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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 채당 200t의 모래와 자갈

기사승인 [132호] 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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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순환경제 ② 쓰레기 제로 사회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슈피겔> 기자

   
▲ 독일 함부르크 시내에 있는 ‘모링가’ 건물 모습. 빗물을 모아 수세식 변기에 사용하고, 외벽에 식물을 많이 심어 모링가 건설로 사라지는 녹지보다 더 많은 녹지가 생기도록 한다. 모링가 프로젝트 누리집

부퍼탈은 독일 중부 베르기셴란트 지역의 산업도시다. 대략 250년 전 부퍼강 인근에 섬유산업이 자리잡았다. 지금도 66m 높이의 거대한 가스탱크가 이 지역에서 독일의 산업화가 시작됐음을 알린다.
이곳에서 대량생산과 대량폐기의 원칙이 탄생했다. 그 역사적인 현장에서 정반대 노선의 계획이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 ‘부퍼탈 운동’의 구상에 따라 ‘서큘러 밸리’(Circular Valley)를 조성해 전세계 약 40여 개의 스타트업을 가스탱크 인근에 입주하게 하여 순환경제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런 콘셉트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고 시민단체 회장인 카르스텐 게르하르트는 말한다. 그는 “부퍼탈이 아이디어 팩토리를 통해 ‘거대한 변화의 선두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퍼탈에서 태어난 게르하르트는 컨설팅 회사 커니(Kearney)의 지속가능성 분야 전문가다. 그는 부퍼탈의 가스탱크를 순환적 사고의 상징이라고 여긴다. 과거에는 에너지 저장소로 이용됐던 실린더형 시설이, 지금은 파노라마 스크린을 갖춘 돔형 이벤트 홀이 되었다. 두 가지 점에서 이곳은 서큘러 밸리 조성에 적합하다. 부퍼탈은 과학자들이 이미 수십 년 동안 자원 보존을 연구해온 곳이다.

부퍼탈의 ‘서큘러 밸리’
2019년 세상을 떠난 환경연구 분야의 원로 화학자 프리드리히 슈미트블레크는 부퍼탈 기후환경에너지 연구소에서 물건 한 개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천연자원이 소비되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인 ‘생태 배낭 그림’을 고안했다. 1t의 구리를 얻으려면 500t의 천연자원이 소비된다.
새로 취임한 부퍼탈의 시장도 ‘서큘러 밸리’ 프로젝트에 유리한 요소다. 2020년 11월 기독교민주연합(CDU)과 녹색당의 지명을 받아 우베 슈나이데빈트는 부퍼탈 시청에 입성했다. 시장이 되기 전에 그는 부퍼탈 기후환경에너지 연구소 소장이었다. 경제학 교수 슈나이데빈트는 자신의 학문적 노하우를 정치 실무에 적용하려는 몇 안 되는 과학자 중 한 명이다.
슈나이데빈트는 부퍼탈을 미래의 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쓰레기 없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계약을 체결할 때 지방자치단체는 폐기물 방지를 선택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신규 건설 프로젝트에서 투자자가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쓰도록 한다. 슈나이데빈트의 제안은 자원 보존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의 변화를 보여준다.
자원 보존 과정의 마지막 부분인 재활용 산업에 주의를 기울이는 대신 입법자들이 그보다 더 일찍, 생산자와 그들의 제품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제조자는 처음부터 그들이 생산하는 제품이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현재 이 요구를 충족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심지어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재활용을 방해한다.

   
▲ 2020년 전세계적으로 13억 대의 스마트폰이 팔렸다. 스마트폰에는 많은 재활용 원자재가 있지만 재활용률은 아주 낮다. 재활용은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 REUTERS

재활용을 사보타주하는 애플
2020년 전세계적으로 13억 대의 스마트폰이 팔렸다. 각 스마트폰에는 금, 구리, 희토류 같은 귀금속이 포함됐다. 스마트폰 한 대의 무게는 보통 약 130g이지만 생태학적 배낭은 거의 600배에 달하는 75㎏이 넘는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스마트폰을 2년마다 바꾼다. 제조업체는 스마트폰이 빠르게 구형이 되도록 힘을 다해 돕고 있다.
최신 운영 시스템이 더는 구형 기기에서 작동하지 않고, 신규 앱을 내려받을 수 없고, 수리는 거의 불가능하다. 많은 제조업체가 스마트폰의 하우징을 접착하거나 용접하고, 배터리를 교체하기 어렵게 설계한다. 아이폰의 최신 모델 아이폰12도 수리하기 어렵게 만들어졌다. 독립 수리점은 애플이 아이폰에 서드파티 혹은 라이선스를 받지 않은 회사의 예비 부품을 쓰지 못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고 하소연한다.
2020년 말, 이 중 350개 이상의 업체가 ‘스마트폰 동맹’으로 뭉쳐 정품 예비 부품을 공정한 가격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현재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 수리를 비싸고 매력적이지 않거나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시도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노르웨이의 휴대폰 수리업자 헨리크 휴즈비는 이를 고통스럽게 경험했다. 4년 전 휴즈비는 노르웨이 스키(Ski)시에서 스마트폰 수리업체를 운영했다. 고객은 종종 디스플레이가 파손된 아이폰을 가지고 와서 수리를 의뢰했다. 애플은 독립 수리점에 정품 예비 부품을 거의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휴즈비는 홍콩에서 수입한 중고 부품을 써서 아이폰을 수리했다.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돼, 휴즈비는 하루에 고객 5~10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런데 노르웨이 세관 당국은 그가 주문한 예비 부품이 “애플 제품을 위조한 것”이라며 전량 압수하고, 그 사실을 애플에 통보했다. 애플은 상표권 침해 혐의로 휴즈비를 고소했다. 뒤이어 혹독한 법적 다툼이 벌어졌다.
1심에서 오슬로 지방법원은 애플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 법원이 판결을 뒤집어 애플 손을 들어줬다. 결국 2020년 6월 노르웨이 대법원은 휴즈비의 상고를 기각해, 애플에 약 2만3천유로를 배상하고 소송 비용을 부담할 것을 명령했다. 금액 절반가량은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으로 모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도 휴즈비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고, 연대도 이루어졌다.
이 갈등은 구매자가 자신의 소유물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제조업체가 제품 사용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렸다. 애플은 정식 수리업제가 아니면 동일한 유형의 아이폰에서 분리한 부품조차 설치할 수 없도록 소비자 권리를 제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의 기술을 가진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이 과거의 자원 소비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다.

   
▲ 독일 루트비히스하펜에 있는 거대 석유화학 제조업체 BASF는 전기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리튬이온배터리 시스템을 재활용하기 위한 시험설비를 브란덴부르크주 슈바르츠하이데에 짓고 있다. BASF 공장 전경. REUTERS

건물은 자원의 무덤
독일에서는 약 2억 개의 구형 스마트폰이 사용되지 않고 서랍에 보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지만 공사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 무게에 비하면 소량에 불과하다. 독일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중 절반 이상이 건설·철거 업계에서 나온다. 주로 모래나 돌 같은 광물자원으로 연간 2억1100만t에 이른다. 토목엔지니어 바냐 슈나이더는 그것이 “환경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슈나이더는 30년간 부동산 산업에 종사했다. 부동산 업계에서 순환경제 개념은 지금까지 실제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현재 그는 모링가(Moringa)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모링가 올레이페라’는 슈퍼푸드로 널리 알려진 인도산 약용식물로 빠르게 성장하고 영양분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 지역에 건설될 예정인 건물에 나쁘지 않은 이름이다. 약 200가구의 임대아파트를 포함한 12층 고층 건물은 슈나이더에 따르면 이런 규모로는 독일에서 처음 시도되는 ‘요람에서 요람까지’ 오브젝트라고 한다.
건물은 자원의 무덤이다. 기존 방식의 단독주택 한 채에는 약 200t의 모래와 자갈이 숨겨져 있다. 그중 일부는 재활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 즉 저품질 재료로 바꾸는 것만 가능하다. 이런 재료는 최대로 활용해도 파쇄해서 도로 건설에 쓰이는 정도다.
지난 수십 년간 건축주들은 에너지 절약형 기후보호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그에 따른 막대한 자원 소비를 무시했다. 이들은 건물 정면을 두꺼운 단열 시스템으로 덮었다. 그러나 2015년까지 패널에 독성 난연재가 포함된 경우가 많았다. 지난 50년 동안 독일에 설치된 폴리스티렌 단열재의 면적을 합하면 뤼겐섬만큼이나 크다.
역설적이게도 기후보호 기술이 많은 양의 천연자원을 소모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시스템에는 구리 또는 니켈이 포함됐고, 이를 분해하려면 톤 단위의 흙과 돌이 이동해야 한다. 풍력터빈 블레이드는 부분적으로만 재활용할 수 있는 유리섬유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주택을 철거할 때 나오는 단열 패널은 대부분 특수폐기물로 분류돼 소각된다. 지금까지 사용이 끝난 뒤 자신이 세운 건물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는 건축주는 거의 없다.
모링가 프로젝트에서 토목 엔지니어 슈나이더는 계획 단계부터 이 부분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석재, 금속, 목재 등 모든 건설자재에 대해 재사용할 방법을 확인하고 있다. 고층 건물이 원자재 보관소가 되도록 설계하려 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후 건물을 철거한 뒤 배출된 폐자재를 새로운 목적으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외장재는 해체가 쉬워야 하고, 종류에 따라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빗물을 모아 수세식 변기에 사용하고, 외벽에 식물을 많이 심어 모링가 건설로 사라지는 녹지보다 더 많은 녹지가 생기도록 한다.
그러나 환경을 위한 노력에는 대가가 있다. 그의 추정에 따르면 건설 비용이 기존 건물보다 10~30% 증가한다. 자원 보호는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체의 관심사다. 지금까지 독일 경제는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의 약 6분의 1만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사용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엄격해진 규제로 사고의 전환이 강제됐다. 여기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는 앞으로 “결정적인 경쟁 우위를 가질 것”이라고 독일 대기업 BASF의 최고경영자(CEO) 마르틴 브루더뮐러는 말한다.

   
▲ 2021년 2월 영국 런던의 한 시민이 ‘쓰레기 제로 운동’에 동참해 폐식용유 등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처리하고 있다. REUTERS

플라스틱 1400만t 중 재활용은 200만t뿐
루트비히스하펜에 있는 BASF는 거대 석유화학 제조업체다. 이 회사는 원유를 플라스틱의 중간 원료로 가공한다. 폴리프로필렌으로 마가린 용기를 만들고, 폴리스티렌으로 포장용 비닐을, 폴리에틸렌으로는 세제병을 만든다. 전부 일회용 제품이다.
그럼에도 BASF는 순환경제 개념을 적용하려 노력한다. 4년 이내에 이 회사는 25만t의 재활용 원자재와 폐기물 기반 원자재를 공정에 사용할 계획이다. 그와 동시에 브루더뮐러는 순환경제를 사업모델로 만들어, 2030년까지 매출을 현재의 두 배인 170억유로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BASF는 현재 전기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리튬이온배터리 시스템을 재활용하기 위한 ‘파일럿 플랜트’(새로운 공법이나 신제품을 도입하기 전 시험적으로 건설하는 소규모 설비)를 브란덴부르크주 슈바르츠하이데에 건설하고 있다. 아직 사용된 셀의 양은 ​​미미하지만, 10년 뒤엔 시장이 발전하고 배터리 재활용도 자리잡을 것이다.
또 다른 BASF 프로젝트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더 효과적으로 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BASF 소속 연구원들은 혼합 플라스틱 폐기물 혹은 복수의 플라스틱 소재가 함께 사용된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쓰는 화학적 재활용 프로세스, 일명 ‘열분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런 폐기물은 재활용이 불가능해 보통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폐타이어 재활용 공정은 이미 산업 규모로 작동한다.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해 극복해야 할 또 다른 결정적 장애물은 경제적 효율성이다.
오래된 물뿌리개나 바닥재는 힘들게 재활용할 만한 가치가 없다. 현재의 비교적 저렴한 원유 가격에선 새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BASF 전략가들은 이런 상황이 이른 시일 내에 바뀌지 않고, 재활용 플라스틱의 가격 수준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새 플라스틱 생산 비용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재활용률은 친환경 기준으로 거의 쓸모가 없다. 독일에선 플라스틱 포장재의 50% 이상이 업계 용어로 ‘재활용 쓰레기’로 분리배출된다. 하지만 이 용어는 재활용이란 것이 소각 처리를 뜻할 수도 있고, 극히 소량만이 실제 새 플라스틱으로 가공된다는 사실을 감춘다.
2019년 독일에서 가공된 약 1400만t의 플라스틱 중 재활용 소재로 만든 플라스틱은 200만t에 불과하다. 재활용 플라스틱 중에서도 포장재 폐기물을 원료로 쓴 것은 절반에 불과하다. 즉, 실제 플라스틱 재활용은 원유 가격이 높을 때만 이익이 된다. 아니면 빈 병 반환 시스템이나 새 플라스틱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와 같이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더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래야 소비재 제조업체 처지에서 세제용기나 샴푸병을 재활용할 가치가 있다.
그래서 업계는 2019년 세계 환경의 날에 진행한 이벤트 수준으로 (순환경제)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당시 헹켈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용기에 담긴 샤우마 샴푸 한정판을 출시하며 “샤우마는 지구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수용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슈퍼마켓 매대에는 ‘친환경’을 표방하는 상품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최신 유행은 세계 최대 초콜릿 회사인 마르스(Mars)도 초코바에 시험적으로 도입한 종이 기반 포장이다. 하지만 전부 종이로 포장재를 만든 것은 아니다. 마르스에 따르면 초콜릿을 보호하기 위해 플라스틱 코팅이 돼 있다. 그럼에도 회사는 이 포장재를 재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부퍼탈의 순환경제 연구원 헨닝 빌츠는 이런 복합포장에 회의적이다. 그는 복합포장이 재활용에 독이 된다고 본다. 쉽게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소각된다는 것이다. 관련 사항을 문의하자 마르스조차 확신 없는 태도를 보였다. “명확한 ‘권장 폐기 방법’은 제시할 수 없다”며 “코팅은 현재 재활용이 불가능하지만 재활용 공정에서 씻어낼 수 있다”고 답변했다.

ⓒ Der Supigel 2021년 제8호
Die grüne Null
번역 황수경 위원

알렉산더 융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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