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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투자 증가… 가스로 탄소감축 ‘흉내’

기사승인 [155호]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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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EEN] 토탈의 냄새나는 에너지 전환

 
토탈에너지그룹이 재생에너지에 투자한다. 화석연료를 포기하는 건 아니다. 석유 대신 가스를 태우고 이를 친환경이라고 속인다.

쥐스탱 들레핀 Justin Delépin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3년 1월29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에너지스와 카타르에너지, 이탈리아 석유회사 에니의 레바논 근해 공동 유전 탐사 합의서 서명식이 끝난 뒤 토탈의 최고경영자 파트리크 푸야네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REUTERS


“토탈이 빠진 에너지 전환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의 최고경영자(CEO) 파트리크 푸야네가 한 말이다. 그렇게 뻔한 역설로 화석연료 대기업 토탈은 방향 전환을 알렸다. 이 회사가 녹색에너지 산업을 이끄는 세계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밝힌 것이다. 토탈은 매년 재생에너지 분야에 수십억유로를 투자한다. 석유 사업 비중은 대폭 낮출 계획이다. 2021년에는 회사 이름을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로 바꿨다. ‘에너지’를 복수형으로 만드는 에스(s)는 시대 전환을 의미한다. 토탈은 이제 멀티-에너지 기업이다. 토탈의 방향 전환은 무늬만 친환경인 그린워싱일까, 아니면 진짜 ‘검은 금’에 등을 돌리려는 것일까.
토탈에너지스의 2022년 사업목표를 보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도달’이라고 쓰여 있다. 이를 위해 회사는 2030~2050년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의 비중을 전체 전력 생산량의 50%로 늘리고 탄화수소 생산량은 4분의 1로 줄이겠다고 했다. 2030년까지 회사가 취급하는 전체 에너지에서 탄소밀도(에너지 생산량 대비 탄소배출량)를 20% 낮추고 석유를 전체 에너지 판매량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다는 중간 목표도 세웠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량 0)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짠 전략이다. 이 시나리오를 보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1.5℃로 묶어두기 위한 에너지 정책 방안이 상세히 나와 있다.

왜곡된 넷제로
토탈에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전력과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지금 이들 분야에서 토탈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 토탈은 전력과 재생에너지 산업에 매년 약 40억달러를 투자한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과 인도 카르나타카주에 세운 대형 태양광발전소를 보면 투자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2019년부터 2022년 중반까지 토탈의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역량 역시 3GW(기가와트)에서 12GW로 4배나 뛰었다. 실로 엄청난 변화다. 12GW는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전세계에 설치한 풍력발전소의 전력 생산역량을 전부 합친 것과 맞먹는다. 토탈은 여기서 더 나아갈 계획이라고 한다. “토탈에너지스는 재생에너지원 전력의 총생산역량을 2025년과 2030년 각각 35GW, 100GW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풍력과 태양에너지 발전 분야에서 세계 5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 2030년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목표인 100GW(원자로 65기의 총발전역량)는 회사가 판매하는 전체 에너지의 15%를 차지할 것이다.”(토탈에너지스)
그렇게 토탈은 회사에 큰돈을 벌어주는 ‘검은 금’과 영영 이별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토탈은 앞으로 10년 안에 석유 생산량이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바로 이 점이 2021년 나온 국제에너지기구 넷제로 시나리오에 대한 첫 번째 왜곡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석유 생산량은 최고점에 이른 2019년 이후 서서히 줄여야 한다. 그래야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로 묶어둘 수 있다. 에너지기구가 새로운 유전 개발을 피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다. 금융계 탈탄소화를 위한 비정부기구(NGO)인 리클레임파이낸스(Reclaim Finance)의 설립자이자 사무총장인 뤼시 팽송은 “토탈에너지스가 지금도 여러 유전 개발 계획을 추진한다”며 “우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바다 한복판, 브라질 등 일일이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토탈은 모두 탄소배출량이 적은 사업이라고 설명한다. 20~30달러 미만으로 원유를 1배럴 추출할 수 있어 기술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토탈은 에너지 전환에 저가 석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석유로 번 돈을 재생에너지에 투자한다고 말이다. 문제는 그 ‘오일머니’가 주주들 호주머니로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2021년부터 엄청난 추가 이익을 내는 토탈은 2022년 9월 배당금 증액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새 사업모델
토탈의 이중성은 투자 계획에도 드러난다. 이 회사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는지 투자 계획을 보면 알 수 있다. 토탈은 앞으로 연간 투자예산(150억달러)의 절반을 석유 개발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중 약 20%는 새 유전을 조사하고 찾는 유전 탐사 활동에 쓰인다. 검은 금에서 당장 손을 떼는 게 아니다. 회사는 이 돈이 석유 생산 시설을 유지·관리하는 데 드는 돈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시설 유지·관리와 유전 탐사는 엄연히 다른 활동이다. 투자예산의 나머지 절반에도 께름직한 점이 있다. ‘성장’ 명목의 투자액이다. 토탈은 그 25%(유전 탐사 활동 투자액과 맞먹는 수준)를 재생에너지와 전력 개발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20%가 다름 아닌 가스 개발에 쓰인다.
파리 도핀대학 기후경제학회의 안나 크레티 회장은 “토탈그룹이 석유 개발의 얼룩을 지우기 힘들다. 회사가 택한 길은 분명하다.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서 석유를 가스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사업모델이 바뀐 것뿐”이라고 말했다. 2015년 토탈 매출액에서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3분의 1이었다. 나머지 3분의 2는 석유를 팔아 번 돈이었다. 지금은 가스 매출액이 전체의 절반으로 늘었다.
토탈에너지스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 모든 걸 걸었다. 공략 전략은 확실히 정해졌다. 가스를 에너지 전환의 핵심으로 삼는 것이다. 가스는 일반적으로 석유보다 탄소를 적게 배출해 석유를 가스로 대체하면 탄소밀도를 줄일 수 있다. 그래서 토탈이 짠 전략의 핵심은 화석에너지 판매량을 늘리면서도 탄소밀도를 줄이는 것이다. 석유 판매량을 줄인 만큼 가스 판매량을 늘리면 된다. 토탈은 2030년 가스 생산량을 2015년 대비 50% 늘릴 전망이다.
그린피스프랑스에서 화석에너지 관련 캠페인을 총괄하는 엘렌 부르주는 “토탈에너지스를 비롯한 여러 기업이 가스를 녹색에너지로 위장하는 술수를 부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스는 석유나 석탄과 똑같은 화석에너지다. 화석에너지 회사들은 정책결정자 설득에 성공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가 가스를 유럽 녹색자산으로 분류했다. 다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가스에 베팅한다는 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기후목표에서 더 멀어지는 것이다.”
토탈그룹은 투자예산의 4분의 1을 전기, 재생에너지 개발에 쓴다고 했다. 여기서도 가스는 빠지지 않는다. 발전 연료가 가스다. 프랑스에만 토탈에너지스 가스발전소가 5곳 있다. 이 회사가 세계에서 생산하는 전력의 3분의 2는 가스발전소에서 나온다. 그러니까 토탈에너지스의 에스(s)는 석유에 가스가 더해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비뚤어진 방향
토탈의 이런 방향 전환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계획에서 어떤 성과를 냈을까. 토탈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또는 이산화탄소환산량(CO2e·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양)을 2015년 4600만t(톤)에서 2022년 3700만t으로 줄였다고 발표했다. 이대로라면 2015년 대비 40%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런 성과가 화석에너지를 덜 팔아서 낸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탄소 포집·저장 기술 등) 기술이 좋아진 덕택이다. 더 나쁜 소식이 남았다. 토탈이 밝힌 이산화탄소환산량 3700만t은 이 회사가 실제 배출한 탄소량에 한참 못 미친다.
국제 기준에 따르면 기업의 탄소발자국은 ‘스코프’라는 단계로 나눠 측정한다. 스코프1은 제품 생산단계에서 직접 배출하는 탄소의 양이다. 이를테면 토탈 정유공장에서 내보내는 탄소가 이 단계에 속한다. 스코프2는 생산단계에서 간접 배출하는 탄소를 측정한다. 가스 추출에 쓰는 전력을 생산하려고 태운 석탄이 스코프2에 들어간다. 마지막 단계인 스코프3은 그 밖에 간접으로 배출되는 양이다. 특히 제품을 쓰는 기간과 수명이 다한 제품의 폐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스코프3에 해당한다.
자산운용사 미셰르아엠(Meeschaert AM)의 사회책임투자 분석가 로라 벨레는 “스코프1~2로만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를 조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셰르아엠은 2021년 토탈의 기후계획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석유회사가 에너지 전환의 열쇠를 쥐고 있다. 에너지 소비뿐 아니라 생산도 중요한 문제다. 스코프3까지 측정하는 것이 기후 전략의 핵심이다.” 토탈에너지스가 배출하는 탄소의 대부분(90%)이 스코프3에 속한다. 자동차나 석유화학공장에서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탄소다. 이를 모두 따져 계산한 토탈의 탄소배출량은 무려 4억tCO2e에 이른다.
토탈이 밝힌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이라는 목표는 스코프1~2만 고려한 것이다. 스코프3까지 포함한 탄소배출 총량과 관련해 토탈은 2015년 수준보다 줄이겠다고만 한 상황이다. 비정부기구 리클레임파이낸스의 계산에 따르면 “토탈은 지금부터 2030년까지 탄소배출 총량을 약 5~6% 감축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는 38% 감축을 권고한다”고 뤼시 팽송은 말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1월호(제430호)
TotalEnergies, une transition qui sent le gaz
번역 최혜민 위원

 

쥐스탱 들레핀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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