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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조원 투입 거대 프로젝트, 위기의 인텔 구원할까

기사승인 [146호]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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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SINESS] 인텔의 독일 칩 공장 건설

인텔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는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새로운 칩 공장을 세우기 위해 170억유로(약 22조원)를 투자하려 한다. 옛 동독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를 구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알렉산더 뎀링 Alexander Demling <슈피겔> 기자

   
▲ 인텔 CEO 팻 겔싱어가 2022년 2월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텔 투자자의 날’ 무대에서 웨이퍼를 들고 있다. REUTERS

그는 모든 일을 완전히 다르게 계획했다. 인텔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는 애초 계획이라면 2022년 3월 초에 대대적으로 유럽을 순방할 예정이었다. 일주일 안에 아일랜드,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독일을 거쳐 이스라엘까지 들른다. 브뤼셀에서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집행위원과 만난 뒤, 베를린에서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녹색당)과 면담하고, 헬리콥터를 타고 서쪽으로 150㎞ 날아가 마그데부르크에서 인텔 역사상 가장 놀라운 프로젝트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미국 회사 인텔은 작센안할트주 한가운데 170억유로를 들여 새로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설립한다. 2027년부터 이 공장에서 최신 칩을 생산할 것이다.

   
▲ 삼성전자 사옥의 회사 로고. REUTERS

거대 프로젝트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고, 계획된 ‘매력 공세’는 충격에 빠진 유럽 대륙에 부적절한 인상을 줄 수 있었다. 겔싱어는 여행을 취소했다. 그는 결국 온라인으로 옛 동독 지역에 거대한 산업 프로젝트를 선물한다고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3월15일 화요일, 겔싱어는 미국 서부 해안의 사무실 목조 패널 벽 앞에 앉아 비디오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공식 프레젠테이션은 순조롭지 못했다. 처음에 인텔 CEO는 음소거된 마이크와 씨름했다. 그가 받은 질문의 답변을 독일 경제부 장관 로베르트 하베크에게 넘겼을 때는 이 녹색당 정치인의 발언을 듣기까지 몇 분이 걸렸다.
기술 문제는 올해 61살이 된 인텔 CEO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 가운데 그나마 제일 무해한 쪽에 속한다. 2021년 2월, 서구에서 매출액이 가장 많은 칩 제조업체의 CEO로 취임한 겔싱어에게 위기가 잇달았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있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반도체 회사의 필수 소재인 네온가스가 생산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무엇보다 인텔이 자체적으로 만든 비상사태가 있다. 인텔은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라는 타이틀을 삼성에, ‘가장 가치 있는 반도체 생산업체’라는 타이틀을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조업체 엔비디아(Nvidia)에 빼앗겼다. 업계의 다른 기업들은 팬데믹 중에 호황을 누렸지만, 인텔의 주가는 2년 전보다 하락했다.
이렇게 깊이 추락한 하이테크 기업은 드물다. 인텔은 더 이상 최신 칩을 생산하지 않는다. 오늘날 최신 칩은 대만에서 온다. 그리고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컴퓨터인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분야에서 인텔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겔싱어의 대규모 유럽 투자 발표처럼 긍정적인 뉴스로 인텔이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독일에서는 이 프로젝트가 옛 동독 지역을 구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인텔을 구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번스타인 투자은행(Investmentbank Bernstein)의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래스건은 “이 산업은 최고 속도로 작동하는 러닝 머신 같다”면서 “한 번 추락하면 다시 올라가기 위해 상당히 버둥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논외의 존재가 돼버린다”고 말했다.
한때 인텔은 컴퓨터 시대의 가장 중요한 기업 중 하나였다. 컴퓨터가 마니아의 장난감상자(Tüftlerkiste·공작 취미를 가진 사람의 땜장이 상자라는 뜻)에서 대량 생산품이 된 1990년대에는 거의 모든 컴퓨터에 인텔 칩이 꽂혀 있었다. 인텔은 고객이 실제 볼 일이 거의 없는 실리콘웨이퍼만 판매하는 실리콘밸리의 대기업이었지만, 인텔의 광고 문구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는 맥도널드의 ‘아임 러빙 잇’(I’m Lovin’ It)만큼 유명했다.
인텔의 전성기에 겔싱어도 초고속 승진을 했다. 그는 40살에 인텔 최초의 최고기술경영자(CTO)가 됐고, 권력투쟁에서 져 회사에서 쫓겨나기 전까지 CEO 후보로 여겨졌다. 2021년 인텔로 복귀하기 전에 그는 9년간 소프트웨어 기업 브이엠웨어(VMware)를 이끌었다. 복귀 당시 겔싱어는 자신이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위기는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고 그는 <슈피겔> 인터뷰에서 말했다.
디지털 방식으로 진행된 이 인터뷰에서 겔싱어는 다소 뻣뻣해 보였다. 그는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처럼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반도체 공장에 관해 이야기할 때만 본심을 숨기지 못하고 내면의 너드(Nerd)가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진보 성향이 강한 실리콘밸리에서 겔싱어는 별종이다. 그는 주기적으로 트위터에 성경 구절을 공유한다. 상대방이 ‘저주받을’이라는 욕설을 하면 CEO는 마치 나무라듯 이마에 주름을 잡는다. 고등학교 졸업 뒤 겔싱어는 ‘다시 태어난(born again) 기독교인’ 교회에 입교했다. 그는 처음에 목사가 될 생각이었다고 말한 적 있다. 나중에 그는 “직장 전도사”가 되어 경영자로서 “하나님의 일”을 완수하기로 결심했다.
인텔에는 ‘사랑하는 주님’에게는 아무 생각 없지만 겔싱어를 일종의 구원자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겔싱어는 먼저 회사를 정리했다. 새 CEO는 불과 1년 만에 여러 명의 최고경영진을 해고했다. 최근에는 PC 프로세서 부문 책임자가 입사 뒤 30년 만에 그룹에서 나갔다. 겔싱어는 기술과 새 공장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3년 안에 인텔을 다시 정상으로 끌어올리려 한다. 향후 10년 동안 유럽에서만 800억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 엔비디아 제품에 새겨진 회사 로고. REUTERS

마그데부르크 공장
마그데부르크 공장은 겔싱어의 미션(사명)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인텔은 ​​PC, 데이터센터용 칩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최후의 서구 쪽 제조업체다. 그러나 아시아의 경쟁자, 특히 대만의 TSMC보다 수년 뒤처져 있다. 2027년 마그데부르크 공장이 가동하면 겔싱어는 세계에서 가장 최신 칩을 생산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인텔은 전성기에 자기들이 너무 저급하다고 여겼던 일에 도전하려 한다. 외부 고객의 의뢰를 받아 칩을 생산하거나 칩 개발을 돕는 일이다. 고객은 의료기술 회사일 수도 있고, 자율주행차 생산을 위해 칩을 자체 설계하려는 자동차회사일 수도 있다.
마그데부르크는 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와 가깝다. 겔싱어의 차후 계획에 적합한 위치다. 유럽 ​최대 자동차회사인 폴크스바겐은 이미 인텔 자회사 모바일아이(Mobileye)와 협력해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인텔이 너무 뒤처진 것은 아닌지다. 겔싱어는 독일에 수십억달러 상당의 보조금을 기대하고 있다. 정확한 금액은 협상 중이다. 독일이 오래전에 뒤처진 병든 미국 기업을 회복시킬 것인가? 독일 총리의 입장은 명확해 보인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인텔의 반도체 공장 설립이 “유럽의 공급 안정과 기술 발전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칩 위기는 독일 기업에 반도체가 얼마나 필수인지 보여줬다.
그러나 그래픽과 인공지능 칩으로 자율주행부터 공장 전체의 디지털화까지 미래 분야를 주도하는 회사는 미국의 엔비디아다. 이쪽 산업에 익숙하지 않은 애플조차 맥컴퓨터의 인텔 프로세서를 자체 ‘M1’ 칩으로 교체했다. M1은 제품 시험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인텔은 애플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트렌드를 수년간 무시했다. 인텔이 자체 칩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동안 나머지 업계에서는 글로벌 분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엔비디아, AMD 또는 애플 같은 미국 회사들은 칩을 설계하지만, 생산은 TSMC나 삼성 같은 파운드리 업체에 맡긴다.
인텔이 스스로 파운드리 업체가 되려는 것을 회사 내부에서는 기업문화의 단절이라고 여긴다. 시장 선두주자인 TSMC는 일찍부터 극단파 레이저빔을 이용해 몇 나노미터 크기의 구조를 칩 하나에 인쇄하는 네덜란드 노광장비 기업 ASML의 기술을 도입했다. 인텔은 이 비싼 기계로의 전환을 놓쳤고, 나노미터 칩 경쟁에서 더는 따라갈 수 없게 됐다.
인텔은 2025년부터 차세대 ASML 장비의 첫 번째 고객이 되겠지만, 이를 위해 많은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이 장비 한 대의 가격이 약 3억유로(약 4천억원)다. 주식시장은 지금까지 겔싱어의 계획에서 막대한 투입 비용과 성공 여부의 불확실성에 주목하고 있다.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래스건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보고서에 “인텔은 지난 10년간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기존 모델을 폭파하고 있다”고 썼다.
확실한 것은 겔싱어가 인텔의 재생, 그리고 옛 동독 지역 재생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이다. 겔싱어는 인터뷰에서 마그데부르크 지역이 “대규모 산업시설 입주에 굶주려 있다”면서, 여기에는 지원금 같은 어려운 요인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최근 겔싱어가 비슷한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미국 오하이오주를 연상시킨다. 오하이오주의 철강산업이 차례차례 공장을 폐쇄한 뒤, 오하이오주는 오랫동안 잃어버린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로 여겨졌다. 지금은 인텔에서 발표한 투자 계획 덕에 ‘실리콘 하트랜드(심장부)’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런 의견을 가진 사람은 겔싱어 혼자뿐인 것 같다.
그래도 실리콘밸리에 겔싱어와 그의 미션을 믿는 지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일을 해낼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팻이다”라고 귀도 아펜첼러가 말했다. 2022년 1월의 어느 날 오후,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골프장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독일인 아펜첼러는 25년 전 스탠퍼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구글이라는 새 유형의 인터넷 검색엔진을 개발하던 동료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연구실에서 한두 칸 떨어진 곳에 그의 연구실이 있었다.

   
▲ 대만 TSMC 공장. REUTERS

아침 5시30분 출근
아펜첼러는 겔싱어 아래에서 두 차례 일했다. 처음에는 브이엠웨어에서, 나중에는 인텔에서다. “그는 매일 아침 5시30분 출근해 그의 BMW를 이사 전용 주차장이 아닌 일반 직원용 주차장에 첫 번째로 주차했다. 본인이 다른 모든 사람보다 먼저 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아펜첼러는 말했다.
인텔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겔싱어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그는 기술의 세세한 부분까지 이해한다. 전임자와는 다르다”고 아펜첼러는 말했다. 게다가 겔싱어는 브이엠웨어에서 이미 한 번 위기에 빠진 회사를 재정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인텔은 브이엠웨어보다 훨씬 큰 회사다. “이런 항공모함을 새로운 방향으로 조종하는 것은 더 어렵다”고 아펜첼러는 말했다.
그의 전 상사가 인텔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지 묻자 아펜첼러는 친구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라고 대답했다. 특히 지금 인텔의 주가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아펜첼러는 자신이 보유한 인텔 주식을 팔지 않았다.

ⓒ Der Spiegel 2022년 제12호
Ein Messias für Intel
번역 황수경 위원

알렉산더 뎀링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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