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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가속페달 더 밟으세요”

기사승인 [135호]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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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ND] 여성고객을 향한 포르셰의 변신

포르셰는 터프한 남성 자동차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이제 나이 든 남자 곰팡내를 없애고 여성고객의 비율을 높이려 한다. 남성 팬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더 많은 여성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묘기를 부리려 한다. 하지만 독일 시장에서 여성을 겨냥한 판매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이유는 양성평등과 관계있다.

미하엘라 시슬 Michaela Schießl <슈피겔> 기자

   
▲ 독일 자동차회사 포르셰가 여성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포르셰 카브리올레가 2019년 5월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89회 국제 모토쇼에 전시돼 있다. REUTERS

젊은 여성이 포르셰 카브리올레(Porsche Cabriolet)의 보닛 위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다. 왼쪽 발은 범퍼 위에 걸쳤다. 진분홍 블라우스를 진분홍 나팔바지에 넣어 입고, 얇은 진분홍 스타킹을 신은 발에는 금색 스트립 샌들을 신고 있다. 그 옆에는 하얀 네 발을 가진 복슬복슬한 개가 앉아서 귀엽게 쳐다보고 있다. 여성은 당돌하게 카메라를 바라본다. 분홍색 옷을 입고 비싼 자동차에 올라앉아 귀여운 개와 함께 사진을 찍는 신인 스타의 사진이다. 양성평등 활동가들이 즉시 숨이 넘어갈 장면이다.

여성 가수 조플린의 포르셰 사랑
이런 클리셰 뒤에는 자동차업계의 남성 우월주의자들이 있다. 벌써 악성 댓글이 쏟아질 조짐이 보인다. 사실 사진은 히피 세대에서 가장 야성적이고 반항적이었던 인물, 여성 블루스 가수이자 록 보컬리스트인 재니스 조플린이 스스로 번 돈으로 사들인 중고 포르셰 카브리오(Porsche Cabrio) 앞에서 찍은 것이다. 1970년 마약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2년 동안 조플린은 사이키델릭한(환각 상태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그려진 스포츠카를 타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누볐다. 그는 이 자동차를 사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심도 있다. 조플린은 자신의 유명한 노래에서 신에게 벤츠를 사달라고 개인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미 그때부터 포르셰와 여성의 관계는 복잡했던 것 같다. 다만 아무도 여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슈투트가르트의 자동차회사(포르셰)에는 수십 년간 통용된 뒤집을 수 없는 진리가 있다. 포르셰는 시끄럽고 빠르고 남성이 운전하는, ‘터프가이’를 위한 자동차라는 이미지다.
역사상 가장 터프했던 반항아, 미국 배우 제임스 딘은 포르셰를 타다 과속 사고로 죽었다. 포르셰AG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 로베르트 아더는 “우리의 뿌리는 모터스포츠”라며 “레이싱카와 스티브 매퀸은 우리 역사의 일부이고 브랜드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포르셰는 작고 뚱뚱하고 돈 많은 너드(Nerd·지능이 뛰어나지만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거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 이미지가 붙었고 권력 있는 남자의 신분을 상징하게 됐다. 오늘날에는 스티브 매퀸 대신 빌 게이츠나 우도 린덴베르크(독일 가수)가 포르셰 운전대를 잡는다.
이제 포르셰 마케팅 부서는 이 유산과 씨름해야 한다. 포르셰는 남성 팬을 잃지 않으면서 더 많은 여성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묘기를 부려야 하기 때문이다. 슈투트가르트의 자동차회사가 불과 20년 전에 사업을 시작한 중국에선 이 전략이 큰 성공을 거뒀다. 회사 역사와 함께 자라난 마초 이미지 없이도 말이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포르셰 두 대 중 한 대를 여성이 사들인다. 이에 비해 독일에서는 여성 구매자 비율이 전체 구매자 중 13%에 불과하고, 미국에서도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포르셰는 중국에서 하이엔드(최고급) 브랜드로 인식된다”고 아더는 말했다.
물론 가격도 한몫한다. 가격이 5만6천유로(약 7500만원) 이하인 포르셰는 없다. 이것도 추가 비용을 뺀 가격이다. 그러니 포르셰 소유자 중 다수가 자영업자라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이 비싼 자동차를 업무용 차로 등록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전체 회사 중 4분의 1만 여성이 운영하며, 대기업 최고경영진에는 여성 경영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여성 직원은 남성 동료보다 급여가 적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독일의 성공한 여성들은 포르셰처럼 값비싼 자동차를 사들일 자본이 부족한 것일까?
아더는 고개를 저었다. 포르셰가 독일 여성의 쇼핑 목록에 아시아보다 적게 올라가는 이유는 가처분소득 때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아더는 “우리의 마케팅 대상 그룹에 포르셰를 사들일 능력이 있지만 사들이지 않는 여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좋은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다. 회사 창립자 페르디난트 포르셰 박사만 해도 “우리는 아무한테도 필요하지 않지만,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자동차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유럽과 미국의 많은 구매력 있는 여성들에게 피, 땀, 눈물의 자동차(포르셰)는 너무 ‘네안데르탈인’적(야성적)이다. 머리가 벗겨지는 갱년기 중년 남성이 무엇이든 간에 그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사는 자동차라는, 전형적인 포르셰 소유자에 대한 클리셰에 여성들은 거부감을 느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말 클루니가 남편 조지 클루니에게 보낸 생일 선물은 그리 적합하지 않았다. 아말은 2015년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뽑힌 남편에게 54살 생일 선물로 포르셰 911 GT3g를 선물했다. 물론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19년 9월1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국제자동차전시회에 참석해 포르셰의 전기차 모델 타이칸(Taycan)을 살펴보고 있다. REUTERS

포르셰 판매 부진의 또 다른 이유
‘남자 냄새 난다’는 이미지 외에 포르셰 시장 조사원들이 밝힌, 독일 시장에서 여성들의 포르셰 구매가 부진한 두 번째 이유도 양성평등과 관계있다. “여성들은 포르셰를 선물받았다는 인상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스스로 돈을 벌어 자신의 자동차를 사서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아더는 말했다. 포르셰는 고향인 독일에서 슈거대디(Sugar-Daddy·재력으로 젊은 여성과 교제하는 나이 든 남성)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여성들은 자신이 돈 많은 남자의 과시욕을 위해 비싼 자동차와 세트로 보유하려는 사치품쯤으로 여겨질까 두려워한다. 아직도 여성이 자기 돈으로 포르셰를 사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포르셰는 이제 브랜드에서 나이 든 남자 이미지를 조심스럽게 제거하려 한다. “내 배기가스나 먹어라” 같은 고속주행을 과시하는 문구 대신, “포르셰는 최고급 스포츠카 제조업체에서 최고급 스포츠 모빌리티 공급자로 발전한다”고 선전한다. 이를 위해 포르셰는 잠재적 구매자를 대상으로 희망사항을 조사했다.
포르셰의 주요 구매 이유는 브랜드다. 시장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고성능, 최신 기술, 스포츠라는 주제에 불이 붙는다”고 한다. 이에 비해 여성에게 중요한 것은 디자인, 그리고 “품질, 안정성, 햅틱(Haptic·촉감)”이라고 아더는 말한다. 그는 포르셰가 앞으로 이런 측면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면서 “현재 우리는 차량 내부 인테리어를 개인의 요구사항에 맞춰 조정할 수 있게 700종 이상의 옵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실제로 상당히 합리적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젠더 논쟁이 격심한 상황에서는 불티 하나만 튀어도 오두막을 다 태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데틀레프 폰 플라텐 포르셰 영업·마케팅 이사가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포르셰의 전기자동차 모델 타이칸에 여성들의 희망에 따라 음성제어 시스템과 직관적인 디스플레이를 설치하고, 진짜 가죽 커버 대신 비동물성 커버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핑크톤인 프로즌베리(Frozen Berry) 색상을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작은 분노의 폭풍이 몰아쳤다.
여성을 낚으려면 자동차에 분홍색을 칠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돌대가리’들이 글로벌 기업 포르셰에 몇 명 앉아 있는 것 같다는 원성이 들렸다. 여성혐오적인 고정관념에 빠진 것 같은 포르셰에 대한 대중의 분노 속에 이 색상이 중국에서 매우 인기가 있다는 사실은 완전히 무시됐다. 사실 프로즌베리 색상 포르셰를 산 사람 중 절반가량이 남성이다. 이유도 있다. 회분홍색 포르셰가 그냥 근사하고 세련되다고 느낀 것이다. 다만 그 시점에 이를 말하는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새로운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포르셰는 도심에 ‘포르셰 스튜디오’를 열었다. 매장도 확대하고 잠재적 고객그룹(여성)의 미적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사양을 건축학적으로 더 아름답게 꾸며야 한다. 파리의 패션 명품 브랜드 발망(Balmain)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탱(35)과 협업도 진행한다. 아더는 “우리는 여성의 삶에서 더 존재감을 나타내고 싶다”고 말했다.
도심에 있는 포르셰 카페의 커피 타임이 원하는 성공을 끌어낼 수 있을까. 어쩌면 여성에게 포르셰 운전대를 그냥 넘겨주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이보다 더 빠르게 상식적인 존재(여성)를 타락시키는 방법은 없다.
로켓 같은 자동차의 운전대를 쥐자마자 (여성 고객은) 모든 지속가능성, 안전, 경제성에 대한 생각이 날아가고 설문조사에서 선택한 현명한 답변도 뇌리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런 변화에 걸리는 시간은 약 4초다. 포르셰 전기차 모델 타이칸4S의 제로백, 즉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이 순간에는 발터 뢰를(독일의 전설적인 자동차경주 선수)의 눈물뿐만 아니라 눈물주머니까지 수평으로 끌어당긴다. 530마력의 야수는 바퀴 위의 보톡스(Botox)다. 대부분 뒷모습만 보이는 게 아쉬울 정도다. 그러니 속도를 줄인 뒤 성능이 강화된 BMW 모델이 나타나 뒤에서 추월하겠다고 깜빡이를 켜며 얼쩡댈 때까지 기다렸다가, 굿바이를 날리며 달려나가버리는 것이다. 이 얼마나 즐거운가.
의심할 여지 없이 ‘아버지의 날’에 라이트블루 타이칸을 몰고 나가 즐기는 드라이브는 모든 여성이 평소에 느껴야 했던 굴욕을 약간은 보상해준다. 40대 이상 여성 운전자에게 갑자기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고, 남자들의 고개가 돌아가고, 욕망 섞인 눈빛이 집중된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옆자리에 주차한 골프 콤비에서 내리는 신사가 자신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보다 더 재미있는 일은 남성을 조수석에 앉히고 드라이브하는 일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자제하려고 노력해도, 강하고 냉정한 척하려 해도, 늦어도 20㎞를 주행한 뒤에는 남성 동행자가 제발 한 번만 운전하게 해달라고 애원하게 된다.
물론 (상상한) 이 모든 일은 상식적이지 않다. 하지만 여성이 항상 상식적이어야 한다고 정한 사람이 있는가. 마더 테레사 상을 받으려고 이런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신발장만 한 번 들여다봐도 (하이힐을 보면) 여성이 상식적이라는 주장이 흔들리기에 충분하다.

   
▲ 오랜 주요 고객인 남성 팬을 잃지 않으면서 더 많은 여성을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포르셰의 전략은 성공할까. 한 여배우가 2001년 포르셰 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PBEAHUKZEDA

포르셰 직원의 여성 비율 고작 16%
여론조사에서는 이 진실이 절대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포르셰에서 더 많은 여성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벤델린 비데킹과 그의 호위부대가 사임한 2012년이 돼서야 전통적인 남성 회사 포르셰는 기회균등이라는 테마를 발견하고, 공정한 여성 인력 개발에 가산점을 주기 시작했다. 그해 6월 바르바라 프렌켈이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이사회 일원이 됐다. 포르셰의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13%에서 16%로 늘었다. 9년 동안 겨우 3% 늘어난 것이다. 노력하고 있다고 포르셰 쪽은 말한다.
(나는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 친애하는 포르셰, 좀더 열심히 노력하세요. 당신들은 가속페달을 더 밟아야 합니다. 그럼 굿바이~.

ⓒ Der Supigel 2021년 제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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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황수경 위원

미하엘라 시슬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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