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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소음·수요 놓고 비관-낙관 엇갈려

기사승인 [139호] 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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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에어택시 산업 논란- ② 전망

안톤 라이너 Anton Rainer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슈피겔> 기자

   
▲ 릴리움의 최대 라이벌 회사인 미국 조비(Joby)의 설립자 조벤 비버트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전시한 자사의 에어택시 조비 앞에서 환호하고 있다. REUTERS

릴리움은 자본시장에서 에어택시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 회사는 조만간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다. 상장을 위해서는 일종의 서류상 회사인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거쳐야 한다. 이 방법은 기존 상장 방식보다 문턱이 낮다. 성가신 투명성 의무와 대기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릴리움은 이를 통해 수십억달러를 모으려 한다. 회사는 이 자금이 절실하다. 릴리움은 최근 회계경영컨설팅 업체의 평가를 받은 이후 2019년 회계 결산 내용을 수정해야 했다. 결산보고서의 손실이 4280만유로(약 590억원)가 아니라 7540만유로로 늘었다. 주간지 <벨트암존타크>(Welt am Sonntag)가 최근 보도한 내용이다.

   
▲ 미국의 수직이착륙기 에어택시 기업 아처(Archer)도 릴리움의 최대 라이벌이다. 이 회사를 창립한 두 설립자인 애덤 골드스타인(왼쪽)과 브렛 애드콕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시설에서 개발한 에어택시를 뒤로한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REUTERS

시청각적인 환경오염
이와 관련해 릴리움은 (보도 내용이) 단지 개발비용에 대한 회계 오류였을 뿐이고 이미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릴리움은 과거의 거창한 발표 내용 가운데 다른 부분도 일부 수정했다. 릴리움이 내건 7인승 항공기의 목표 범위는 이전에 300㎞였다. 이제 250㎞로 바뀌었다. 수직이착륙기의 야심찬 성능도 명확하게 적시했다. 수직으로 제대로 이륙하는 시간은 불과 10초 정도이며, 이후에는 경사 상승 비행으로 전환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함부르크공과대학의 폴커 골니크 교수는 이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는 (릴리움이 수정한) 계획이 지금까지 릴리움에서 보여준 것보다 “현실에 훨씬 더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원하는 건 사실 “항공기가 수직이륙 비행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릴리움이 이를 달성할 능력이나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릴리움은 2021년 7월부터 5인승 항공기 시제품의 ‘활발한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인이 이를 눈으로 직접 본 적은 없다.
어쩌면 수직이륙 항공 분야의 도약을 막는 건 물리적 한계가 아닌지도 모른다. 사회적 수용성 부족이 원인일 수도 있다. 독일인들은 자기부상열차든 전기스쿠터든 운송수단에 불평불만이 많다. 미래에 에어택시가 주택가, 공원, 도심 상공을 분주하게 날아다닌다면 독일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에어택시 제작자들은 저탄소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선전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시청각적인 환경오염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안전문제도 거론한다. 전기비행기의 이착륙 장소는 (다른 대중교통시설과 마찬가지로) 주거지역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객에게 약속한 시간 절약 효과를 거둘 수 없다. 프라운호퍼산업공학연구소 연구원들은 중단기적으로 도시 기반시설 통합의 어려움이 야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항공안전청(EASA)이 2021년 5월 실시한 에어택시 수용 가능성에 관한 연구보고서는 에어택시 관련 유럽 시장이 2030년까지 42억유로(약 5조8천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일자리 9만 개 정도가 창출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더불어 승객은 시간을 절약하고, 기증된 장기 운송 같은 의료 관련 임무에서도 최대 73% 더 빠르게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수용성과 관련해 응답자들이 대체로 긍정적이고 호기심 어린 반응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거주지에 끼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고려해보라는 요청이 있을 때는 위험에 대한 걱정을 앞세우기도 했다. 응답자들은 소음, 환경적 영향 그리고 안전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탑승 가격이다. 얼마나 비쌀지가 관건이다. 릴리움은 ‘완전히 정착’되면 비행 1㎞당 1.20유로(약 1650원)의 가격이 매겨질 것으로 전망한다. 뉘른베르크에서 뮌헨 공항으로 갈 경우 200유로(약 27만5천원) 정도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고속철도 이체에(ICE)나 S반(S-Bahn) 같은 도시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현재 평균 2시간45분에 60유로 미만으로 이 구간을 이동할 수 있다. 에어택시 요금은 도심 노선에선 고속철도나 버스보다 훨씬 더 비쌀 게 확실하다.
이 때문에 에어택시 업계는 이 항공기가 ‘부자들의 장난감’이라는 이미지가 붙지 않도록 다각도로 애쓰고 있다. 이들은 자율비행 기술 덕분에 언젠가 조종사가 필요 없게 된다면 ㎞당 요금을 즉시 낮추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이 업계는 조종사가 있는 비행조차 지금껏 (당국의) 비행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인공지능 조종사는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그렇다면 에어택시 계획에서 무엇이 가짜이고 무엇이 진짜인가.
이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폴로콥터(Volocopter·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에어택시 업체)의 최고경영자 플로리안 로이터를 쫓아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공항까지 따라갔다. 이 공항은 한때 찰스 린드버그(미국 비행사)가 대서양 횡단비행을 (역사상 처음으로) 마친 직후 착륙한 곳이다. 지금은 20세기 항공기를 전시하는 우주항공박물관 등으로 운용하고 있다. 플로리안 로이터는 “우리는 현재 주전자에 엄청난 열을 받고 있다(에어택시에 대한 관심이 과열됐다는 뜻)”고 말했다. 실제로 돈 많은 투자자와 공공기관이 수십억유로를 이 항공시장에 투입하고 있다. “늦어도 2년 안에 우리는 어떤 사업모델이 실제 효과가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로이터는 자신의 회사인 폴로콥터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는 (2021년 6월 열린) 파리항공포럼에 자사의 에어택시를 타고 등장했다. 이는 2024년 파리올림픽과 연계한 파리시와의 거대 협력 프로젝트의 시작이기도 했다. (파리올림픽 때) 에어택시 폴로콥터가 이 경기장에서 저 경기장으로 파리 하늘을 날 것이다. 로이터는 “승객이 10명이든 1만 명이든 얼마나 태우는지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설립된 폴로콥터는 최소한 비행이 가능한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폴로콥터는 이 점에서 릴리움과는 다르다. 이 회사의 신형 모델(Das Modell 2X)은 윙윙거리며 지상 30m 높이에서 파리 비행장 상공을 몇 분 동안 비행했다. 매우 조용하고, 눈부시게 반짝이는 흰색 헬리콥터처럼 보였다. 에어택시의 역할을 도심 교통 분야로 집중해온 폴로콥터의 목표는 “하늘의 우버”가 되는 것이다. 이미 앱도 마련했다. 현재 에어택시를 실제 이용할 수 없을 뿐이다. 라이벌 회사인 릴리움에 견줘 덜하지 않은 호언장담이다.
그러나 베를린과학센터의 안드레아스 크니는 이 신생 산업에 미래가 없다고 본다. 크니는 ‘디지털 이동성과 사회적 차별화’ 연구그룹을 이끄는 책임자다. 그는 적어도 대다수의 인구계층에 에어택시는 의미가 없다고 여겼다. 이유는 “이들 회사는 대다수가 가지고 있지 않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독일연방 헌법재판소의 최근 기후 관련 판결을 고려하면 에어택시 산업의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크니는 “녹색전기는 부족하고 사람을 공중으로 운송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은 막대하다”며, 에어택시는 빠른 구조활동이나 외진 지역으로의 택배 운송 정도에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나머지는 “부자들을 위한 관심거리에 가깝다”고 일축했다.
이런 비관론에 독일 경제부는 낙담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담당자 야르촘베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에어택시뿐만 아니라 수소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단거리 제트기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도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첫 실험은 4인승으로 이뤄졌다. 앞으로 40~80인승까지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탄소제로 비행 버스의 아이디어에 가깝다.

도르니어의 전철 밟지 않길
항공버스의 개척자인 릴리움은 현재 일단 이륙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5인승 모델을 공중에 띄우기에 앞서 지상에서 센서와 기술 등을 시험하고 있다. 이 항공기의 시험 장소(도르니어 전투기 공장)가 나쁜 징조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 실험 장소에서 과거 도르니어 수직이착륙기(Do 31)가 개발됐다. 1960년대 말 당시 도르니어 수직이착륙기는 소수의 열정적인 기술팀이 되찾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자 독일 기계공학의 걸작으로 여겨졌다. 3대가 제작됐고 시험비행도 성공적이었지만 이 모델은 끝내 양산되지 못했다. 이 항공기의 개발을 애초 의뢰했던 독일 국방부가 더는 필요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 Der Spiegel 제31호
Unter den Wolken
번역 황수경 위원

안톤 라이너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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