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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상 막고 욕창 방지하는 똑똑한 간병침대

기사승인 [133호]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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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ND] 스마트침대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 점점 더 늘고 있지만, 독일은 준비돼 있지 않다.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돌봄 노동을 더 인기 있는 직업으로 만들고 돌봄 종사자의 일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마르쿠스 데트머 Markus Dettmer <슈피겔> 기자

   
▲ 첨단기술을 장착한 스마트침대는 환자의 안전과 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최대한 보장하고 간호인력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데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REUTERS

작은 흰색 상자, 서버, 스위치, 동작감지기, 접촉 센서. 그렇다. 이것이 바로 간병요양 서비스의 디지털 미래다. 전자제품 매장에서 사온 잡동사니를 모아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 기기는 독일 북부 도시 빌레펠트 실버타운 ‘하우스 아벤트프리덴’의 신관에 설치된 기술적 보조 시스템의 일부다. 이곳에서 몇백m 떨어진 곳에 베텔 공동체 사렙타 수녀원의 수녀들과 지역주민을 위한 입소식 양로원 ‘하우스 한나’(Haus Hannah)가 완공됐다. 8년 전 베텔 공동체는 시범사업으로 스마트폰 기술, 조명시스템, 센서를 도입했다.

독일, 2030년 간병환자 500만 명
이 기술은 환자의 안전과 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최대한 보장하고, 간호인력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동작감지기는 새 양로원에서 꼭 필요한 곳에만 이동형으로 설치됐다. 예를 들어 낙상 위험이 큰 입소자가 밤에 자리에서 일어나면, 전자기기가 간호인력에게 이를 알린다.
독일은 점점 늙어가고 있다. 지난 20년 사이 간병요양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환자 수는 거의 두 배 늘어, 2020년에는 400만 명 이상이 됐다. 이것도 최대치가 아니다. 2030년에는 무려 5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누가 이 많은 환자를 돌볼 것인가? 예측에 따르면 2030년에는 이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최대 50만 명의 간병 전문 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다. 직업에 대한 사회 인식이 좋아지고 임금이 오르면 문제의 심각성이 완화되겠지만, 최신 기술 도입과 새로운 업무 체계화 없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마르티나 리자라소 로페스가 이끄는 프로젝트팀은 베텔스만재단의 의뢰로 두 가지 연구를 수행하고, 최근 그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방문요양 서비스의 사회적 혁신”, 즉 업무 체계의 개선과 “효과적인 기술 사용”을 지지했다. 리자라소는 팀원들과 함께 의료현장에서 방문요양 서비스의 새로운 콘셉트를 연구했다. 이들은 먼저 국내외 질적 사례연구를 바탕으로 새 기술이 장기입원 치료에서 어떤 구실을 하고, 직원 업무와 치료 품질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리자라소는 “연구 결과가 대표성을 갖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술)혁신은 무엇보다 간병인력의 업무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육체적 부담뿐 아니라 정신적 부담도 줄여준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침대는 환자의 욕창 발생을 감지한다. 리프트 시스템은 환자를 들어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바닥에 설치된 센서는 특이한 움직임을 감지한다. 휴머노이드 업무 로봇 ‘페퍼’는 사람의 감정에 반응한다. 리자라소는 “네덜란드나 덴마크 같은 국가는 사회·기술적 혁신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다. 우리에게는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혁신은 거의 개인이나 단체가 큰 재력을 가지고 있거나, 기부금을 모을 수 있거나, 지속해서 새로운 프로젝트 자금을 얻어 자체적으로 비용 대부분을 조달할 수 있는 곳에만 도입된다.
빌레펠트 ‘하우스 아벤트프리덴’의 책임자인 전문 노인요양보호사 비르기트 미헬스리스는 신관으로의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전에 그는 베텔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했고, 2년 전까지 사업 책임자로 일했다. 미헬스리스도 “보건시스템의 디지털화를 위한 장려기금이 많이 있지만, 노인요양시설에 적합한 지원금은 거의 없다”고 했다. 자금조달 문제를 인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EDPS(전자정보처리시스템)나 WLAN(wireless LAN·무선랜) 설치에 드는 비용은 의료보험에서 지급하지 않는다.
미헬스리스는 디지털화의 장점을 확신한다. 간병요양과 ‘쿨한’ 정보기술은 처음엔 서로 모순되는 개념처럼 들릴 수 있기에 그는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다. 간병이 필요한 환자에게 삶의 질을 높이고, 간병인력의 업무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는 병원뿐 아니라 재가요양에도 적용된다. 간병이 필요한 환자 가운데 4분의 3이 자기 집에 산다. 환자의 절반 이상이 가족 구성원의 돌봄에만 의지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이 환자를 돌볼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이 또한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타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방문요양 서비스로 그 빈자리를 메울 수밖에 없다. 독일에는 현재 1만5천 개의 방문요양업체가 있다.
마르첼 발테스가 2016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탈레아(Talea)라는 이름으로 베를린 방문요양 서비스업체 3곳을 인수했다. 목표는 다른 서비스업체와 함께 ‘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비스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는 “업계에서 관례로 하는 것처럼 더 많은 예산과 더 많은 직원을 요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현재 보유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업무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탈레아는 네트워크상에서 경로 계획과 파트너 배정을 최적화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한다. “베를린의 어떤 다세대주택은 서로 다른 업체 3곳에서 방문한다”고 한다. 탈레아는 유연근무 인력풀도 보유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면 다른 업체의 요양사를 투입할 수 있다.
 

   
▲ 서버, 스위치, 동작감지기, 접촉 센서 등 디지털 기술로 장착한 새로운 스마트침대는 간병요양 서비스의 미래를 보여준다. 독일의 실버타운 ‘하우스 아벤트프리덴’ 입소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아벤트프리덴 누리집 제공

네덜란드의 커뮤니티 케어 도입
군나르 잔더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는 기업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규모 요양팀을 서로 연결했다. 요양팀은 환자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독일 뮌스터 출신의 이 기업인은 주로 요양원과 노인주거공동체를 운영한다. 간병요양의 현 상태에 대해 그는 단호하게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잔더는 2018년 네덜란드로부터 ‘뷔르트조르흐’(Buurtzorg)라는 이름으로 ‘커뮤니티 케어’ 개념을 독일에 도입했다. 비영리협회 뷔르트조르흐는 2006년 설립돼 현재 네덜란드 재가요양 환자의 20%를 돌보며 업계 표준이 됐다. 간병인력이 필요한 고용주는 뷔르트조르흐의 기준에 따라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네덜란드어 뷔르트조르흐는 ‘근린지역+ 간호’를 뜻한다.)
잔더는 독일 뷔르트조르흐를 공익 유한책임회사(GmbH)와 동일한 원칙으로 운영한다. 직원 100명이 14개 지역에서, 최대 12명의 간병인력으로 구성된 팀으로 상사 없이 일한다. 한 팀은 최대 50명의 환자를 돌보고, 업무 계획을 스스로 만든다. 그리고 공개된 서비스 요금표에 따라 보수를 받는다.
이들의 업무 체계뿐만 아니라 임금 계산 방식도 독일 시스템과 전혀 다르다. 잔더는 “(독일에서는) 필요해서 서비스를 받는 게 아니라, 의사가 처방했기 때문에 서비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압박스타킹 입히기는 3.99유로, 벗기기는 2.61유로 같은 식으로 서비스 요금을 계산한다. 이에 비해 뷔르트조르흐는 간병 시간을 고정 요금으로 계산해 의료보험에 청구한다. 지금까지 시범사업에서만 이런 방식이 가능했다. 의료보험은 시간당 42유로(약 5만6천원)를 지급한다. 흑자로 전환하기엔 아직 부족한 금액이다.


ⓒ Der Supigel 2021년 제12호
Intelligente Betten
번역 황수경 위원

마르쿠스 데트머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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