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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가 텅텅 빌 때까지”

기사승인 [132호] 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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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OPLE] 기부여왕 매켄지 스콧

아마존 창업자이자 전세계 최대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전 부인 매켄지 스콧은 2020년 공익 목적으로 약 60억달러를 기부했다. 스콧은 기록적인 기부액으로 미국 자선사업 규칙을 뒤흔들어놓았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기도 밍겔스 Guido Mingels <슈피겔> 기자

   
▲ 매켄지 스콧이 2018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콧은 제프 베이조스와 25년간 결혼생활을 했다. REUTERS

프란체스카 레트레이는 그 일이 있던 날까지 ‘매켄지 스콧’이라는 이름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2020년 11월 어느 아침 컨설팅업체 브리지스팬그룹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을 때, 레트레이는 수화기 너머 남성이 하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전화한 남성은 “매켄지 스콧이 당신이 운영하는 단체에 기부하려는데, 몇 가지 질문에 답할 시간이 있냐”고 느닷없이 물어본 것이다.
레트레이는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있는 여성단체 와이엠시에이(YWCA) 지역 사무소장이다. 그는 통화 중에 구글에서 매켄지 스콧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를 본 그녀는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매켄지 스콧이라니! 한때 ‘베이조스’라는 성을 가졌던 여성,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전 부인이었다. 약 2년 전 베이조스와 이혼한 뒤 전세계 최고 여성 부호 중 한 명으로 등극한 매켄지 스콧(51)이었다.
레트레이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한다. “나는 말 그대로 책상을 꽉 붙잡았고 깜짝 뉴스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수화기 너머로 100만달러를 기부하겠다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조건 없이 기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성은 100만달러를 이체받을 은행계좌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 대목에서 나는 평정심을 잃고 울기 시작했다.”

   
▲ 제프 베이조스와 매켄지 스콧이 부부로 지낼 때 단란했던 모습. REUTERS

100만달러를 기부하겠다는 전화
매켄지 스콧은 25년간 아마존 설립자이자 CEO인 제프 베이조스 배우자로 살았다. 아마존은 상거래를 비롯한 여러 부문에 일대 혁명을 불러온 글로벌 대기업이다. 스콧은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의 한 주차장에서 설립된 초기부터 함께했던 직원이다.
스콧은 회계를 맡았고,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편을 도왔다. 그는 화려한 조명을 꺼렸다. 2019년 초 베이조스를 둘러싼 황당한 스캔들과 뒤이은 “전세계 가장 비싼 이혼”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을 때도, 스콧은 대중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작가이자 600억달러 상당의 자산을 보유한 네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스콧은 대체 누구인가?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친 2020년, 스콧은 전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 미국 자선사업 규칙을 통째로 뒤흔들어놓았다. 스콧은 소규모 공익단체, 흑인 대학생들을 위한 교육기관, 무료급식소,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이니셔티브 등에 약 57억달러(약 6조4천억원)를 기부해 글로벌 자선업계에서 단숨에 가장 주목할 만한 기부 큰손으로 등극했다. 2020년 크리스마스 직전까지 미국의 자선단체 10여 곳은 샌안토니오의 YWCA 프란체스카 레트레이 지역 소장과 같은, 거액의 기부를 제안하는 깜짝 전화나 전자우편을 받았다.
스콧 팀은 수백 통의 전자우편을 기부금 수신 예정 단체에 보냈다. 이 중 일부는 스팸함으로 바로 넘어갈 정도로 매켄지 스콧과 기부받은 곳은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시애틀의 한 성소수자 단체는 300만달러, 포틀랜드의 소수민족 기업인들을 위한 금융기관은 1천만달러, 텍사스주 프레리뷰의 한 대학은 5천만달러를 기부받았다. 이들 단체는 지금까지 대규모 기부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십억달러를 움직이는 주요 자선사업단체들은 보통 주요 도시에 거점을 두고 직원도 수백 명에 이른다.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나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의 블룸버그재단이 대표 사례다. 그러나 스콧의 기부 행위는 지금까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별도의 주소도 두지 않았다. 흔한 누리집 하나 없다. 스콧이 기부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외부 컨설팅을 받는 것이 전부다. 그는 자신의 기부를 홍보하기 위해 영상을 만들거나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화려한 기부금 전달식 테이프 커팅이나 상징적인 행사도 전혀 없다. 개인 블로그 미디엄(Medium)에서 자신의 기부 행위를 조용히 알릴 뿐이다.
스콧은 개인 블로그에 “자신의 기부 행위는 현재 미국 사회에 대한 자신만의 논평”이라고 적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렇지 않아도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국인의 삶에 크나큰 상흔을 남겼다. 경제 손실과 건강 문제는 여성과 흑인, 빈곤층에 더욱 심한 치명타를 안겼다. 동시에 억만장자들은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부를 엄청나게 늘렸다.” 스콧은 자신의 엄청난 부를 부끄러워하며 양심의 가책을 받는 것처럼 보였다.
스콧은 부유한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세가 크게 기울었다. 그는 뒤늦게 소설가로 데뷔한 뒤, 자신의 인생에서 책을 향한 애정만큼은 놓지 않았다. 2005년 출간한 자신의 첫 소설 <루서 올브라이트의 시험>(The Testing of Luther Albright)의 작가 후기에 “글을 쓰는 것은 내가 항상 하고자 했던 전부였다”고 적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선과 봉사 나서
스콧은 6살 때 인생의 첫 책인 <책벌레>(The Book Worm)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낱장 종이 142쪽에 걸쳐 적은 원고는 홍수로 집 지하실이 물에 잠기면서 분실됐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부유한 동네 로스에서 성장했다. 영화배우 숀 펜과 그의 전 부인 로빈 라이트도 로스에 거주한 바 있다.
스콧이 어린 시절을 보낸 로스 저택의 현 소유주는 빌 라일리다. 그는 실제 이 집이 옛날에 홍수로 물에 잠긴 적이 있다고 확인해줬다. 라일리는 이 집을 산 뒤 침수에 대비해 집의 토대를 상당히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스콧이 어린 시절 썼던 방을 현재 자신의 9살 딸이 쓰고 있으며, 창문 밖으로 같은 나무를 바라보는 일이 좋다고 했다. 그는 딸에게 세상에서 세 번째로 부유하며 “좋은 일을 아주 많이 하는” 여성이 이 방에서 한때 지냈다고 말해줬다고 한다.
스콧은 삼 남매의 둘째로 태어났다. 오빠와 남동생이 있다. 아버지는 197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투자회사를 경영했다. 가족은 샌프란시스코에 세컨드하우스를 가지고 있었고, 어머니는 자선사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1979년 12월13일 로스 지자체 의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스콧이 4학년 대표 자격으로 시장에게 환영받았다고 나온다.
스콧은 학교에 나무 한 그루를 교체해야 하자, 학급회의에서 ‘새로운 나무를 한 그루 심기 위한 돈 모으기’를 발표해 열렬한 박수와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적합한 나무와 식수를 위한 적합한 시점을 결정하기 위해” 공원과 도로 위원회와 만남이 추진됐다. 스콧은 어린 시절부터 좋은 일이라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곤 했다.
그의 개인 블로그에는 캘리포니아에서 6학년부터 스콧을 가르친 교사 제프 슬론이 달아놓은 댓글이 있다. “매켄지 스콧은 다른 세상을 만들 재목”임을 직감했다고 댓글에 적었다. 슬론은 <슈피겔>과의 통화에서 글쓰기를 좋아했던 스콧에게 수업 외에 매주 자율 작문 과제를 내줬다고 했다. “스콧은 내게 글쓰기를 배웠다고 생각한다.” 첫 소설을 출간한 스콧은 그에게 헌사를 적은 소설책 한 권을 보냈다고 한다. 스콧의 첫 소설책 뒤편에 나오는 감사의 글에 제프 슬론의 이름이 특별히 언급돼 있다. 스콧이 대학에 들어갈 무렵 아버지의 사업이 재정난에 빠졌다고 슬론은 떠올렸다.
스콧 가족의 재정난은 최근 미국 언론에 보도됐던 법정 문서에 잘 나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980년대 스콧의 아버지 제이슨 베이커 터틀의 회사를 상대로 불법 여부를 조사했다. 아버지 회사가 파산했고 이와 동시에 부모도 개인파산 신고를 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
뒷날 아버지가 새로운 투자회사를 설립하려고 했지만, 법정은 아버지에게 필요한 허가를 거부했다. 이후 부모는 플로리다주로 이사했다. 스콧은 명문 사립대인 프린스턴대학에 입학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힘겹게 마쳤다. 스콧이 나중에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당시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여러 개 했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토니 모리슨이 스콧의 석사 논문 담당 교수였다.
스콧이 대학 졸업 뒤 작가의 꿈을 안고 뉴욕으로 이주했을 때도 “먹고사느라 눈코 뜰 새 없이 살았다”고 한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월가의 헤지펀드 D.E.쇼그룹에 취직했다. 여기서 동료 직원 제프 베이조스를 알게 되었다. 스콧은 베이조스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큰 웃음소리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로부터 3개월 뒤, 스콧은 23살에 베이조스와 결혼한다. 이후 부부는 아마존이라는 전설적인 기업을 창업한다. 1994년 뉴욕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시애틀에서 온라인서점 창업이라는 베이조스의 사업계획 실현에 돌입한다. 둘은 자가용으로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다. 스콧이 운전하는 동안, 베이조스는 조수석에 앉아 사업계획을 세웠다. 베이조스는 서적이 온라인 판매에 적합하다고 여겨, 아마존이라는 제국의 토대를 책으로 쌓았다.
2013년 스콧은 두 번째 소설 <함정> (Traps)을 출간한다. 스콧에게 문학은 항상 열정이자 존재의 목적이었다. 미국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은 “책은 썩지 않아서 창고에 손쉽게 쌓아둘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베이조스가 서적을 거래 물품으로 정했고, 아마존이 오늘날 위치까지 오른 것을 두고 “작가로서 모욕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책을 온라인에 대량상품화함으로써 수많은 중소형 서점을 파산으로 몰고 간 사업모델 때문에 오늘날 엄청난 부를 쌓게 된 것은 스콧의 인생에 지독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스콧의 첫 번째 소설은 호평받았지만,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들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루서 올브라이트의 시험>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고, 스콧의 멘토인 토니 모리슨은 보기 드문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잡지 <뉴요커>의 한 여성 비평가는 <루터 올브라이트의 시험>과 <함정>은 “오로지 부부관계에서 의미와 목적을 찾는 여성 주인공들의 헌신적인 가사노동”이라는 관점에서 “놀라운 아내들”을 소재로 삼았다고 평했다.
2019년 4월 남편 베이조스와 이혼하면서 스콧은 아마존 주식의 4%를 받았고, 이는 380억달러에 달했다. 스콧은 아마존 주식을 받자마자 바로 지출 계획을 세웠다.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캠페인에 서명했다. 더 기빙 플레지는 전 세계 대부호들이 생전이나 사후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캠페인이다. 스콧의 전남편이자 한때 전세계 최대 부호였던 제프 베이조스는 더 기빙 플레지에 단 한 번도 가입하지 않은 것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 제프 베이조스와 전 부인 매켄지 스콧은 2019년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 분할을 하면서 이혼했다. 이혼과 함께 세계적 여성 부호가 된 스콧은 ‘기부여왕’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REUTERS

베이조스와 이혼으로 부호 대열에
엄청난 액수를 의미 있게 쓰는 건 버는 것보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에밀리 스콧은 말한다. 에밀리 스콧은 슈퍼리치의 기부사업을 컨설팅한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부호 고객들이 “정글 같은 기부사업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않도록” 지원하는 일을 한다고 스스로 표현한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유명 인사 가운데 기부 큰손은 대중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 기부 활동은 때로 이들이 큰돈을 번 기업활동보다 비판적인 평가를 받는다. “나쁜 전략으로 돈을 쓰고도 기부로 자신의 명성에 흠집을 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적잖은 부호가 처음부터 기부를 포기하기도 한다.
기부를 고민하는 부호들의 관심사는 기부 행위가 자신에게 어떤 이미지를 안겨주는가이다. “슈퍼리치들은 기부로 자기 이름이 후대에 남기를 바란다.” 적잖은 부호가 자신이 졸업한 유명 엘리트 대학에 기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학들은 기부금으로 기부자의 이름을 딴 도서관을 지어, 입구에 기부자 이름을 새겨넣는다. 부호들은 유명한 병원에 자기 이름을 딴 새 건물을 기부하기도 한다.
이혼 뒤 할아버지 성으로 바꾼 스콧은 지금까지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찾아냈다. 자신이 기부한 수많은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단체는 “만성적 재정 적자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끝도 없는 기부금 모금으로 원래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스콧은 자신의 블로그에 전했다.
대안금융기관 크래프트3의 아담 치머만은 이에 전적으로 수긍한다. 그는 자신이 몸담은 단체 역사상 압도적으로 많은 금액을 기부받은 날을 정확히 기억했다. 크래프트3는 오리건주의 대안 대출기관으로, 소기업이나 자기 집을 마련하는 사람들에게 대출해준다. 특히 차별받는 ‘흑인, 원주민, 유색인종’이 주요 대상이다.
스콧이 기부 의향을 밝힌 전자우편이 스팸메일함으로 들어갔다고 치머만은 <슈피겔>과의 통화에서 말했다. “그 전자우편이 나이지리아 출신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보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단 확인해야 했다.” 전자우편을 받은 뒤 스콧 쪽과 5분간 통화했다. “스콧 쪽은 통화에서 크래프트3에 1천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전했다.” 치머만은 당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웃었다. 이로부터 몇 주 뒤 약속한 돈이 크래프트3의 계좌로 이체됐다.
치머만이 기뻐한 대목은 액수가 아니었다. 기부금에 일체의 조건이 달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통 기부금은 기부받는 단체의 업무를 어렵게 하는 조건이 적잖이 달린다.” 기부자는 특정 지역이나 자녀를 홀로 키우는 여성, 원주민을 위해 써달라는 등 기부금 사용처의 정확한 지침을 대개 세워놓는다. 기부금이 지급되기 전까지 엄청난 양의 서류를 작성해야 하고 각종 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이후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자세한 월별 보고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크래프트3에는 이런 업무만 전담하는 직원이 몇 명이나 있다.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모른다.” 이에 비해 스콧 팀은 1년 뒤 요약 보고서만 요구했다. 크래프트3는 팬데믹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기업과 가정에 긴급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샌안토니오의 프란체스카 레트레이 YWCA 지역 사무소장도 예외는 아니다. 샌안토니오의 YWCA 외에 비정부기구(NGO) 7곳이 스콧의 기부 단체 목록에 올려졌다. “샌안토니오는 미국 도시 가운데 빈곤율이 가장 높은 도시다. 아마존은 코로나19 덕을 톡톡히 본 기업이다. 매켄지 스콧은 아마존이 팬데믹 와중에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재분배하고 사회에 환원하기를 원했다.” <엘리트 독식사회>(Winners Take All)의 저자 아난드 기리다라다스가 바라본 스콧의 기부 배경이다. 그 역시 스콧의 자산 형성 과정을 기억하고 있다. “스콧은 자신의 기부금이 조세회피, 임금 탈취, 경영진의 노조 설립 저지 등으로 형성됐음을 잘 알고 있다.”
<저스트 기빙>(Just Giving)의 저자 롭 라이히 미국 스탠퍼드대학 사회과학 교수는 스콧이 엄청나게 기부했음에도 2020년 말에는 “연초보다 분명히 더 부유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억만장자는 60억달러를 기부해도 자산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를 수밖에 없다.”
라이히 교수는 스콧의 비인습적이고 복잡하지도 않으면서 언뜻 호의적으로 보이는 방식의 엄청난 기부금을 향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스콧의 기부 전략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라이히 교수는 스콧의 기부금이 직접 재단을 통하거나 기부자에게 엄청난 조세 혜택을 안겨주는 ‘기부자 자문 기금’을 통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는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스콧처럼 엄청난 재정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서 근본적으로 많은 투명성을 바라도 된다.”

   
▲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매켄지 스콧과 헤어진 뒤, 방송인 로렌 산체스와 교제 중이다. 이들이 2020년 1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한 행사에 나타나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REUTERS

전남편 베이조스의 자선에 영향
그래도 스콧의 거액 기부가 전남편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베이조스가 얼마 전 아마존 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2021년 여름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이끄는 앤디 재시에게 자리를 물려줄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조스는 자신의 우주탐사 기업인 블루오리진과 환경보호재단 ‘베이조스 지구 기금’, 노숙인과 교육기관 지원에 집중하는 자신의 사회재단 ‘데이 원 펀드’(Day 1 Fund)에 매진하려 아마존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베이조스는 빌 게이츠와 그보다 훨씬 앞서 앤드루 카네기나 존 록펠러가 걸어갔던 길을 가려는 듯하다. “베이조스는 전 지구 위에 그 누구보다 자본과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했다”고 아마존 전문가인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설명했다. “베이조스는 현 사회가 안고 있는 큰 문제 몇 개를 제대로 해결해나갈 적임자다.”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경제가 후퇴한 코로나19 팬데믹의 해인 2020년에 온갖 스캔들과 공정경쟁법 위반 의혹에도, 전 부인 매켄지 스콧과 함께 일구었던 기업 아마존의 시장가치는 약 70% 늘어난 1조6500억달러에 이른다.
스콧은 자신의 부가 어디서 나왔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내 자산 대부분을 만들어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리고 “이 미션을 금고가 텅텅 빌 때까지 계속하겠다”고 했다. 그러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다.

ⓒ Der Supigel 2021년 제8호
Bis der Safe leer ist
번역 김태영 위원

기도 밍겔스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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