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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업무 자동화는 불가능 전문인력난은 더 심화할 듯

기사승인 [167호]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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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독일 기업의 인력난 대처- ② 전망

 

베냐민 비더 Benjamin Bidder 등 <슈피겔> 기자
 

   
▲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을 맞이해 대규모 인력 감축 프로그램을 다시 실시하는 폴크스바겐은 인구감소를 기회로 여긴다. 2017년 3월 독일 드레스덴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골프(Golf)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REUTERS

자동차업계는 일찍부터 기술로 생산성을 향상하고 심지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려고도 했다. 폴크스바겐은 이미 1980년대에 ‘무인 공장’을 실험했다. 당시 폴크스바겐은 골프II를 제작하면서 문, 배터리, 좌석을 조립할 산업로봇 투입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인력을 감축하면서 동시에 생산 속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불량품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 특히 마지막 조립 단계에서 불량품이 쏟아져나왔다.
결국 폴크스바겐은 로봇 투입 확대를 포기하고 인력 채용을 확대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당시 이탈리아 칼라브리아 출신 살바토레라는 젊은 남성이 ‘외국인 노동자’로 독일에 이민 와서 폴크스바겐 공장 컨베이어벨트에서 일했다. 한때 산업로봇이 실험적으로 투입됐던 ‘홀54’가 그의 일자리였다. 그의 딸 다니엘라 카팔로는 현재 폴크스바겐그룹 직장평의회 의장이다.
카팔로 의장은 100% 무인 공장이 현실과 거리가 먼 유토피아에 불과하다고 <차이트>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직원 대표들과 회의를 막 끝내고 오는 길이었다. 무인 공장이 실험되던 1980년대에서 40년도 더 흐른 지금, 폴크스바겐은 다시 직원 수를 고민하고 있다.
 

   
▲ 맞춤형 프로세스 자동화, 즉 화학·제약 공장의 프로세스를 관리·감독하는 전자장치를 생산하는 지멘스 카를스루에 공장은 디지털 생산의 성지가 됐다. 지멘스 블로그


인구 감소는 기회일까
현재 독일 폴크스바겐 공장 13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약 12만 명이다. 폴크스바겐은 인구 감소를 기업 리스크가 아닌 기회로 여겼다. 내연기관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로 전환하면서, 어차피 일자리 수만 개가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전기차에 필요한 부품 수가 줄어든 결과, 전기차 제작에 필요한 인력도 대폭 줄어든다. 자동차기업으로서는 필요한 직원이 적어지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폴크스바겐 역시 전기차로의 전환을 맞이해 대규모 인력 감축 프로그램을 다시 시행하고 있다.
과잉 인력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감축될 것”이라고 폴크스바겐 인력담당자는 확신한다. 1960년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직원 해고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머지않아 닥칠 인력난이 일부 대기업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까?
콘티넨털 등 자동차부품업체, 도이체방크에서 화학·제약 기업 머크에 이르기까지 위기의 대기업들도 인원 감축을 고민 중이다. 보험업체가 단순 업무를 인공지능(AI)에 맡긴 지 오래다. 하지만 전문인력난은 기업에 딜레마가 되고 있다. 대기업은 총인건비가 줄어들지만 대신 프로그래머, 전기기사, 화학자 등 전문인력 수요가 크게 늘었고 이런 전문인력난은 심화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에서는 오래전부터 가동하고 있는 시니어 직원 파트타임 프로그램이 벌써 차질을 빚고 있다. 폴크스바겐에서 1967년생 혹은 이전 출생 직원이라면 누구나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회사는 지금까지 누구든 조기퇴직을 희망하면 만류하지 않았다. 하지만 직원들의 조기퇴직으로 전기 및 정보통신(IT) 등 미래 분야에서 너무 많은 노하우를 잃고 있다.
폴크스바겐 경영진은 누구를 조기퇴직시킬지, 누구를 계속 데리고 갈지를 면밀하게 검토 중이다. 해당 직원 사이에 좌절감이 퍼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이다. “과거 폴크스바겐에는 지원서가 쇄도했고, 인재를 고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미래 기술 부문 전문인력을 한 명이라도 더 모셔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원 1400명인 폴크스바겐의 직업훈련생 지원자 수도 줄고 있다. 그래서 경영진은 직업훈련생을 줄이는 것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카팔로 의장은 이것이 치명적인 실수라고 생각한다. “폴크스바겐이 작업훈련생 자리를 줄일수록 독일에서 장기적으로 인력난은 가중될 것이다.”
그나마 대기업은 자국 인력난에 대처할 옵션이라도 있다. “대기업은 인력난을 핑계로 국외 이전이라도 할 수 있다”고 카팔로 의장은 지적했다. 현재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국외 생산량이 자국 생산량의 두 배가 넘는다.
무인 공장 시대는 과연 도래할까? 미국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도 무인 공장 실험에 실패했다. 산업로봇이 계획한 대로 순조롭게 가동되지 않으면서, 2018년 테슬라 모델3 생산이 지연된 바 있다. 결국 테슬라는 모델3 조립을 위해 인력을 추가 채용해야 했다. “테슬라의 과도한 자동화는 실수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의 실수였다. 인간을 과소평가했다.” 당시 머스크는 트위터(현 엑스)에서 이렇게 인정하기도 했다.
 

   
▲ 폴크스바겐그룹 직장평의회 의장 다니엘라 카팔로는 작업훈련생 수를 줄이려는 경영진의 계획에 장기적으로 인력난이 가중될 거라며 우려를 표한다. 폴크스바겐 누리집


카를스루에 지멘스 공장의 실험
독일 카를스루에의 드넓은 지멘스 공장 부지의 초원은 과거 정원사들이 관리했다. 이제는 양 다섯 마리와 당나귀 두 마리가 초원을 관리한다.
지멘스는 공장 출입문 관리를 자동화했다. 하지만 공장 인력은 추가로 충원했다. 디지털 생산을 하는 지멘스 카를스루에 공장은 독일 경제의 성지가 됐다. 1100여 명이 일하는 카를스루에 공장은 2021년 한 컨설팅업체가 실시하는 유럽 산업계에서 가장 선망받는 공장 콘테스트에서 ‘올해의 공장’으로 선정됐다. 이후 지멘스의 다른 공장 및 고객사 관계자들이 미래의 생산기지를 보기 위해 카를스루에 공장을 앞다퉈 견학하고 있다.
지멘스는 카를스루에 공장에서 맞춤형 프로세스 자동화, 즉 화학·제약 공장의 프로세스를 맡고 관리·감독하는 전자장치를 생산한다. 바스프(BASF)나 바이엘 등 까다로운 고객사들은 생산에 필요한 전자장치에 대대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들 기업의 생산공정은 극도로 민감하다. 자동차 제조공장의 컨베이어벨트와는 달리, 다수의 화학공정은 단 한 순간도 멈출 수 없다. 온도·농도·액체 배합이 정확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치명적인 사고가 날 수 있다.
만프레트 키르히베르거 공장장이 이날 손에 쥔 것은 언뜻 평범해 보인다. “우리는 인쇄회로 기판에 ‘솔더(땜납) 페이스트’를 바르고 전자부품을 삽입한 뒤 전체를 납땜한다. 인쇄회로 기판은 대량생산 제품이 아니며, 거의 모든 인쇄회로 기판이 각각 다르다. 인쇄회로 기판은 2만4천 개 넘는 종류가 있다.”
인쇄회로 기판을 전통 방식으로 제조·생산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이 든다. 숙련기술자를 편성하고 자동화기계 사용으로 적정량의 제품을 생산하는 ‘린 생산(Lean Production) 방식’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하지만 다수 모델의 인쇄회로 기판 생산 방식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이를 해결하려면 각각의 기계가 모든 종류의 인쇄회로 기판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직원도 노동시간에 유연해야 한다. 모든 주문을 정시에 배송하려면 정교한 생산 계획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 복잡한 과정을 ‘매트릭스 생산’(Matrix Production)이라고 부른다.
이 모든 것은 인공지능(AI)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를 위해 지멘스는 대대적인 인적투자를 해야 하고, 끊임없이 신기술을 익히는 전문인력도 필요하다. 노동시장경제학자 지몬 예거는 “값싼 노동력만을 기반으로 한다면 특정 사업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부가가치 작업은 자동화하기 힘들고, 자동화하지 않는 작업을 처리하는 노동자는 고연봉을 받을 수밖에 없다.
12년 전 29살이던 요슈아 빈트저는 카를스루에 지멘스 공장에서 수습생으로 시작해 메카트로닉스(기계·전자 공학) 엔지니어로 일한다. 졸업 직후에는 카트를 밀거나, 민감한 전자부품을 생산지에서 창고에 있는 시험장으로 운송하는 단순 업무를 했다. 견습 과정을 마친 뒤 빈트저는 기술자 교육을 받고 대학에도 진학했다. 그는 현재 AI로 제어되는 운송로봇을 담당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한다. 그의 과거 업무는 이제 직원들이 ‘베아트리체’ 등의 애칭으로 부르는 자율주행 운송차량이 대신한다.
이곳에서 불과 몇m 떨어진 곳에서 디트마어 오크스(53)가 일한다. 그는 38년간 대부분을 지멘스 공장의 판금생산 부문에서 일했다. 그는 정밀 정비공으로 훈련받고 기술 장인이 됐으며, 이후에는 직장을 다니면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미래는 완전고용?
오크스는 오랫동안 판금생산 기획자로 일했는데, 지멘스는 자체 판금 생산을 중단하고 그것을 공급업체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으로 내 생업 수단이 위협받았다.” 오크스는 초반 충격에서 정신을 차리고 로봇 프로그래밍에 매진했다. 현재 그는 혁신연구소에서 프로젝트 관리자로 일하며 다른 업무를 자동화하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빈트저와 오크스에게 새로운 노동세계는 경력 업그레이드, 연봉 인상, 더 많은 만족을 가져다줬다. 그리고 많은 직원이 언젠가는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독일 노동시장·고용연구소(IAB)의 경제학자 엔조 베버는 “아직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술적 가능성을 안고 있는 미래는 우리 생활수준을 높여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제대로 준비한다면 인구구조를 고려할 때 양질의 일자리와 실질임금 상승이 수반된 완전고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 Der Spiegel 2024년 제4호
Und wenn keiner mehr da ist?
번역 김태영 위원

 

베냐민 비더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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