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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기업’ 마케팅으로 반노동·반환경 본질 은폐

기사승인 [149호]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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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논란의 패션기업, 쉬인- ② 시대 역행하는 사업모델

지몬 부크 Simon Book
야네 크뇌들러 Janne Knödler
<슈피겔> 경제부 기자
크리스토프 기젠 Christoph Giesen <슈피겔> 베이징 특파원

   
▲ 중국의 저가의류 브랜드 쉬인은 남의 디자인을 베껴 중국 광저우의 가내수공업 공장에서 다품종 소량주문으로 옷을 만들어낸다. 광저우 인근의 한 도시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청바지를 만들고 있다. REUTERS

가장 최근의 펀딩에서 쉬인은 투자자들로부터 10억달러를 투자받았다. 투자자 중에는 세쿼이아캐피털(Sequoia Capital) 같은 쟁쟁한 회사도 있었다. 세쿼이아캐피털은 애플, 구글, 에어비앤비 등 기술계 거인들을 크게 키워냈던 벤처캐피털 회사다. 지난 몇십 년간 야심 차게 자금을 지원한 출자자 중 하나로 꼽히는 타이거글로벌(Tiger Global)도 쉬인에 수백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런데 그 투자액이 정확히 얼마였는지 지금까지 제대로 발표된 것이 없다.
쉬인을 여러 달 동안 조사해온 다비트 하크펠트 같은 사람조차 이 점에서는 추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는 기업의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는 스위스의 비정부기구(NGO) 퍼블릭아이(Public Eye)에서 활동한다.
하크펠트는 쉬인이 ‘블랙홀’이라고 말한다. 쉬인의 사업모델은 그가 보기에 시대를 역행한다. 대부분 폴리에스터가 소재인 옷을 중국의 가내수공업 작업장에서 뜨내기 노동자에게 품삯을 주어 생산하고, 그 상품을 비닐봉지에 개별 포장한 뒤 항공화물 편으로 유럽과 미국에 보낸다. “그런 공정은 절대로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이 될 수 없다. 물론 회사가 빨리 크긴 할 것이다. 그건 분명하다. 하지만 거기서 발생하는 피해는 인간과 환경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

   
▲ 쉬인의 저가 공세가 가능한 배경에는 디자인에 돈을 쓰지 않는 뻔뻔한 도용 말고도 값싼 원단이 한몫한다. 중국 후베이성의 한 방직공장에서 노동자가 폴리에스터 섬유를 만들고 있다. REUTERS

최근 10억달러 투자 유치
쉬인은 분명히 여기에 약점이 있음을 안다. 번쩍거리는 할인 쿠폰과 특별 할인행사 카운트다운 사이에 쉬인의 동물복지 캠페인 ‘쉬인 케어즈’(Shein Cares) 팝업 광고가 뜬다. 이 배너는 “우리는 착한 일을 하는 사업장입니다”라고 말한다. “지속가능한 방법과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아름다운 지구를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2022년 4월 말, 쉬인은 ‘지속가능’ 생산라인의 하나로 ‘에볼루쉬인’
(EvoluShein) 시리즈를 출시했다.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함유하는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해 또 어떤 일을 하느냐고 <슈피겔>이 묻자, 쉬인이 참여하는 여러 시민운동의 목록이 대답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패션산업 분야의 인권 훼손 사례를 조사하는 국제 NGO 리메이크(Remake)의 패션 브랜드 보고서에서 쉬인은 최근 지속성 항목에서 150점 만점에 0점을 받았다. 자라는 노조 지원 활동으로 24점, 그리고 에이치앤엠은 39점을 받았다. 자사의 활동을 소개하는 쉬인의 발언을 리메이크는 “오해의 소지가 매우 크다”고 평가한다. 발언 내용이 대개는 증명되지 않은 사실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 광저우의 여성 재봉사 대다수는 자신들이 어느 회사 제품을 만들어내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후베이성 출신인 한 재봉사는 “뭐, 외국의 한 브랜드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2년 전부터 하청 재봉일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7일, 희미한 형광등 불빛 아래서 밤늦게까지 계속 일하는 것도 다반사다. 그가 사용하는 재봉틀은 작업장들이 모인 단지 1층에 있다. 건물 입구에는 쉬인 마크가 찍힌 봉지가 켜켜이 쌓여 있다. 재봉틀이 달각거리는 단조로운 소리가 들리고, 사장이 새장에 가둔 왕관앵무새가 가끔 지저귄다. 마치 광산 속에 있는 듯하다.
재봉사의 노동은 아침 8시에 시작한다. 오전 11시30분이 되면 재봉사들은 점심 겸 휴식 시간을 갖는다. 오후 1시30분에 다시 작업이 시작되고, 저녁 식사는 오후 5시30분에 한다. 7시에는 저녁 근무조가 일을 시작해서 밤 11시30분까지 계속한다. 초과노동이 없는 날은 일요일뿐이다. 휴일은 한 달에 두 번 있다.
근로계약서 같은 건 받은 적이 없다고 재봉사는 말한다. 한 달 일하고 나면 어떤 때는 5천위안을, 어떤 때는 6천위안(약 110만원)을 받는다. 2021년 가을에 한 번 일어났던 일인데, 정전되면 재봉틀이 전부 멈춘다. 그 결과 재봉사들은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한 푼도 벌지 못했다. 재봉사에게 지내기가 어떠냐고 묻자, 그는 “잘 지낸다.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나한테 이것 말고 어떤 가능성이 있겠냐”고 되묻는다.
쉬인을 위해 일하는 재봉사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 70시간을 웃돈다. 대부분의 노동자가 근로계약서도 없이 일한다. 퍼블릭아이가 광저우의 총 6개 공장에서 실시한 인터뷰가 그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근로계약서 없이 장시간 일을 시키는 건 중국의 노동법을 분명하게 위반하는 행위다. 노동법은 주당 평균 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제한한다. 초과노동은 최대 월 36시간 허용한다. 그리고 노동자는 누구나 근로계약서를 받아야 한다.

   
▲ 쉬인은 거의 모든 제품을 가장 싼 폴리에스터 소재로 만드는데 자라와 H&M은 좀더 비싼 비스코스(인조견사)를 사용한다. 스위스 루체른주 에멘브뤼케의 한 방직공장에서 노동자가 비스코스 제품을 살피고 있다. REUTERS

법적 대응 나선 서방국가들
독일 연방정부는 쉬인이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대기업들이 책임을 제3의 업체에 전가하는 사태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23년에 발효될 공급망법은 바로 이 점을 염두에 둔 법으로, 기업들이 이 사안에 대해 시각을 바꿀 것을 종용한다. 아울러, 현재 계획 중인 유럽연합 규제도 이 목적을 실현하는 데 강력한 도구가 돼줄 것이다.
실제로 쉬인은 현재 통용되는 규정에 하나도 걸리지 않는다. 본사를 독일에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새 유럽연합 법은 이르면 2024년에나 효력을 발휘한다. 현재 세부 사항을 토의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이미 관련 법의 강화를 고려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주문을 받으면 제품을 소형 소포로 잘게 나눠 개별 포장한 뒤 항공화물로 부치는 식으로 수입관세를 피해가는 쉬인의 꼼수에, 미국 내에서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뉴욕주와 뉴욕시는 투명성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을 시장에서 배제하기로 한다. 연매출액 1억달러 이상인 회사는 모두 이 법의 대상이 된다’는 내용의 뉴욕패션법은 그야말로 ‘쉬인 법안’으로 읽힌다. 독일 베를린 정가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로써 쉬인이 명백하게 타격을 입게 됐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면 디자인 절도 혐의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슈피겔>이 이와 관련한 견해를 묻자, 쉬인 쪽은 “모든 공급업체는 타사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고 자사 상품을 제작했음을 보증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 더욱 투자할 것이며, 그때까지 브랜드들은 각자 자신의 브랜드 지키기에 힘써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닥터마틴의 전철을 따라 랄프로렌도 쉬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이보다 지명도가 훨씬 낮은 디자이너들에게는 일반 여론에 직접 호소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때가 종종 있다. 혹시 아는가, 쉬인이 인터넷에서 욕먹는다면 반응을 보일지?
소매업 전문가 게리트 하이네만은 이렇게 말했다. “쉬인과 직접 경쟁하는 기업들은 ‘정면 승부’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에이치앤엠이나 자라는 왜 자사 제품이 쉬인 제품보다 비싼지 젊은 고객들에게 분명하게 설명하고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그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독일 크레펠트에 있는 니더라인전문대학 연구팀은 <슈피겔>의 의뢰로 다섯 벌의 의류를 면밀히 검토했다. 이 연구를 통해, 쉬인이 베껴 만들어낸 모조품과 그것의 원래 모델인 패스트패션 의류 간에 분명한 차이가 있음이 밝혀졌다.
초록색 숄더백에서는 플라스틱 냄새가 코를 찌르고, 하트 모양으로 목둘레선이 파인 꽃무늬 상의는 주유소에서 나는 냄새가 끊임없이 배어 나온다. 이 대학 섬유의류연구소의 마이케 라베 소장은 “제품 생산 뒤 냄새를 뺄 시간이 없어 그렇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쉬인 제품은 하나같이 폴리에스터 소재로 만들었다. 라베 소장은 “폴리에스터는 방직산업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 가운데 제일 싼 소재”라며 “순전히 석유 기반 소재”임을 강조했다. 경쟁회사인 에이치앤엠이나 자라도 혼방 제품을 내놓는데, 예를 들면 비스코스(인조견사) 같은 소재다.
좀더 세심하게 분석할수록 양쪽의 차이점이 명백히 드러난다. 쉬인 제품은 바느질이 깔끔하지 않고, 지퍼는 천 속에 제대로 바느질이 되지 못한 게 많다. 공이 많이 드는 재단과 재봉 기술로 몸에 잘 맞는 옷을 만드는 대신, 쉬인에서 나온 옷은 고무줄로 몸에 맞춘 경우가 많았다.
얼핏 똑같아 보이는 무늬도 자세히 살펴보면 원본과 차이가 났다. “인쇄된 무늬가 화소처리(픽셀화)한 것처럼 보이는가 하면, 색깔의 단계적 변화가 고르지 못한 곳도 있다.” 마치 자라 제품의 일부를 사진 찍은 뒤 그 무늬를 이쪽 제품의 천 위에 무허가 인쇄해버린 것 같다. 라베 소장은 “뻔뻔한 베끼기”라고 비난하면서 그 제품들은 “카니발용 옷가지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고객에게는 쉬인 제품의 이런 특징이 아직은 별문제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런던의 쇼핑 거리이자 유흥가인 코벤트가든의 어느 건물 뒷마당에서, 쉬인은 주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의 장사진이 다음 블록까지 길게 이어진 탓에, 가게 입구에 다다르기까지 고객은 한 시간 이상을 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보기 드문 이벤트였다. 이벤트 장소는 보통 가정집의 거실 하나 크기만 한 작은 공간이었다. 디제이 한 명이 음반을 고르고 있었다. 200명, 어쩌면 250명 정도가 전시된 옷 쪽으로 몰려들었다. 그중 한두 명은 자기가 아끼는 옷에 본인 모습을 그려 넣어달라고 서예가에게 부탁했고, 또 다른 이들은 새로 산 상의를 입고 카메라 앞에서 “틱톡을 위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 랄프로렌은 디자인을 도용한 쉬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프랑스 파리의 랄프로렌 매장에서 직원이 청소하고 있다. REUTERS

그럼에도 열광하는 10대들
10대들이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 때문이다. 배꼽이 나오는 민소매 티셔츠는 할인가로 단돈 2유로, 스니커는 15유로니 말이다. 겨울 외투도 여기서는 23유로면 살 수 있다. 여기에 할인이 덤으로 붙을 때도 종종 있다.
마랄다 폰세카(30)는 쉬인 제품 광고에 참여하는 무수한 인스타그램 사용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자기 침실 거울 앞에서 셀피를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가끔은 커다란 테디베어와 함께 사진 찍기도 한다. 쉬인이 윤리적 기업이 아니라는 건 폰세카도 잘 안다. “쉬인은 그저 돈을 벌어들이는 게 목적이다. 그걸 모를 만큼 나는 바보가 아니다. 하지만 내 몸에 맞고 내 돈으로 살 만한 가격인 옷을 쉬인에서야 겨우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여성은 평소 2XL 사이즈의 옷을 입는다. “다른 브랜드의 대형 사이즈 옷들은 너무 재미없거나 비싸다. 아니면 둘 다든가. 쉬인 옷은 다르다.”
쉬인의 제품이 환경을 망친다는 주장 역시 젊은 구매자층에서는 더는 먹혀들지 않는다. 대형 브랜드들은 지난 몇 년 동안 환경보호를 장려하는 메시지를 널리 확산시켜왔다. “지속가능 상품을 가려서 사세요. 그럼으로써 당신은 세상을 구하는 겁니다”라고 역설하는 마델라이네 알리차델은 인스타그램에서 ‘@Dariadaria’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과거 몇 년 동안 누군가 옷을 사거나 비행기로 휴가여행을 떠나는 경우 부정적인 댓글이 빗발쳤다고 그는 회상한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작 문제는 ‘그게 아니다’ 싶다고 한다. 개개인의 소비생활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패션산업이 지금처럼 한참 잘못된 길로 가는 걸 절대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구매자가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치적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Der Spiegel 2022년 제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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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장현숙 위원

지몬 부크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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