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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특수’ 누리는 공룡기업들

기사승인 [133호]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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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눈먼 조업단축 지원금

수많은 자영업자가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지만, 벤츠 등 대기업들은 국가 지원금 덕택에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배당금을 두둑하게 지급해 주주들을 기쁘게 해줬다. 그리고 정보기술(IT) 공룡기업들은 세금을 거의 내고 있지 않다. 이런 불평등한 고통 분담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다비트 뵈킹 David Böcking 지몬 부크 Simon Book
프랑크 도멘 Frank Dohmen
크리스티나 크니르케 Kristina Gnirke
<슈피겔> 기자

 

   
▲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아마존은 절세를 위해 2020년분 소득세를 일부러 적게 신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에 있는 아마존 계열사 모습. REUTERS

몇 달 전만 해도 독일 바이에른주 발트키르헨에 있는 패션하우스 가르하머(Garhammer)는 미래지향적 업체에 속했다. 샴페인바, 맥주바, 어린이 놀이공원, 고급 레스토랑이 밀집한 9천㎡ 규모의 가르하머 패션 파크는 연간 방문객만 25만 명에 이르렀다. 도르트문트와 에센, 뮌스터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왔다. 가르하머 공동최고경영자(CEO)들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하기 전에 청소년 패션 부문에 700만유로(약 94억원)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크리스토프 후버 CEO는 “우리가 패션업계 경기를 창출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 요하네스 후버와 함께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그러나 지금 후버 형제는 증축 설계도를 작업하는 대신, 바이에른 주정부에 보낼 호소문을 쓰는 데 매달리고 있다. 후버 형제가 지난 25년간 자사에 투자했던 총액의 무려 20%에 달하는 돈이 팬데믹 와중에 증발했다고 한다. 독일에서 셧다운(업무 일시 중단)을 지속해서 가르하머의 매출 급감이 이어진다면, 그렇지 않아도 인프라가 낙후한 발트키르헨 지역에서 사회적 지지대 구실을 해온 지역 최대 유통기업이 머잖아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후버 형제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아온 협회나 단체는 연극단체부터 초등학교에 이르기까지 100곳이 넘는다. 크리스토프는 이렇게 묻는다. “우리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가 이들을 지원할까? 아마존과 찰란도는 절대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다.”

   
▲ 패션 의류와 잡화를 주로 취급하는 독일의 인터넷 쇼핑몰 찰란도의 루빈 리터 회장이 2017년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REUTERS

세금 안 내는 ‘코로나 특수’ 글로벌 기업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여전히 독일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건강한 사람과 병자, 그리고 승자와 패자를 낳고 있다. 수많은 자영업자와 여행업체 그리고 이벤트업체가 파산의 절벽으로 내몰리는 동안, 온라인 상거래 업체와 디지털경제는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글로벌 대기업들은 세금의 무풍지대에 있다. 또한 독일 대기업들은 조업 단축 지원금 수백억유로를 국가로부터 챙기는 한편, 주주들과 창업주 가족에게 상당한 이익을 배당했다.
독일 정부가 첫 봉쇄 조처를 내린 지 1년여 지난 지금, 코로나19 방역 대책은 독일을 계급사회로 만들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특수를 누리는 기업들의 사회적 비용 부담은 점점 줄어들었다. 반면 코로나19 위기로 피해를 크게 입은 기업들은 국가 지원금이 줄어들었다. 가브리엘 펠베르마이어 독일 킬(Kiel) 세계경제연구소장은 “재정 지원 대상을 완전히 잘못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의 스벤 기골트 유럽의회 의원은 “글로벌 대기업들은 돈의 바다에서 헤엄치는데, 국내 자영업자들은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며 엄중히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 공정한 분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건 당연하다. 거대 디지털 기업과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는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인상을 고민하는 건 독일 정부만이 아니다. 독일 여당 원내는 아마존에서의 상품 구매에 대한 코로나19 세금 도입을 고심하고, 사회민주당은 국가 지원금을 받은 기업들이 기업 이익을 배당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는 기업과 기업인을 둘러싼 논의가 불붙고 있다. 애초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국가 지원금, 결과적으로 자본가가 혜택을 누리는 노동자 지원금, 올라 켈레니우스 다임러그룹 회장처럼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는 사람들에 관한 논의다.
켈레니우스 회장은 2021년 2월 중순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2020년 기업 실적 발표 자리에서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았다. 다임러그룹이 2020년 전세계적으로 몇 달 전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다임러그룹은 코로나 팬데믹의 해인 2020년에 이익(이자 및 세전이익·EBIT)이 50% 이상 늘어난 66억유로(약 8조8515억원)를 기록했다. 켈레니우스 회장은 2020년 배당금을 주당 90센트에서 1.35유로(약 1800원)로 대폭 상향 조정하는 것을 즉흥적으로 결정했을 정도다. 그러면 다임러그룹은 주주에게 약 14억유로를 배당하게 된다.
그런데 국가 지원금까지 챙겼던 다임러그룹은 최근 몇 개월 동안 수천 개 일자리를 삭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임러그룹이 2020년 국가로부터 받은 조업단축 지원금만 해도 약 7억유로(약 9368억원)였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의 기독교민주연합 주자네 아이젠만 주총리 후보는 주의회 선거를 앞두고 다임러그룹이 이 사안에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회민주당 연방하원 카르슈텐 슈나이너 원내사무총장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할 때 기업들의 배당금 지급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국가 지원금에 의지하는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서는 안 되며, 이러한 행위는 자본주의의 추악한 이면”이라며 트위터에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는 다임러그룹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지멘스, 폴크스바겐, 베엠베(BMW), 바스프(BASF), 콘티넨탈 등 독일을 대표하는 대기업들 모두 국가로부터 조업단축 지원금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배당금을 주주에게 지급하고 있다. 2021년 독일 100대 주식회사의 배당금은 전문가들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400억유로(약 53조6천억원)에 이른다.
BMW와 다임러, 폴크스바겐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장기간 생산설비를 멈췄다. 조업 중단 기간에 직원 급여는 상당 부분 국가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지급됐다. 국가의 재계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독일 정부는 2021년 초 코로나19 지원 대책의 하나로 전기자동차 한 대당 구매지원금을 최대 9천유로로 올렸다.

   
▲ 다임러그룹은 코로나19 대유행의 해인 2020년에 이익이 무려 50% 이상 늘어난 66억유로를 기록했다. 이 그륩의 올라 켈레니우스 회장이 2020년 1월 새로운 벤츠 자동차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REUTERS

주주 호주머니로 들어간 정부지원금
구매지원금과 노동비용 절감 덕택에 기업들의 이익은 늘어났고, 이렇게 늘어난 이익은 주주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폴크스바겐은 약 24억유로를 배당했다. BMW의 소유주 슈테판 크반트와 주자네 클라텐은 5억유로 이상을 배당받았다. BMW의 2019년 배당금은 약 7억7천만유로 수준이었는데, 2020년 배당금으로 약 12억유로를 계획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콘티넨탈의 경우, 사내 배당금 정책을 두고 사용자 쪽과 노조 사이에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콘티넨탈의 하잔 알라크 경영협의회 대표는 배당금을 주주에게 지급할 것이 아니라 사내 보유액으로 돌리고 미래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콘티넨탈 감독이사회는 이와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2020년 조업 단축과 일자리 감축을 단행한 콘티넨탈 사쪽은 버젓이 주주에게 6억유로를 배당했다.
대기업들은 국가 지원금을 받으면서 동시에 주주에게 배당금을 펑펑 지급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대기업들은 국가로부터 받는 조업단축 지원금을 오랜 기간 사회보험을 부담해 취득한 보험이자 권리로 인식했다. 콘티넨탈은 지난 몇 년 동안 연방노동청에 4억유로 정도 납부했는데 조업단축 지원금으로 받은 건 겨우 1억유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재계에 지급한 조업단축 지원금 지출액은 2019년 1억5700만유로에서 코로나19 위기로 현재 200억유로로 급증했다. 연방노동청의 보유액은 거의 소진됐고, 독일 정부는 국고에서 지원했다. 그렇게 조업단축 지원금의 일부는 세금으로 충당됐다.
도이체텔레콤처럼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린 기업들조차 조업단축 지원금을 받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도이체텔레콤의 매출액이 팬데믹의 해인 2020년에 무려 1억유로 급증했음에도, 티모테우스 회트게스 도이체텔레콤 회장은 430개 텔레콤숍 직원들에 대한 조업단축 지원금을 신청했다. 도이체텔레콤은 국가로부터 받은 조업단축 지원금의 정확한 액수에 대해서는 일절 입을 닫았다. 도이체텔레콤이 2020년 배당금으로 28억유로를 지급하려는 계획이 국가 지원금을 받은 것과 상충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독일 정부는 재계에 대규모 세금 지원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코로나19 위기 중에도 놀라운 매출액을 기록한 기업한테 세금을 징수할 계획이 여전히 없어 보인다.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거대 기업에 코로나19 대유행은 경기부양책 계기가 됐을 정도인데 말이다. IT 대기업들은 셧다운 기간에 문 닫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
아마존은 전 그룹 차원에서 매출과 이익이 각각 40%, 84% 급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그룹소프트웨어 팀은 수많은 기업에 ‘유일한 운영체제’로 위상을 굳혔다.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은 2020년 이익이 2200만달러에서 6억7천만달러로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전세계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 대열에 당당하게 들어섰다.
디지털 거대 기업들은 흑자가 유럽이 아닌 미국에서 주로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아마존은 유럽에서 전통 유통업으로 매출이 36% 늘었지만, 동시에 12억유로 상당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아마존이 2020년 유럽 전역에서 신고한 소득세는 2019년 대비 2억4천만유로 줄었다.
절세를 위해 소득세를 일부러 적게 신고했다는 의혹에 대해 아마존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적잖은 전문가가 아마존이 법인세율이 낮은 지역과 국가에서 다른 사업장의 흑자를 신고하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간다고 확신한다. 아마존 외에 수많은 IT 대기업이 당국에 세금을 덜 내기 위해 흔히 이런 수법을 사용한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IT 대기업이 납부하는 법인세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각국 정부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이런 식으로 전세계에서 징수되지 않은 세수만 연간 최대 2400억달러라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추정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한 연구보고서는 “코로나 위기는 국제적으로 세제 논의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웠다”고 지적한다.
독일 정부의 록다운(이동 제한) 등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통해 온라인 유통업계만 특수를 누리는 것에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업계가 매출 증대와 조세 부담 완화로 이익이 두 배나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리지만, 길거리 자영업자들은 줄도산의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독일 소매업체협회는 도심 자영업자의 60% 이상이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상점 폐쇄와 예약방문제(Click & Meet) 규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소상공인이 매달 늘어나고 있다. 국가 지원금 신청 절차는 너무 복잡하고, 지원금 지급도 너무 늦어지거나 아예 되고 있지 않다고 소상공인들은 호소한다.
거대 온라인 기업에 대한 특혜를 둘러싸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다. 이는 독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국제적으로 디지털 세금 인상에 대한 합의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면, 지금까지 최대한 낮은 디지털 법인세를 지지해온 국가들을 위주로 디지털 세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법인세율을 2023년부터 대폭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인세율 인상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기업과 디지털 공룡기업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디지털 기업들은 이마저도 “숭숭 뚫린 법망”을 통해 빠져나갈 것이라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논평했다.

   
▲ 도이체텔레콤의 매출액이 팬데믹의 해인 2020년에 1억 유로로 급증했음에도, 티모테우스 회트게스 도이체텔레콤 회장은 430개 텔레콤숍 직원들에 대한 조업단축지원금을 신청했다. 2019년 12월 회트게스 회장이 한 행사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REUTERS

바이든, ‘대기업 과세’ 계획 밝혀
미국에서 상황 반전은 극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지털 혹은 아날로그 비즈니스에 상관없이 재계 전반에 세제 부담을 늘리는 것을 거부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모든 기업에 세금 부담을 늘리는 동시에 대기업의 과세에 대해 국제적 협상을 할 계획을 밝혔다. 그 계획에 따르면 전체 미국 기업의 이익 최소 21%에 과세된다. 미국 기업들이 국외에서 거둬들인 이익에도 21%는 동일하게 적용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공정한 과세를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다.
재계에 대한 국가의 조업단축 지원금에 대해서도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전직 녹색당 정치인 게르하르트 시크를 비롯한 시민운동단체 피난츠벤데(Finanzwende·금융전환)는 인터넷에서 ‘배당금에 대한 록다운’이라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사회민주당은 국가로부터 조업단축 지원금을 받는 대기업에는 배당금 지급을 금지한 네덜란드 방식의 개혁에 눈길을 보내고 있다.
독일 발트키르헨의 패션 기업인 후버 형제에게 이는 공정의 표시다. 후버 형제는 “조금이라도 기회 균등을 위해”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기업에 팬데믹 방역 대책의 비용을 더 강력하게 분담시킬 것을 요구했다.
*<슈피겔>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일부 출판 부문에서 조업단축 지원금을 신청해, 국가로부터 약 20만유로(약 2억6700만원)를 받았습니다. 이는 <슈피겔> 총매출액의 0.07%에 해당합니다. <슈피겔>의 2020년도 이익과 배당금은 미정입니다.


Ⓒ Der Supigel, 2021년 제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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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김태영 위원

다비트 뵈킹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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