오는 중일 것이다.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또 최근 긴장된 중-미 관계를 고려할 때 최대한 국산화를 추진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실리콘의 신규 사업은 막 시작하는 단계여서 불확실성이 크다.

애플에 쏠린 시선
트렌드포스는 2020년 세계 AR 기기 시장 규모가 45만 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 분야의 AR 응용은 늘었지만 스마트폰이나 PC처럼 대량 보급되려면 소비시장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애플에 쏠렸다. 2017년 AR키트를 출시한 뒤 애플은 AR 분야에서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2017년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AR 기술이 센서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분야와 함께 성숙해질 것이라며 아직 시작 단계이고 획기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직선으로 상승하는 과정이 아니라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고 복잡한 굴곡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그곳에 도착하리라고 믿는다.”
2020년 3월,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 카메라에 라이다(LiDAR) 스캐너를 장착해 5m 안에 있는 물체의 3차원(3D) 스캔을 정확히 할 수 있게 됐다. AR 업계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부품이 들어간 신형 아이폰이 가을에 출시되면 AR 산업에 큰 파급효과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왕광시 레노버캐피털 이사총경리는 지금까지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3차원으로 보여주는 훌륭한 솔루션이 없어 고속카메라 수십 대를 동원해 촬영한 뒤 모형을 만들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애플이 라이다 스캐너를 도입해 후방카메라가 정확한 3차원 공간 인지 능력을 갖추게 되면 일반 소비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도구가 생기고 AR 분야 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것이다. 3차원 현실세계와 AR/VR의 가상공간 사이에 중요한 연결 문제를 해결했다. 지금까지 이 연결 부분이 취약해 직접 연결할 수 없었다.”
차이줘샤오 트렌드포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스마트폰에 AR 앱을 추가하는 것이 소비자가 고가의 AR 안경을 사도록 설득하는 첫걸음이다. 앱이 충분히 많아져야 스마트폰 제조사가 AR 안경을 스마트폰 주변 기기로 추가해 스마트워치처럼 소비자에게 판매하게 된다. 1~3년 안에 이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AR 기기의 부피나 외관에 대한 요건이 있기 때문에 연산, 전력 소모, 냉각시스템 성능을 함께 고려하기 어렵다. 아직은 스마트폰이 가장 중요한 개인컴퓨팅 플랫폼이다.
PC나 스마트폰과 달리, AR 안경이 해결해야 하는 특수한 문제가 있다. 렌즈로 현실세계를 보여주면서 가상의 영상을 또렷하게 투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기술의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광도파로 기술이다. 빛이 특수한 렌즈를 통과하도록 만들어 이미지를 인간의 눈으로 전송하는 것이다. 다음은 전통 광학 원리를 이용해 광선이 렌즈에 반사돼 인간의 눈에 들어가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전자는 렌즈가 얇고 투과성이 좋지만 수율이 낮아 가격이 비싸다. 홀로렌즈2와 매직리프원은 모두 광도파로 기술을 채택해 제품 가격이 1만위안을 넘는다. 후자는 대규모 양산이 가능해 가격이 수천위안 수준이지만 렌즈가 두껍고 투과율이 낮다. 애플의 선택에 따라 거액이 한쪽으로 몰릴 것이다.

   
▲ 카메라에 라이다(LiDAR) 스캐너를 장착한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의 인기게임 ‘핫 라바’ 광고 화면. 애플 누리집

스타트업의 살길
애플 강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핵심 부품, 상업적 생태계가 폐쇄된 산업사슬을 만드는 것이라고 왕광시는 말했다. 스스로 만든 산업사슬에서 사용자 체험을 정의하고 개선할 기회가 더 많다. 개방적 생태계에서 제조업체가 제품 하나를 만들려면 반도체 제조사,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협력해야 하는데 각자의 생각을 조율하기 어렵다. 결국 애플이 제품을 내놓아야 관련 업체들이 신속하게 합의해 따라가게 된다.
구글과 삼성, 화웨이 등도 AR 관련 기술을 축적했다. 화웨이는 2019년 개발자대회에서 AR 안경을 소개했는데 광도파로 기술을 채택한 분리식 설계였다. 하지만 일반 판매는 아직 하지 않고 있다. 애플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다른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제품을 출시할 것이다. 기업시장에서 기반을 다진 MS도 소비시장을 개척할 것이다.
소비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 기업시장은 스타트업의 피난처가 된다. 차이줘샤오는 “기업시장은 맞춤형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설계, 응용 수요에 부합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중요하고 통신 기능을 갖춘 독립형 AR 장비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기업시장을 지키려면 더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보호벽을 구축해야 한다.
아직은 보호벽이 높지 않다. 자동차부품 제조사 상하이바오룽(上海保隆)은 2019년 AR 사업을 시작했다. 신차 시험주행에서 자동차 전장제품에 이상이 생겼을 때 HiAR의 AR 안경을 사용해 원격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황쥔린 바오룽정보관리센터 사장은 “HiAR의 솔루션이 범용성이 커서 세부 업종에 깊숙이 침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財新週刊 2020년 제33호
AR等風來
번역 유인영 위원

장얼츠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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