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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예보 넘어 날씨 바꿔야 혁신

기사승인 [155호]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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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위기의 실리콘밸리 ③ 새로운 시작은 가능한가

 
알렉산더 뎀링 Alexander Demling <슈피겔> 기자
 

   
▲ 실리콘밸리는 다시 혁신 기지가 될 수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 가장자리에 있는 메타(옛 페이스북) 본사 전경. REUTERS

실리콘밸리의 최종 부고 기사를 내기에는 아직 이르다. 개별 기술 대기업의 도태는 항상 있었다. 아메리카온라인(AOL)과 야후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전까지 초기 인터넷을 지배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르네상스를 시작하기 이전인 1990년대에 파산할 뻔했다. 캘리포니아의 양지를 차지하려는 경쟁은 항상 치열했다.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점점 더 커지고, 더 가치 있고, 더 난공불락이 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독점 감시 당국조차 지금까지 이들의 지배력에 별다른 조처를 하지 못했다. 이제 메타 같은 거대 기업이 흔들린다면 그 라이벌은 실리콘밸리의 이웃이 아니라 중국의 틱톡이 될 것이다.
실리콘밸리 역사에 관한 책을 쓴 역사학자 마거릿 오마라는 “실리콘밸리가 이토록 소수의 거대 기업에 지배된 적은 없었다. 이들 기업은 경쟁사를 사들이고 엄청난 연봉으로 모든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위협이 되는 스타트업을 견제하고, 그들의 지배력을 무너뜨릴 아이디어를 좌절시킨다.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오마라 교수는 “(실리콘밸리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곳이 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거대 기술 기업들은 수익성이 높은 핵심 사업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는 즉시 급진적 혁신을 주저한다. 하지만 이 방법이 얼마나 더 효과가 있을까?

“구글 1~2년밖에 안 남아”
샌프란시스코 ‘SF재즈센터’의 콘서트홀은 마지막 자리까지 가득 찼다. 인공지능(AI) 콘퍼런스치고는 꽤 많은 인파가 몰렸다. 청중이 기다리는 사람은 실리콘밸리에서 모든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회사, 오픈에이아이(OpenAI)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경영자(CTO) 그레그 브록먼이다. 사회자는 브록먼을 소개하면서 최근 웹3(Web3) 같은 암호화 기술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 서서히 명확해지고 있다. 인터넷의 제3세대는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이미지를 생성하고 시, 에세이, 컴퓨터 코드를 작성하는 AI에 특화된 전문 기업이다. 그들이 발표한 AI가 수행한 작업의 품질은 놀라울 정도다. 오픈AI의 텍스트와 이미지 생성기는 ‘지피티-3’(GPT-3)과 달리(DALL-E)로 명명됐다. 마치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인공지능 할(HAL)9000의 형제자매인 것 같은 이름이다.
브록먼은 GPT-3이 그의 요청에 따라 아내를 위해 쓴 시를 듣고 그와 아내 둘 다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절대로 그렇게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전통에 따라 미국 유명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두 번이나 중퇴한 경험이 있는 브록먼은 당연히 능숙한 시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에드거 앨런 포 스타일로 사악한 인공지능에 대한 단편소설을 써줘”와 같은 명령을 받고, 몇 초 만에 GPT-3이 뱉어내는 텍스트는 전문 작가의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최근의 열풍은 다국적 언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인 챗지피티(ChatGPT)다. 단 5일 만에 챗지피티는 1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인스타그램이나 스포티파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입소문이 퍼졌다. 챗지피티같은 ‘생성 AI’는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기대받는 신기술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이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경제를 다시 한번 뒤흔들 차세대 거대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혼란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구글이 될 수도 있다. 컴퓨터공학자 폴 부크하이트는 2022년 12월 초 트위터에 “구글이 완전히 중단되기까지 1~2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썼다. 다른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다소 유용하거나 그렇지 않은 링크 목록을 표시하는 검색엔진 대신, 사용자의 질문에 잘 정리된 텍스트로 답변하는 엔진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러면 사용자 수십억 명의 검색 결과에 광고를 붙이는 구글의 돈벌이 방식은 쓸모없게 될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지메일(Gmail)을 개발했다. “사악해지지 말자”를 구글의 창업 모토로 삼은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오픈AI가 발전하자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회사에 적색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구글이 끝났다고 생각하기는 아직 이르다. 오픈AI는 곧 인류에게 수많은 서류 작업을 덜어주고, 세계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고, 수많은 예술가의 일자리를 잃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답변 기계는 아직 유능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오픈AI가 성공하더라도 과거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결국 대기업이 가장 많은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스타트업의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여 워드, 이메일 프로그램인 아웃룩(Outlook), 검색엔진 빙(Bing)에 오픈AI를 사용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산업 창출해야
오픈AI는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실리콘밸리의 오래된 파괴력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투자자 스와티 밀라바라푸는 이런 유망주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예상한다. 실리콘밸리는 진정한 재시작이 필요하다. 밀라바라푸는 샌드힐로드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 중 하나인 클라이너퍼킨스(Kleiner Perkins)의 파트너로, 구글과 아마존에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현재 그는 자신의 회사인 인사이트(Incite)를 통해 기후보호 스타트업과 소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장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그는 말했다. 밀라바라푸는 FTX의 성공과 추락을 이러한 발전 과정의 논리적 극단으로 보고 있다. “한 기업의 가치가 3년 만에 포천 100대 기업보다 더 높아졌다가 단 하루 사이에 다시 0으로 추락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밀라바라푸와 같은 벤처 투자자는 한때 단순한 일기예보관이 아니라 날씨를 바꾸는 사람이었다.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단순히 다음 트렌드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들과 함께 새 산업을 창출했다. 그 전통으로의 복귀가 지금 실리콘밸리에 가장 필요한 혁신일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이다.

ⓒ Der Spiegel 2023년 제3호
Das Tal der Ideenlosen
번역 황수경 위원

 

알렉산더 뎀링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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