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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자리매김까지 먼길

기사승인 [115호]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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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전동킥보드 도로 진입 허용 ② 전망

지몬 하게 Simon Hage
알렉산더 퀸 Alexander Kühn
기도 밍겔스 Guido Mingels
에밀 네프처 Emil Nefzger
안톤 라이너 Anton Rainer
게랄트 트라우페터 Gerald Traufetter
크리스티안 뷔스트 Christian Wüst
헬레네 추프 Helene Zub <슈피겔> 기자
 
   
▲ 전동킥보드가 친환경 이동수단이 되려면 버스나 자전거가 아니라 자동차를 대체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바퀴 크기와 개수 확충, 조종대 확장,안장 도입 등 안전을 위해 성능과 디자인을 개선해야 한다. REUTERS
독일에서 현재까지 전동킥보드 사망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연방정부는 100만유로(약 13억원)를 들여 드레스덴과 하노버 두 곳에서 진행하는 교통사고 연구를 지원했다. 연구원들은 어떤 킥보드로 어떤 부상이 발생하고, 어떤 경우에 사고가 일어나는지, 어떻게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지 등을 연구한다. 
함부르크 장크트게오르크 아스클레히오스 클리닉 외상센터 외과과장인 크리스티안 퀴네가 컴퓨터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줬다. 2019년 6월 그에게 진료받았던 환자의 팔꿈치였다. 척골이 부러지고 무릎 관절이 찢어져 나사와 금속판을 이용해 관절을 재건해야 했다.  
퀴네는 6월부터 지금까지 전동킥보드 사고로 다친 환자 30명을 진료했다. 골절, 멍, 뇌 외상 등이었고 그중 6명은 수술받았다. 환자 중 3명은 도로에서 다른 사람과 부딪힌 것이 아니라 단순히 미끄러져서 다쳤다. 퀴네는 환자한테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나는 전동킥보드 운전이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 이 병원은 전동킥보드 사고 환자 명부를 별도로 만들었다. 환자들은 성별, 나이, 킥보드 제조회사명, 헬멧 착용 여부 등 별도 설문지를 작성했다. 퀴네가 말했다. “안전을 위해 환자에게 헬멧을 꼭 착용하라고 조언할 수밖에 없다.” 환자 30명 중에서 헬멧을 쓴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처음엔 ‘소형 전동차량 운행 규정’이 있었다. 관련 업체들은 공공 교통 공간에서 운행하는 공식적인 소형 운송수단 허가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전동킥보드도 포함돼 있었다. 유럽연합의 엄격한 지침 때문에 이 노력은 2016년까지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이때부터 허용 여부와 조건 등을 각국이 알아서 결정하도록 했다. 수많은 유럽연합 국가가 도로와 인도에서 공식 운행을 허가하는 방안을 서둘러 도입했다. 문제는 이 방안이 모호하고 난해하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는 연방도로청(BASt)이 다양한 초소형 운행 차량을 실제 환경에서 시험하는 임무를 맡았다. 2018년 11월 최종 보고서가 작성됐고, 여기에 실린 많은 제안이 규정으로 만들어졌다. 이 안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는 등록번호를 달아야 하고, 보험을 들어야 하며, 각각 따로 작동하는 두 개의 브레이크와 자전거 규정에 부합하는 전조등과 반사경이 있어야 한다. 
연방도로청 전문가들이 계속 불평하는 것이 하나 있다. 전동킥보드를 오직 손으로만 작동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방향을 바꿀 때 운전자는 손을 뻗어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이는 거의 곡예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방향 지시 깜빡이를 달라고 권장하지만, 대부분 전동킥보드는 깜빡이를 달지 않은 채 도로를 달린다. 
안드레아스 쇼이어 교통부 장관이 부서 전문가그룹의 안전 조언을 묵살하기 때문일까. 교통부 고문은 이 분위기를 이렇게 묘사했다. “꼭대기에는 빠른 실적과 성공을 원하는 변덕스러운 상사가 있고, 아래에는 가장 최악의 경우를 방지하려고 여전히 노력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있다.”  
쇼이어 장관이 고집을 꺾지 않고 강하게 나갔다면 킥보드는 인도에서도 운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지시에 부서 공무원들은 후버보드의 시험운행도 허가했다. 후버보드는 양쪽에 바퀴가 달리고 모터로 움직이는 보드다. 교통부 직원들은 후버보드를 이용하면 반려견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쇼이어를 곤경에 빠뜨렸다. 경찰과 병원 쪽에서 이와 관련한 경고 보고서를 제출한 뒤에야 이 안은 기각됐다. 
 
친환경 이동수단 약속과 배치 
독일에서 전동킥보드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은 마치 오토바이 경주를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킥보드를 시험하는 옌스 포이커(30)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는 장갑을 끼고 보호복과 헬멧을 착용했다. 
포이커는 할 일이 많다. 쾰른에 있는 독일기술검사협회(TÜV) 라인란트의 유일한 시험운전자로 전동킥보드를 맡아 브레이크와 모터를 시험하고 최고 속도로 테스트 트랙을 돌았다. 그가 합격 신호를 보내면, 시험 중인 킥보드는 독일 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다. 포이커는 말했다. “처음에는 전동킥보드 시험을 다른 시험과 함께 진행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시험 의뢰가 빗발쳤다. 킥보드의 차도 이용 허용 규정이 통과되기 4개월 전인 2월부터 회사들이 기술검사협회 문을 두드렸다. 
트랙은 아스팔트로 만들어진 3㎝ 높이의 인도 끝부분부터 시멘트로 만들어진 슬로프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 포이커는 제한속도인 시속 20㎞로 트랙을 주행했다. 아직 넘어진 적은 없다. 최근 이상적인 트랙이 중국에 지어졌다. 대부분 중국 제조사가 이곳을 이용할 예정이기에 독일에서 시험하는 사람들의 업무는 줄어들 전망이다.
포이커는 기술검사협회의 시험 운행장 앞에 킥보드 4대를 세워놓았다. 무게 18㎏에 이르는 대형 킥보드부터 도시형 킥보드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시험은 건조하고 평평한 지면에서 진행한다. 허가 기준이 느슨하기에 모든 모델에 허가가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여러 곳에 맹점이 있다. 킥보드 타이어에 관한 안전 기준이 없다. 충격 완화 장치와 깜빡이는 선택 사항이고, 브레이크 하나만 이용하기에 정지거리는 10m까지 허용된다.
전동킥보드의 강점은 친환경 이동수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독일 연방환경부는 전동킥보드의 ‘전 과정 평가’에 대해 불평했다. 리튬이온전지 생산과 일반 교통수단으로 밤새 킥보드를 이동시켜야 하는 일 등 킥보드의 짧은 수명 때문이다. 
 
친환경 운송수단? 자동차 대체해야
전동킥보드가 친환경 이동수단이 되려면 버스나 자전거가 아니라 자동차를 대체해야 한다. 하지만 희망적이지 않다. 함부르크 컨설팅회사 시비티(Civity)의 계산에 따르면, 킥보드의 평균 운행거리는 1.9㎞다. 이 정도로는 스포츠실용차(SUV)를 대체할 수 없다. 킥보드 대부분이 주말에 대여되는데, 이는 킥보드가 출퇴근용이 아니라 관광객이 주로 이용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대여업체도 이 수치를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사업 초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본다. 사람들이 아침 6시 미팅에 가기 위해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킥보드를 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여유로운 토요일 오후나 밤 같은 여가시간에 이용한다고 판단하며, 몇 달이 지나면 평범한 이동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전동킥보드가 지속가능한 이동수단이 될지 의심한다. 관광객 이동수단을 넘어 도시 환경에 보탬이 되는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을까. 사고 위험은 무시해도 될까. 
바바라 렌츠(64)는 독일항공우주센터에서 교통수단 연구원을 이끈다. 그녀는 독일의 교통수단 변화를 예고하고 이에 따른 환경보호 업무를 맡는 정부위원회 일원이기도 하다.
렌츠는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을 보면 확실히 즐기는 것 같지만, 그 이상 즐거움은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렌츠 같은 교통 전문가는 수년간 전동킥보드를 ‘마지막 마일’을 위한 이동수단으로 추천했다. 마지막 마일이란 집 앞에서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까지 가는 거리를 말한다. 
많은 사람이 공공 교통수단으로 쉽게 갈아타기 위해 전동킥보드를 사용하기 바랐다. 자전거와 달리 교통이 가장 붐비는 시간에도 운행이 허용된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출퇴근길은 꽉 막히고 킥보드는 방해만 될 뿐이었다.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자가용 대신 전동킥보드를 이용한다는 기대는 비현실적이고 애초에 이뤄질 수 없는 바람이었다. 렌츠는 말했다. “전동킥보드는 시내에 배치돼 있다. 하지만 시내에는 비교적 잘 작동하는 대중교통 수단이 있다. 여러 정류장이 있고, 자전거도로도 나쁘지 않다. 만일 킥보드가 시외에 배치된다면 사정은 좀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도시 규모가 작아서 대여업체에 이득은 되지 않을 것이다. 
 
   
▲ 전동킥보드가 늘면서 교통체증, 주차난은 물론 인명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특히 제동거리를 조절하기 쉽지 않은데, 부상을 최소화하려면 헬멧 등 보호장비를 잘 갖춰야 한다. REUTERS
바퀴·브레이크·안장 등 성능 보완 필수
독일의 대중교통 실험은 실패할 수도 있다. 대도시 외의 지역에 버스나 기차가 없는 미국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렌츠는 “독일에서는 전동킥보드가 장난감처럼 남을 것”이라며 “킥보드가 미래에 버스차선을 달린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버스 운전자들은 이미 대형차, 자전거, 일반 차량 때문에 충분히 괴롭다.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초소형 이동수단을 운행하려면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독일에서는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전동킥보드 사안은 독일 교통정책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전략도 비전도 없다. 교통의 획기적인 변화가 정치계 바람이라는 증거도 거의 없다. 
루마니아 출신 기술 분석가 호라체 데디우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데디우는 열정 넘치는 소형 이동수단 전문가다. 미국 보스턴·샌프란시스코와 핀란드 헬싱키를 오가며 사는 그는, 전동킥보드를 ‘이동수단의 아이폰’이라 부르며 전동킥보드가 교통을 쇄신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데디우는 “이번 여름 유럽에 전동킥보드가 도입된 것을 환영했지만 인내도 필요하다”며 “헬싱키는 전동킥보드 도입이 가장 잘된 도시고, 파리는 최악, 베를린은 중간쯤 된다”고 말했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처음 기술이 도입됐을 때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한다. 동시에 장기적인 잠재력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날 전동킥보드는 안전하지 않은 최악의 교통수단으로 여겨진다. 데디우 자신도 너무 위험해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이 점을 염려하지 않는다. “자동차도 처음에는 위험했고, 첫 기차도 비행기도 마찬가지였다.”
데디우는 조만간 전동킥보드 바퀴가 커지기를 기대한다. 서너 바퀴가 되어야 하고, 조종대도 커지고, 안장이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자전거와 비슷한 모습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왜 당장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는가.
자전거는 200년 역사를 가진 이동수단이고, 200년간 놀라운 발전을 했다. 오늘날 자전거는 뛰어난 전조등, 유압디스크 브레이크, ABS(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 등을 갖췄다. 독일에서 자전거는 연방도로교통국 노력으로 기준이 되는 이동수단으로 지정됐다. 자전거는 완벽하게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 시험 중인 어떤 소형 전동 이동수단도 정지거리 안에서 완전히 멈추지 못했다. 대부분 기준의 절반도 못 미쳤다. 
자전거에 부족한 단 하나는 도로 공간이다. 여기에 전동킥보드까지 가세했다. 부카르트 스토르크 독일 자전거클럽 회장은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꾸 장난감 같은 새 이동수단을 도입하는 것보다 넓고 매력적인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실질적으로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 2018년 독일에서는 자전거 운전자 445명이 숨졌다. 지난 10년 이래 가장 많은 사망자 수였다. 

자전거 활용 방안도 검토해야
자전거 운전자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교통정책은 덴마크 코펜하겐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전거도로가 넓어서 전동킥보드와 자전거가 서로 진로를 방해하지 않는다. 네덜란드 도시 위트레흐트에는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전거 주차장이 문을 열었다. 시내 중앙에 1만2500대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적어도 전동킥보드에 고마워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전동킥보드가 독일 교통정책 참상을 생생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교통정책을 혁신할 의지가 없을뿐더러, 교통수단 전체를 하나로 묶어 효율적으로 개선하려는 생각도 전혀 없다는 사실 말이다. 

ⓒ Der Spiegel 2019년 37호
Ohne Helm und Verstand

번역 이상익 위원 

지몬 하게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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