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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력 부족, 에너지전환 ‘멈춤’

기사승인 [149호]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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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독일 휩쓰는 구인난 ② 기후중립에 닥친 먹구름

플로리안 디크만 Florian Diekmann
헤닝 야우어니히 Henning Jauernig
마르틴 뮐러 Martin U. Müller
알렉산더 프레커 Alexander Preker
마르쿠스 데트머 Markus Dettmer
코르넬리아 슈메르갈 Cornelia Schmergal
<슈피겔> 기자
요하나 바그너 Johanna Wagner 프리랜서 기자

   
▲ 역대급 구인난으로 에너지전환에도 차질이 생겼다. 특히 보일러 기사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REUTERS

수공업계에 부족한 인력은 무려 25만 명에 이른다. 원인은 수공업계에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에 있다. 독일이 한때 그렇게 자부심을 가졌던 이중직업훈련(Duale Ausbildung·학교와 회사에서 이론과 실무 교육을 병행하는 제도)을 신청하는 젊은이가 점점 줄고 있다. 수공업계 인력난은 에너지전환을 비롯한 사회의 중요한 미래 프로젝트까지 제동을 걸고 있다.
인력난은 항공업과 숙박업, 요식업 외의 다른 업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기후 전환, 디지털화, 주택 건설 등 독일을 미래지향적으로 만드는 데 속도전이 중요한 분야는 현재 아예 멈춰서버렸다.
인력난은 독일의 경제력에 장기적으로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입을 모은다. 킬(Kiel)세계경제연구소의 슈테판 쿠츠 부소장은 “노동력 부족은 장기적인 성장 전망을 약화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통일 이후 잠재성장률은 연간 평균 1.4%였는데, 2020년대 말 무렵에는 0.5%에 불과할 것이라고 한다. 잠재성장률은 자본, 노동력, 자원 등을 투입해 물가상승 같은 부작용 없이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을 의미한다. “대량 실업은 이제 더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대신 작금의 문제는 노동시장 인력난이다.”
후베르투스 하일(사회민주당) 노동부 장관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충분히 갖고 있다. “전문인력난이 지속적인 성장 저해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 에너지전환과 더불어 노동력 및 전문인력 확보는 독일의 부를 보장하기 위한 핵심 과제다.”
백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과는 완전히 다르다. 수공업계의 인력난으로 독일에서 에너지전환은 개점휴업 상태다.

전화도 안 받는 보일러 업체들
작은 빌라의 거실 바닥에서 신선한 참나무 향이 난다. 마티아스 쇤(43)이 이 집에서 오래 산 것은 아니다. 1년 전 그는 가족과 함께 베를린 교외에 있는 이 집으로 이사했다. 당시 자녀들은 더 큰 집을 원했고, 부모는 녹색 지대가 더 많은 동네를 원했다. 지금 집의 정원에는 사과나무가 넓게 그늘을 드리우고, 테라스에는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이 집은 1925년에 지어졌다. 그리고 20여 년 전에 전면 수리를 거쳤다. 그래서 쇤 가족은 1년 전 이사하기 전에 화장실과 바닥만 리모델링했다. 에너지원 교체 등 나머지는 시간을 두고 하기로 했다.
그리고 2월이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군대를 우크라이나로 보냈다. 3월에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고, 쇤의 우편함에는 가스업체의 통지문이 와 있었다. “에너지 가격 변동은 유감스럽게도 저희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통지문에 쓰여 있었다. ㎾당 가스 가격이 그사이 3배로 급등했다. 쇤 가족은 지금까지 매달 가스비로 80유로를 냈는데, 5월부터는 무려 295유로(약 39만원)를 내고 있다.
가스요금 급등은 쇤에게 충격이었다. “가능하다면 자급자족이 지금으로선 현명한 선택이다. 화석연료가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나? 수많은 집주인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그의 집 지하에 있다. 1999년에 설치된 보일러는 여전히 문제없이 잘 작동한다. 쇤은 지하에 설치된 보일러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독일의 냉난방 시스템 제조기업 피스만(Viessmann)의 가스보일러는 보일러 중에서도 페라리급이라는 말이 있다. 쇤은 사회의 에너지전환과 개인의 에너지전환을 위해 이제는 페라리를 교체할 생각이다.
쇤은 몇 주 전부터 보일러 교체를 3단계로 나눠 진행할 생각이다. 일단 현재의 가스보일러를 철거하고 새로운 기후친화적 난방펌프를 설치한 뒤, 마지막으로 지붕에 태양열 장치를 설치할 계획이다. 그는 겨울까지 자신의 에너지 자립 프로젝트를 끝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에너지 자립 프로젝트는 첫발조차 떼지 못했다. 전화하는 보일러 시공업체마다 모두 일이 많아 도무지 예약을 잡아줄 수 없다고 했다.
이제 에너지전환은 인내심의 문제가 돼버렸다. 전기기사, 설비기사, 에너지 컨설턴트, 도장 업체, 태양광발전 시설, 환기시스템 등의 전문가들은 어디에서나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에너지전환 관련 기술자들은 귀한 몸이었다. 게다가 집주인들이 오랫동안 미뤄온 보일러 교체에 앞다퉈 나서면서 관련 기술자들은 더욱 귀한 몸이 됐다.
국가 지원금에 대한 기대는 수요를 더욱 부채질했다. 연방정부는 단열의 20%를 지원하고, 신규 태양열 난방 시스템에는 최대 30%를 지원한다. 기름보일러를 교체하고 기후친화적 난방펌프를 설치하면 35%에서 심지어 최대 45%까지 지원한다.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난방펌프 600만 개 설치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건설 전문가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배관·난방·공조중앙협회(Central Association of Plumbing, Heating and Air)는 이를 위해 설치기사 6만여 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효율적인 난방시스템은 기존 보일러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문제가 있다. 독일 정부는 2022년 6월 말 난방펌프 관련 회의에서 설치기사 재교육 지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기업들에 물어보면 이 제안은 전혀 현실적이지 못하다. 최근 쏟아지는 일거리로 기업들은 직원을 교육 세미나에 보낼 여력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독일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3분의 2가 2021년 말에 전문인력난을 호소했다. 디지털화 등 다른 정치적 대형 계획들도 인력난에 발목이 잡혔다. 도시와 지자체의 신규 브로드밴드(초고속인터넷) 설치 프로젝트의 추진 속도도 느려지는데 광케이블을 설치할 인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 에너지전환에 보일러 기사는 필수 인력이다. 유례없는 인력난으로 독일의 에너지전환이 멈춰서 있다. REUTERS

인력 부족한데 신규 지원은 줄어
독일 정부는 2022년에만 주택 40만 채를 지을 계획이다. 이 목표는 실현 불가능하다. 신규 주택에 화장실을 설치하는 전문인력이 지하실에 난방펌프도 설치하기 때문이다. 고용연구소의 추산에 따르면, 2025년부터 (3당) 연정 합의문의 기후보호 및 건물 리모델링 관련 프로젝트를 모두 실행하는 데 무려 40만 명의 전문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사회의 대형 프로젝트에 따른 수요는 급속도로 늘어나지만, 노동력 공급은 계속 줄고 있다. 수공업계에만 부족한 인력이 25만 명에 이른다. 수공업계 종사자들의 연령대는 평균치를 상회한다. 건물 기술과 관련 있는 모든 업종에서 2020년에 배관·난방 관련 기술자의 40% 이상이 50살 이상이었다. 지하와 지상 공사장 종사자 중 50살 이상은 심지어 47% 이상이나 된다. 그리고 다른 업종에서처럼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지원자 수는 계속 줄고 있다.
지원자 감소는 다른 현상에 따라 가속된다. 사회 진출을 앞둔 젊은층은 직업 교육훈련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배관·난방·공조중앙협회의 헬무트 브라만 대표는 “잠재적인 지원자는 너무 적고 대학 입학을 원하는 젊은층은 여전히 다수이기 때문”이라고 호소한다.
독일은 자국 교육 성과의 희생양이 됐다. 정치권은 1970년대부터 줄곧 부모는 비록 건설현장에서 일하더라도 모든 학생은 대학 진학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공언했다. 물론 존중해야 할 대목이 있지만, 대학 진학만이 좋은 삶을 보장해준다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맹신하고 있다. 하지만 베를린의 한 도장 마이스터가 지적한 것처럼, “수공업자들 모임이 있는 곳 주차장에 스포츠실용차(SUV)가 얼마나 많이 주차돼 있는지” 본다면 이러한 맹목적 믿음을 누구나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명성 잃은 직업교육 모델
독일의 직업교육 모델은 국외에서 우수하다고 알려졌을지 모르지만, 국내에서는 더 이상 예전만큼 명성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직업교육을 선택하는 고등학교 졸업생 수는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독일수공연합(Gemran Confederation of Skilled Crafts)의 한스 페터 볼자이퍼 대표는 “사회 전반적으로 직업교육이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수공업 직업교육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 마이스터들은 후학을 양성하려면 창의력이 뛰어나야 한다. 직업훈련생에게 대학생이 누리는 국외 체류와 외국어 연수 등과 유사한 체험을 제공하려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독일 사회의 기후중립 전환은 관련 직종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도 있다. 배관, 난방, 에너지 기술 직종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가스, 물, 똥’으로 통했다. 하지만 이제 헬무트 브라만 대표의 배관·난방·공조중앙협회는 인스타그램에 자체 업종의 이미지가 사회적으로 크게 진일보했다고 홍보할 수 있다. “우리는 중요하다.”

ⓒ Der Spiegel 2022년 제29호
“Jetzt brennt die Hütte”
번역 김태영 위원

플로리안 디크만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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